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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발표

한미 당국, 북한 미사일 발사에 완전히 ‘엇갈린 발표’

미사일 발사 추정지역도 크게 달라... 정보 공유 안 되거나 의도적 은폐 의혹

북한이 3일 강행한 노동미사일 발사를 놓고 한미 당국의 발표가 완전히 엇갈려 한미 간에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직후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오늘 오전 7시 50분쯤 황해남도 은율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노동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며 "이 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1,000㎞ 내외"라고만 밝혔다. 각종 외신들도 합참의 발표를 인용해 속보로 보도했다.

하지만 얼마 후 북한 미사일 감시 등을 총괄하는 미 전략사령부(STRATCOM)는 발표를 통해 "오전 7시 53분에 두 발의 북한 미사일 발사를 탐지했다"며 "노동 중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두 발의 동시 발사는 (황해북도) 황주 부근에서 실시됐으며, 한 발은 발사 직후 폭발했고, 다른 한 발은 북한 영토를 넘어 일본 영해로 날아갔다"고 발표했다.

합참은 발사된 미사일이 한 발이라고 했지만, 미국 측은 두 발이라고 명확히 한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들도 미국 측의 발표에 "단지 한 발이 아니라(not just one), 미 전략사령부는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두 발의 미사일이 동시에 발사됐다고 밝혔다"고 기사를 수정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발사 추정 지역도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합참은 황해남도 '은율'군을 지목했지만, 미 전략사령부는 이와는 한참 떨어진 북한의 미사일 기지가 있는 황해북도 '황주' 부근을 발사 장소로 지목했다.

한미 간에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24시간 철통같이 한미 공조 하에 북한의 미사일 동태를 감시하고 있다는 한미 당국의 발언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뒤늦게 합참 등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동해 상으로 노동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으나 1발은 발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폭발했다"고 부연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월 2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형 반항공요격유도무기체계의 전투성능 판정을 위한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월 2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형 반항공요격유도무기체계의 전투성능 판정을 위한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조선중앙TV캡처

한미 간 정보공유 ‘허점’, 사드 관련 정보공유도 ‘의문’

이 같은 한미 당국의 엇박자를 놓고 두 가지 추측이 일고 있다. 우선 최근 미국의 사드(THAAD) 성주 배치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참이 의도적으로 북한의 첫 번째 미사일 발사 실패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첫 번째 미사일은 고각 발사 실험 등을 하다가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합참이 굳이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기자가 합동참모본부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로 문의했지만, 관계자 부재 등의 이유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한미 당국 간에 실시간 정보 교류가 원천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다. 합참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레이더 등을 통한 자체 정보를 취합해 발표하기에 급했고, 이 과정에서 첨단 군사 첩보위성 정보를 가진 미국 측이 실시간으로 바로 폭발한 한 개의 미사일 정보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사일이 솟아오르지 못하고 발사 단계에서 폭발했다면, 이는 레이더가 아니라 첨단 군사 첩보위성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 측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한국 측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결국,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한미 당국의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이에 관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관한 정보에서도 완전히 엇박자를 내는 한미 당국이 과연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서는 얼마만큼 제대로 정보를 공유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역에 관해서도 서로 전혀 다른 정보로 발표를 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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