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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냥 땅위에 자그만 돌멩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달팽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내 손이 브레이크를 잡는 속도보다 바퀴가 구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바삭'하는 느낌이 자전거 바퀴를 타고 온몸에 전해졌다.

뒤를 돌아볼 수도 없었다.

아직까지 온 몸에 그 순간의 느낌이 또렷히 남아있다.

 

며칠전엔 내리막 신나게 질주하고 있는데

잠자리 한 마리가 자전거 앞바퀴로 날아들었다.

'파스스' 하는 소리와 함께 잠자리는 눈 앞에서 사라졌다.

 

잠자리도 달팽이도

새한테 잡아먹혔으면,

차라리 그랬더라면.

가문 땅에서 말라죽었으면,

차라리 그랬더라면.

 

시멘트 위에서 자전거에게 눌려 죽고 부딪혀 죽고

이렇게 삶을 마감하지 않았더라면.

 

잘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업보만 쌓여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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