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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6호] 자본주의 체제 위기와 세계 자동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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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체제 위기와 세계 자동차산업

 

 

이민수


 

 

  세계경제 위기로 자동차산업은 특히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2008년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 세계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 모두가 조업단축과 정리해고(감산, 감원), 직장폐쇄를 단행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이자 최대 다국적 기업인 제너럴 모터스(이하 GM)가 파산 지경에 이르자 미국 정부는 GM 살리기를 위해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붓고 필사적으로 개입했다.

 

  'GM 살리기’라는 이름 아래 당시 GM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공격은 세계 자동차산업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을 향해 자행되었던 공격 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것이었다. 시간 순서에 따라 당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구조조정 공격을 살펴보면, △유럽 2대 자동차회사인 푸조·시트로앵(PSA)은 2008년 3억 4300만유로(약 4천 9백억원) 손실을 이유로 2008년 말 3천명을 정리하고, 2009년 초에 다시 1만 1천명 정리해고를 추진했다. 그리고 2012년에도 최대 5천명 감원 계획을 밝혔다. △ GM은 2009년 2월 전 세계 14개 공장 폐쇄와 4만 7천명 정리해고를 발표하고, 딜러망을 약 39% 축소, 전 세계 종업원 2만 2000명 해고 등 일사천리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였고, 현재도 추진 중에 있다. △일본 닛산은 2008년 초부터 2009년 초까지 전 세계 종업원 2만명 정리해고 계획을 추진하였고, BMW는 8천명, 크라이슬러, 도요타, 포드는 각각 3천명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피아트가 정부에 구제기금 지원을 요구하며 만일 지원이 안 될 경우 6만명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가장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들이 입지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에서 자본가들과 각국 정부, 그리고 개량주의 정당들과 노동조합 관료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건실했던” 그들 국내 산업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와 미국 시장의 붕괴 때문에 심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들은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와 엄청난 구제기금으로 자국 산업 살리기를 하여 시장을 “왜곡시켰다”며 비난했지만, 그들 역시도 자국 제조업 구제기금으로 수십억 유로 또는 수백억 엔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세계 자동차 독점자본들은 다국적(多國籍) 자본이지만 그렇다고 국적이 없는 것이 아니다. 본사는 대부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이들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모두 자국 자동차 독점자본을 위한 공황 구제책과 각종 자동차산업 정책을 앞 다퉈 시행했다. 프랑스는 르노와 푸조 시트로엥에게 거액의 구제금융을 지원했고, 독일과 일본은 보조금을 지급하여 국내 자동차 가격을 낮춤으로써 수요를 촉진하는 부양책을 실시했다.

 

  말로는 세계경제 파국을 막기 위해 국가 간 협력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떠들면서도 결국은 주요 제국주의 나라들 모두가 자본주의 체제 위기 속에서 경쟁적으로 자국 자동차 독점자본의 파산을 막기 위한 국가 개입과 지원에 주력했다. 이 가운데서도 미국은 특히 더 그러했는데, 산업공황이 전 세계를 강타하기 이전부터 이미 자국 자동차산업이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에 이미 GM은 380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 같은 다국적 자본이 판매대수와 영업이익에서 기록적인 증가 실적을 발표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과 독일마저도 세계경제 위기에 휩쓸려 들어가면서 미국 자동차산업만이 아니라 세계 자동차산업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글로벌 신용경색은 자동차산업 공황의 뇌관에 불을 붙인 것일 뿐, 그 뇌관 자체는 장기적으로 누적되어온 ‘자본의 과잉축적 위기’이다.

