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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혁신은 투쟁!! 동의

 "진짜 혁신은 투쟁, 산별연맹에 책임 물어야"
[인터뷰]한석호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 집행위원장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그래고 입에서는 육두문자가 절로 나온다. TV에 노무현 얼굴만 나오면 이젠 TV를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일어난다..(중략).. 나의 진짜 화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 때문이다.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무기력한 정파들 때문이다. 물론 전진도 결코 예외일 수는 없다"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의 주요 의견그룹 중 하나인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의 한석호 집행위원장은, 요즘 공식·비공식적인 회의석상과 지면에서 부쩍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는 "연맹단위들이 (총파업 조직화에)편차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이제 얘기를 꺼낼 때가 되었다"고 각 산별연맹의 책임론을 꺼내놓기도 했다.
  
  그의 말마따나 한미FTA는 눈앞에 있고, 포항의 투쟁은 고립되고, 평택의 투쟁은 묻혀가고. 오늘의 답답함과 무기력함은 진보운동진영에 몸 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공덕동에 위치한 10평 남짓한 <전진> 사무실에서 한석호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포항건설노조 투쟁만이 아니라, 지금 민주노총은 뭘 해도 잘 안되는 것 같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안은 다양하게 많은데 투쟁은 각 사안사안으로 분산되어 집중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조건이 있으나, 그것이 '이유'라고 하기에는 주체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민주노동당의 무기력은 지방선거 때부터 주욱 이어지고 있는데, 상반기에 지방선거 준비에 모두 매달렸던 문제와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그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는 전당적으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무능함을 보여 왔다. 
   
    
  

 민주노총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진보진영이 처한 제반 조건을 보면, 결국 민주노총이 얼마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있는데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대중은 거의 방치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사업들을 못했고, 지금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실수에 대한 비판 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를 중심으로 전진 노힘 해방연대 등 노동조합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의견그룹들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타개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민주노총 내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조치들은 어떤 것일가?
  
  민주노총 지도부가 먼저 가닥을 잡을 필요가 있다. 첫째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의 전술적 오류에 대해서 솔직하게 인정하고 더 이상 민주노총 내부를 그 논란 속으로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 둘째, 한국노총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자. 투쟁과정에서 공동의 성명서를 내고 집회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노총을 통합의 대상이니, 특별한 사안도 없는데 공조의 대상이니 말하는 것부터 정리해야 한다. 세번째, 로드맵이건 비정규법안이건, 한미FTA건 개별·분산화 되어 있는데 이것을 모으기 위해서는 요구들을 하나로 주욱 나열하고 집회한다고 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전농, 그리고 분노한 대중들이 '맞다'면서 하나로 모아갈 수 있는 지점, 바로 노무현 정권퇴진 투쟁이다. 서서히 분위기는 무르익어간다. 한미FTA 체결하면 '퇴진'을 걸겠다는 식의 뚱딴지 같은 소리 하면 안된다.
  
  "범좌파는 자포자기" "날카로운 성명서로 역할 다 하는 것 아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참 속편하고 쉬울텐데, 그것은 솔직하지가 않다.
  
  그렇다면 나머지 전진이나 노동자의힘, 해방연대나 이런 정파조직의 활동가들은 편안한가? 사실 그런 단위들도 한편으로는 무기력증에 빠졌고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자포자기한 면이 있다. 날카로운 성명서 내고, 전진도 마찬가지다, 문제제기한다고 자기 역할을 다 하는 게 아니다. 범좌파도 조직 내부 문제나 조직을 건설하는 문제에 초점이 가 있고 대 자본, 대 정부 전선에 소홀했던 것 아닌가. 투쟁의 상황 상황에서 조직하면서, 민주노총이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제안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집행부 만이 아니라 나머지도 반성적 평가가 필요하다. 정파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이나 당의 지도부가 제대로 못해서 운동이 엉클어지면, 다른 정파가 반사이익을 얻는 게 아니라 같이 망하게 된다는 것. 최근 보여지는 현상이 잘 말해준다. 
   
    
  
 

 -최근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주최의 토론회에서 '각 산별연맹 집행부에도 투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나의 소신이다. 많은 자리에서 얘기를 했는데, 화답은 없다. 노동자의 힘 조차 화답하지 않는다. 전진을 포함해서 모든 정파가 솔직하지 않다. 나는 운동을 그렇게 배워왔다. 입으로 하는 운동은 총 대포도 쏘고 알카에다도 될 수 있다. 핵심은 가투와 파업이다. 이 두 가지를 책임있게 못하면서.. 아예 동의가 안된다. 심각한 문제다. 파업 안하려 하고 조직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총파업'이란 내건다. 이런 총파업은 스스로와 대중에 대한 기만이다.
  
  '우리는 아직 조건이 안 된다'는 얘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얘기. 실제 조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매번 똑같다는 거다. 그런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져야 하는데 항상 그 자리에 멈춰있다. 민주노총이 파업을 하면, 자기 연맹은 항상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래서는 노동운동에 전망이 없는 거다. 금속이 어렵게 총파업을 하면 나머지 연맹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금속이 조금 더 치고 나가면 다른데도 치고 나올 거다. 그래서 2-3년 더하면 40만이 되고, 80만이 된다는 전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왜 반응이 없을까?
  
  두가지다. 실리주의 입장에서 동의를 안하는 것과, 그렇게 하면 자기 정파를 향해서 싫은 소리를 해야 하니까. 금속도 이미 관성화되어 가고 있다. 2-3년 후면 10만 총파업이 불가능한 시대가 올 수 있다. 질타해야한다. 민주노총이 파업 지침 내렸는데, 왜 너는 총파업 못하냐고.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다른 정파에 돌리고. 지도부에게만 돌린다. 좌우 똑같다. 금속은 그래도 파업을 하기 위해 집행부가 치열하게 조직하고, 설사 파업 한번 하고 사업장이 쪼개지는 일이 있어도 함께 가려고 하니 되는 거다.
  
