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작은오빠의 연애가 잘되는 동안, 나는 잠깐 '시누이'의 위치에 나를 놓고 망상을 즐기기도 했다.
오빠를 만나러 간 날, 애인을 만난다길래 얼굴 한번 보고 싶다며 따라가려고 하다가 퇴짜맞은 적이 있었다. 그 순간 들은 생각, '이제 결혼하면 시누이가 될 터인데 안만나면 그 애인이 더 손해아냐?'라는 생각. 나보다 나이가 두살 더 어린 터라 '이 어린 것이... 맘에 안들어'라고 생각도 해봤고... '그래갖고 결혼생활 평탄하겠어?'까지 생각했다가...
'커헉! 내가 아주 통속적인 시누이가 되어버렸구나' 깨닫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한 여성 대 여성으로 그 애인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아니꼽게 생각했던 사소한 사건들이 술술 풀리고 이해가 됐다. 심지어는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작은 오빠가 겪는 연애고민을 듣고 대안을 모색해주는 상담사 역할까지 자처하게 됐다.
3.
작은오빠와 애인사이의 심상치않은 기류는 아빠의 환갑잔치에 다녀간 이후로 흐른 듯 하다. 그러나 며칠 전 완전히 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처음 이 심상치않은 기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같은 여자의 관점으로 '주변상황하고 맞물리면서 결혼 얘기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데 얼마나 불안한 마음이 많이 들겠어!', '결혼은 여성에게 더 큰 변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더 민감하고 불안해 할 수밖에 없어', '여성의 감성을 남성이 못따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애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대개 남자쪽에 책임이 있다고 봐' 등등의 이야기를 오빠에게 조언해줬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파국을 맞은 후, 오빠에게 자세하게 얘기를 들어보고는, '고작 연애밖에 안해본' 내가 생각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의 조건이 되는 이성간의 궁합, 경제적 여건, 장래에 대한 확실한 계획 등... 결국 이상이 맞지 않은 것이고 그 상황에서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둘 다 서툴렀다. 상담사를 자처했던 나 역시 언급할 수 없는 얘기들.... 우어... 결혼은 어려운 거로구나!!! (내가 결혼 안하기로 결심한 건 다행한 일이다!)
4.
결혼은 양자의 문제이고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감이 있다면 이렇게 빨리 파국을 맞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 그런 점에서 울 오빠와 애인은 둘 다 너무 경험이 없고 서툴렀다.
물론 오빠가 내 가족이다보니, 그 애인이 더 미웁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그러나 가족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가지 더 분통스러운 일은... 끝맺음이 그 짧은 문자메시지 몇통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호감을 갖고 관계를 쌓아왔건만 끝은 의미해석도 불분명한 몇글자의 문자라니...
얼마전 내가 실연당했을 때 -_-;; 네이버 지식검색을 통해(훌륭하여라! 지식검색) 실연의 경우를 검색해 본 적이 있다. 많은 실연남녀의 경우가 연락불통이거나 짧은 문자로 실연을 통보받았다. 이렇게도 무책임한 경우가 있나!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상처를 배로 남기는 짓이다!!! 지금 헤어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부하고 싶다! 제발 만나서 다 털어놓고 좋은 기억으로 끝내라고. 소중한 만남을 문자 몇통으로 치환하지 말아달라고!
5.
이리하여 아빠가 퇴직하기 전에 짭잘한 수익을 올려보겠다던 우리 가족의 야심찬 계획은 가능성이 50% 이하로 떨어진 듯하다. 연애감정이 잘 안생겨서 선본 것도 잘 안되는 우리 큰오빠, 이번 실연을 계기로 다시는 연애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우리 작은 오빠, 그리고 결혼은 없이 연애만 하겠다는 계획을 입으로만 떠드는 무능력한 나... 이 실연 가족에게 올 봄이 가기 전에 큰 행복이 오기를... (오빠들은 별 가망없으니 나에게만이라도 연애운을.... 으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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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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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토리언니 오라버지(와 가족)의 슬픈 사생활도 현란한 토리의 타자실력으로다가 까발려지는고나...으하~ 이러면 안될 것 같지만 너무나 재밌어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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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i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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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글솜씨가 아니라, 현란한 타자실력이라더냣!-_- 내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나를 경계하지요. 그림으로 글로 사생활을 다 까발려 재끼니... 오늘 글도 두근두근 거리며 썼습니다. 그래도 생각이 터져나오는데, 억지로 막긴 싫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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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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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결혼이 만나는 양자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죠. 아무리 거부하려고 해도, 결혼은 양가의 결합이죠.또, 이별에 꼭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설명할 수 있다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이별이라면 좋겠지만, 과연 많은 경우 그런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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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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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 결국은 자기 잇속챙기기군....췟부가 정보
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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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고 우연히 본 글! 너무 잼있어서 많이 웃었어요. 근데, 사랑에 이상까지 개입한다는 말 보고...난 아직 사랑을 모르는구나 생각했어요.암쪼록 올 봄에 큰 행복이 오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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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i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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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링크 따라서 가봤더니, 블로그 이제 만드셔나봐요. 앞으로 자주 왕래하지욧!!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