 

  지난 산업순환 확장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에 이미 2천만대 이상 자동차 과잉설비가 갖춰졌고, 2백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과잉생산 됐다. 모든 주요 자동차회사들이 어떻게든 이윤을 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공장 설비를 갖춰서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말하자면 불변자본(또는 ‘고정자본’) 양이 자동차산업의 노동인력(가변자본)에 비해 그 불비례가 매우 높았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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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1990년대에 자본가들은 과잉생산 문제에 대처한다면서 생산성 제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 연장, 인력 감축 등을 가차 없이 밀어붙였다. 모듈화 아웃소싱, 부품사 통폐합 및 전문 대형화를 통한 독점화, 완성차 독점자본들에 의한 부품사 단가 후려치기 등도 이 시기 자본가들이 과잉생산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자동차산업 과잉생산 · 과잉축적 위기가 투기호황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해 일시적으로 완화되었다. 무엇보다도 투기호황과 이로 인해 고임금 노동자들 및 중간계급 소비자들에게 저금리 신용대출이 확대됨에 따라 자동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여기에 기름값이 낮은 수준으로 이 시기에 묶여 있던 요인도 한 몫 했다. 게다가 거대 자동차회사들은 국가로부터 세제 혜택과 가격 지원도 받았다. 그러나 시장 확보를 위해 날로 격화되는 경쟁 압박이 끊임없이 노동자 착취 강화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 시장 가격 경쟁이 파멸적인 제 살 깎아먹기 수준으로까지 치달으면서 발생한 자본 위기를 온통 노동자에게 전가했다.  

 

  이 누적된 모순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터져 나왔다. 현 자본주의 위기의 일부로서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오직 과잉자본의 대대적인 파괴 말고는 자본주의 체제의 틀 안에서 달리 해결책이 없다. (이 과잉자본의 파괴는 추상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동차회사들의 주가 폭락 같은 장부상의 감가 손실만이 아니라 기업 도산과 직장폐쇄로 인한 대규모 정리해고 같은 노동자들의 피눈물과 ‘사회적 타살’이 수반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의 자본들이 어떤 자본인가? 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다이믈러 벤츠, 르노, 푸조 시트로엥 등은 미국 · EU(유럽연합) · 일본 등 세계 최대 제국주의 열강들의 자본 가운데서도 중핵 부문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질서에서 상징성을 가진 자본들이자, 실로 20세기 초 이래 제국주의 시대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생산 시스템의 전형이 되고 있는 자본들(예컨대 포드주의와 도요타주의 등)이다.

 

  이와 같이 제국주의 심장부들에서 산업생산의 중핵을 이루고 있는 이들 자본이 지금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들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독점자본들은 또한 확고한 핵심 지위를 갖는 금융자본 부문들 --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제시한 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전자의 우위 하에 융합한 자본 구성 -- 이다. 현 자본주의 체제 위기로 인해 다름 아닌 이들 자본의 미래가 지금 의문에 붙여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그 어느 산업보다도 단연 독점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산업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4개국의 소수 거대 자동차회사들이 세계 생산 및 세계 시장을 자신들 사이에 분할해 놓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 인도 정도가 그 나마 유의미한 자동차 자본들이 살아남아 있거나 새롭게 틈새시장을 비집고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정도이다.)

 

  이들 4대 국가의 자동차 자본들은 이제 새로운 경쟁 시기로 돌입했다. 최강 제국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계속해서 무너져가고 있고 그 헤게모니 유지비용이 더욱 더 과중해져 감에 따라 미국의 선도적 자동차회사들도 글로벌 시장 쟁탈전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 정부가 GM 하나를 살리기 위해 물경 수천억 달러를 주저 없이 퍼다 준 배경이다. 한편 EU 정부들이 -- 그리고 자동차산업에서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독일 자본가계급이 특히 -- 현지 GM(GM EU)에 구제기금을 지원해 주라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오펠/복스홀을 지엠에서 떼어내 ‘유럽’ 기업으로 -- 사실상 독일 기업으로 -- 전환시킨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기까지 한다.

 

  노동조합 관료들과 개량주의 정당들, 그리고 ‘책임있는’ 민족주의 부르주아 정치인들이 집착하고 있는 이런 저런 “해결책”들이란 것은 결국 ‘노사가 협력해서 다른 나라 자동차산업에 대항하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자동차산업 살리기를 위한 이른바 ‘구조재편’이나 ‘구제안’이란 것은 어떻게 자국 자동차 자본을 지원하여 다른 나라 자본을 밀어내고 세계 시장에서 더 큰 몫을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위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국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고통분담’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위기를 전가할 것인가의 문제로 요약된다.