  직선제 얘기하지만, 사실 그건 혁신이 아니다. 투쟁이 혁신이다. 직선제에 찬성해 준 건 이제 지긋지긋해서다. 다른 혁신은 얘기도 안되고 매번 혁신 얘기만 나오면 직선제 논란으로 볼 장을 다 보니, 찬성을 해 준 측면이 크다.
  
  당 선거에 대해서도 나는 직선제에 동의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직선제의 병폐로 빠져가니.. 우리는 운동을 시작할 때, 직선제와 형식 민주주의의 함정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스탈린주의를 비판하다보니 역편향이 생긴 거다. 
   
    
  

 혁신의 핵심은 투쟁을 조직하는 거다. 관성과 타성, 적당주의에 빠져있다. 민주노총 총파업에서 우리는 이 정도 수준이면 된다는..
  
  한 발 더 나아가면, 좀 더 과격하게 보자면, 산별 질서는 두 개면 된다. 제조와 서비스. 그래야 투쟁도 힘있게 할 수 있지, 지금같은 16개 산별은 문제가 많다. 또 80만 총파업과 관련한 의견그룹들의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드러나는 현상이 침묵이 카르텔이다. 철폐연대 토론회에서도, 사안을 놓고 보면 격론이 벌어져야 했는데, 답답하니까 다들 침묵했다.
  
  "대의원대회 끝나면, 각 정파조직 만날 것"
  
  -<전진>에서 각 정파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들었다.
  
  의견그룹 간 주장만 있고 대화는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고민에서다. 쪽수로 해결하는 방식, 표결로 해결하는 방식 특히 이수호 집행부 시절이 그랬다. 당도 1기 최고위원회 이후의 현상이다. 풀어야한다. 정파들이 순기능을 하도록. 모든 대화 통로가 막혀있다. 일본이 그래서 망한 거다.
  
  -대화가 전혀 없나?
  
  아주 일부다. 그러나 대화테이블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대응할 일이 있을 때, 그리고 선거대응 때 뿐이다. 단적인 예로 상설연대체 추진을 보면. 논쟁은 추진 아니면 막는 것으로만 된다. 대의원대회가 끝나고 만날 것이다.
  
  특히 노사정 대화로 격하게 싸우고 나서 더욱 그런 상황이 됐다. 서로 주장이 있으면, 긍정적 부분들을 하나로 모아서 사업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이게 전혀 없다. 당은 그래도 좀 나아졌는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나 중앙위에 가 보면 논쟁만 하다가 숫자로 결론이 나고, 내용적 민주주의가 상실되어 있다. 연맹 단위 지도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정파들은 노선을 둘러싼 경쟁의 대상은 맞는데, 적은 아니다. 노선 경쟁은 비적대적 모순이고, '내가 이겼다' '니가 이겼다'가 아니라 상호 변증법적 통일로 가야 하는데. 경쟁이라는게 이기는 거냐 지는거냐 자꾸 이렇게 생각되는 측면들이 많다. 현장에서도 그렇다. 금속에서 산별노조를 추진하는데,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여기 동의하게 되면 무슨 파의 성과가 되는 거 아니냐' 최근 민주노동당이 제기한 국민투표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만 좋아지는 거 아니냐. 이런식의 말도 나온다.
  
  -정파 테이블 구성 제안은 예전에도 있었던 걸로 안다. 이번엔 잘 될까? 
   
  

  이제 조건도 됐다고 본다. 역으로 더 이상 이른바 '노사정 교섭전술'을 적극 고려했던 동지들도 많이 깨달았을 거라고 보고, 한국노총과 관련해서도 많이 해소됐다. 당면 투쟁을 풀어갈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집행부도 노무현 정권 퇴진, 한국노총 해체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상설연대체도 처음 던져진 의식 수준에서 서로 정리가 됐고, 남은 쟁점은 한 가지다. 민중연대 강화냐 새로 띄우는 것이냐. 강령과 관련해서는 쟁점이 있지만. 연대 운동을 주도하는 동지들도 더 이상 상설연대체를 어느 한 정파의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했고, 그러면 이제 대화할 수 있는 거다. 무슨 성명서 내고 공개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계획이다. 일단 만남들을 가지면서 비공식 대화를 계속 하면서, 일치가 되면 이렇게 해 나가겠다고 밝히는 게 낫다.
  
  세계 운동사에서도 실제로 정파 간 의견그룹 간 대화가 없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일 것이다. 90년대 전국연합 시절에도 대화하고 붙을 건 붙고 공개적인 과정이 있었는데..
  
  -노사정대표자회의 결과는 어떻게 보나?
  
  결과가 다 보여주지 않는가. 전술적인 노정, 노사, 노사정 대화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들이미는 상대방과의 대화는, 해봐야 성과는 못내고 내부 혼란만 가져온다. 투쟁력 올리는데 일조하는 게 아니라, 반대의 효과를 낸다.
  
  구체적 상황에서 보면 세 가지 조건이다. 노사정 대화가 의미를 가지려면 하나는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세력이어서는 안된다는 것. 두번째는 진보정당이 일정하게 힘을 가져서 뒷받침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1기 노사정위 합의가 경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필요한 것만 써먹고 아직도 나머지는 안되고 있다. 또한 노동계급의 투쟁력이 판을 뒤흔들 정도는 되야 유의미하다.
  
  어쨌든 이제 더 이상 노무현 정권 하에서는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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