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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사무실 강제 폐쇄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

행정자치부가 결국 22일 오후 3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사무실 폐쇄에 돌입했다. 행자부는 그동안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들어 전공노를 불법노조로 규정해 왔다. 행자부는 전국 지부에 계고장을 보내 22일 행정대집행을 예고했고, 예정대로 사무실 폐쇄를 감행했다.

CNBNEWS는 권승복 전공노 위원장을 만나 전공노를 불법 노조로 규정한 것에 대해 물어봤다. 권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인식을 강하게 비난하고, 행자부와의 투쟁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대집행을 하루 앞둔 21일 오전, 광화문 열린공원에서 단식농성 중인 권 위원장을 만났다.

 

■ 모든 전공노 사무실 폐쇄 못하면 행자부 장관 물러나야 “이번에 251개 지부사무실을 모두 폐쇄하지 못한다면 이용섭 행자부 장관은 퇴진해야 합니다. 행자부는 전공노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폐쇄 조치는 장관이 도지사와 시장한테 일제히 내린 명령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이행이 안 된다면 이용섭 장관은 장관 자격이 없는 겁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권 위원장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단식농성 10일째를 맞은 권 위원장의 입술은 바짝 말라있었지만 표정은 여유로웠다.

“행자부 장관은 3일 전 민노당 지도부와 면담 자리에서 ‘전공노가 불법인지 법률 자문을 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전공노가 불법인지 명확히 판단도 내리지 않고 행정대집행을 진행하는 경우가 어딨습니까? 계고장 보낸 것도 뭐라 하니까 ‘그건 지방자치단체장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라고 합니다. 행자부가 명령해놓고 지자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니,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입니다” 행자부는 현재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전공노를 탄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전공노는 노동부에 노조 신고를 해야 하며, 신고하지 않을 경우 불법으로 낙인찍힌다.

그렇다면 전공노는 왜 노동부 신고를 거부하는 것일까? “공무원 법은 노동 3권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노조를 인정한다는 것은 노동자임을 인정한다는 것인데도 정부는 노동 3권은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신고를 하고 안하의 문제는 전공노가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강제할 사항이 아니에요. 14만 조합원 활동 범위를 축소하고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법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화하자’ 하면 나오지도 않아요.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 인식이 수준 이하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겁니다” 현재 ILO(국제 노동기구)를 비롯한 여타 노동 기구는 이 법의 독소조항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런 법을 시행 중인 한국은 국제적으로 망신을 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러다 결국 노조 사무실 폐쇄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전 세계에서 유래없는 일이었다.

 

■ 노조신고 하라면서 노동 3권은 왜 보장하지 않나?현재 ILO에 가입한 178개 나라 중 대만과 우리나라 2개국만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만과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다르다. 대만은 공무원 노조가 노조 인정을 요구하지 않고 있지만, 반면 우리나라는 6년 전부터 스스로 만들어 활동해 온 노조 자체를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해 탄압하고 있다.

전공노가 신고를 하고 합법노조로 거듭나지 못하는 이유는 노동 3권 때문이다. 노동 3권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이르는데, 정부는 전공노의 단결권은 보장하고, 단체교섭권은 일부를 보장하되 법령·조례·예산에 관한 사항이나 정책적 결정에 관한 사항,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은 제외시켰다. 단체행동권은 아예 빠져있다.

“법에 따르면, 신고를 하더라도 6급 이하만 전공노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14만 조합원 중 5~6만 명이 떨어져 나갑니다. 거기에다 인사·경리·회계 분야 다 빼고 심지어 운전직도 못 들어가게 해놨어요. 최대한 활동을 막으려 갖은 수를 쓴 거죠. 단체교섭권에서는 법령·조례·예산 부분이 안 되고, 정책적 결정 사항마저 안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부사무실을 넓혀 달라고 요구했을 때 ‘예산 없다’ 이러면 끝나는 셈이죠. 교섭은 아예 못하게 해놨구요”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처벌규정 역시 강해졌다. 공무원이 단체 활동을 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에 1,000만 원 이하 벌금이던 게 5년 이하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바뀌었다. 권 위원장은 “5년 이하 징역이면 살인미수죄랑 동급인데, 노조활동이 살인미수에 해당한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전체 공무원이 90에서 95만 정도고, 이 중 여러 직을 제외하면 35만 명 정도가 노조 가입이 가능합니다. 35만 중에 14만이면 45%입니다. 상당한 조직이죠. 행자부 주장대로라면 불법 단체가 45%를 차지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거야말로 진짜 국가위기에요, 이런 상황에서 전공노를 6년 동안 유지하게 놔두었던 행자부는 뭐하는 조직이고, 그 수장인 행자부 장관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요? 그동안 활동으로 볼 때, 전공노는 불법단체가 아니라 임의단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무실 폐쇄는 임의단체를 탄압한다는 뜻이 되는데, 이거야 말로 불법입니다”

 

■ 전공노, 국민위한 노조라는 것 알아달라 행자부가 전공노를 강하게 탄압하고 있지만 사실 공무원 노조를 잘못 인식하는 일반 사람들 역시 상당수다. 노조 활동에 우호적인 사람조차 ‘공무원 노조’라면 “우리 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무원 주제에 뭔 노동조합이냐”며 눈에 쌍심지를 켜는 상황. 하지만 권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손을 저었다.

“전공노가 개인을 위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하수인 노릇을 했습니다. 제가 87년에 동사무소에서 근무할 때 당시 선거를 담당했는데, 노태우가 몇 표 김영삼이 몇 표 김대중이 몇 표 동사무소에서 정확히 예상해 위로 올리고 집계하고, 정부가 그걸 가지고 분석하고 열세 지역에 돈 뿌리고, 헛공약 남발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모두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아직도 줄 대고 선거하고, 그 과정에서 공무원이 동원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권 위원장은 공무원 노조가 공무원 사회 개혁에 상당 부분 일조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노조가 있느냐 없느냐, 활발히 활동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지자체의 의식이 달라지고, 지자체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만히 지켜보세요. 노조가 강한 곳은 말투와 행동부터 달라요. 예를 들어 시장이 밑에다가 ‘이번 연설에 직원 좀 동원해라’ 이러면 ‘노조에서 반발할텐데요’라 합니다. 그럼 ‘아! 그렇지’ 이렇게 되는 겁니다. 지자체는 지금 지자체 장에 지방의원·지방 토우세력·지방 방송국장까지 굳건한 카르텔을 만들어 옥쇄를 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부정부패를 막는 게 공무원 노조고, 그렇기 때문에 진보세력이 전공노를 지지하는 겁니다.

민주노동당·민주노총·전농·진보단체들이 합쳐서 목소리 내는 이유가 바로 이거에요”권 위원장은 이러다보니 행자부와 그 지시를 받은 지자체가 전공노 탄압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는 정부의 수준 이하 노사인식관이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내가 아버지라고 합시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한테 ‘이것 좀 해!’라고 이야기하자 ‘아버지 저도 나이 먹었어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라고 아들이 답했어요. 그러면 저는 ‘이 녀석이 다 컸구나, 그래 스스로 알아서 해라’ 이럴 수도 있고, ‘뭐 임마! 아버지한테 대들어?’ 이러면서 화 내는 경우가 있겠죠? 똑같은 상황입니다. 내가 대통령이고 장관이고 시장인데 아래에 있는 전공노가 고개 빳빳이 들고 대드는 게 탄압 첫째 이유고, 선거 도와준 놈 승진시켜 주고 싶은데 전공노 때문에 제대로 안 되서 탄압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불법으로 먹을 수 있는 거 전공노 때문에 안 되니까 그러는 겁니다.

법에 따라 3,000만 원 이하 공사는 지자체 장이 수의계약할 수 있습니다. 시·군 골목골목에 어지간한 공사들, 대부분 3,000만원 이하입니다. 시장이 담당과장 불러서 누구누구한테 공사를 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업자는 공사 비용 중 10%를 바치는 거구요. 그래서 전공노는 3,000만 원 이하 역시 공개입찰하자 주장합니다. 우리 공무원은 이런 사실들을 속속들이 알지만 외부에선 누가 알겠습니까? 밖으로 드러나는 것 밖에 모르잖아요” 권 위원장은 다시 한 번 전공노의 순기능을 역설했다. 그는 법으로 할 수 없는 것들, 공무원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에 전공노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 사무실 폐쇄하고 탄압 거셀수록 전공노 더욱 단결할 것 사무실 폐쇄와 관련, 권 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하면 더 잘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무실 폐쇄조치 때문에 공무원이 더 단합하고 있습니다. 보수언론은 전공노 탈퇴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조합비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탈퇴서 낸 조합원이 한 명도 없는데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탈퇴서는 위에서 억지로 강요해 단체로 탈퇴서를 보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부당노동행위입니다.

본인이 탈퇴하려면 가입 때처럼 본인이 탈퇴하겠다고 해야지, 탄압해서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며칠 전 국민일보 사설에 전공노가 이번에 5만 3,000여 명이 탈퇴하고 연말까지 3만 명이 탈퇴한다던데 어디서 그런 수치를 지어냈느지는 위원장도 모르는 일입니다” 현재 행자부는 전공노 탄압에 힘쓰는 지자체에 국민의 세금인 교부세를 인센티브로 주는 방식과 전공노 사무실 폐쇄를 수행하지 못하면 부단체장 대기발령 하겠다는 엄포로 전공노의 목을 죄고 있다. 그러나 권 위원장은 아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고장 보내고 올해 초부터 준비했겠지만, 생각보다 잘 안 될 겁니다. 사무실 문만 닫는다고 되겠습니까? 사람들 정신이 그대로인데. 전공노 활동은 정치적이고 계산적이지 않아요. 고위직처럼 밥그릇 지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부가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권 위원장은 이번 싸움에서 반드시 전공노가 승리할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이런 탄압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희생이 따르겠지요. 하지만 탄압의 뒤를 이어서 우리 후세대와 전체 노동진영에 힘을 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 CNBNEWS 김기중 기자 www.cn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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