 

  개량주의 정당들과 노동조합 관료들이 지지하는 이러한 자동차산업 살리기 구조재편안이나 구제안은 명백히 자본 살리기/ 노동자 죽이기 프로그램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자본가계급의, 자본가계급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자신의 프로그램을 채택해야 한다. 자본의 위기 전가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나아가 경제위기에 맞서 어떻게 노동자들의 통제 하에 생산과 산업을 재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정치적 프로그램, 즉 위기(공황)에 맞선 노동자 행동강령이 필요하다. 

 

  △ 직장폐쇄, 휴폐업, 조업단축 반대! 정리해고 반대!

      임금삭감 반대! 정원감축 반대!

      노동조건 저하, 노동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 이러한 자본의 공격은 오직 우리의 투쟁을 통해서만 저지할 수 있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파업과 공장점거, 시위와 가두투쟁이 우리의 투쟁 무기이다.

 

  △ 영업비밀 폐지! 회사 회계장부와 투자계획, 소유구조 공개!

 

  △ 자동차산업 구제안 반대!

      자본가들과 대주주에 대한 보상 없는 자동차산업 국유화!
  
  △ 생산 및 산업에 대한 노동자 통제!

      경영참가, 공동결정제, 노사정위 등 노사협조기구 반대!

 

  △ 노동조합의 전투적 재편! 노조관료주의에 반대하는 평조합원운동 건설!


  우리가 현재 마주친 자동차 생산의 위기, 즉 수십 년 동안 누적되어 온 과잉생산 위기는 이 산업의 미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전 세계의 모든 개인들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도록 자동차 생산을 더욱 더 늘리는 것이 이 산업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과잉생산을 해소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이 산업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든 생산을 늘리겠다는 것, 신규 시장을 창출하겠는 것 이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더욱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설사 부르주아 정치인들과 경제전문가들이 급속히 팽창하는 신규 시장을 발견 -- 예를 들어 인도 같은 거대 인구 국가에서 -- 할 수 있을 지라도 이것은 더욱 격렬해질 제2라운드 경쟁을 동반하여 이미 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적 · 생태적 도박을 가열시킬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부 밖에 있는 나라들에서 더욱 더 많은 ‘중산층’들을 자동차 소유자로 전환시켜내는 것이 이들 나라의 빈곤과 취약한 운송시스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자동차산업의 위기(그리고 여타 운송수단 제조업의 위기)는 지금 합리적이고 통합적인 생태친화적 운송시스템에 대한 필요를 절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소유제가 이 문제에 대해 (해결은 둘째 치고) 접근조차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생산과 산업에 대한 자본가적, 사적 소유와 통제가 생산수단의 발전에, 사회의 생산력 발전에 절대적인 족쇄이다. 정말이지 자본주의를 그대로 놓아 둔 채 그 틀 안에서 ‘해결책’이라는 것은 모두가 하나같이 생산수단과 사회의 생산력을 파괴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구조조정과 통폐합, 독점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여 그들의 창조적 잠재력을 놀려놓고 쓸모없는 잉여역량으로 내모는 것이야말로 사회의 최대 생산력을 파괴하는 것이다.

 

  산업의 국유화와 함께 산업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와 계획(planning ; 생산 및 산업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수백만 노동자가 고용되어 있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국제적 생산 사슬(국제 체인망)을 틀어쥐고 생산 전체를 재조직하기 위한 산업 통제와 계획은,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의 족쇄를 끊어낸다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자동차산업에서 노동자들이 획득한 숙련과 전문성은 실로 엄청난 자산이다. 그 사회적 잠재력이 지금 자본주의 하에서 헛되이 손상되고 낭비되고 있다.

 

  노동자의 통제와 계획은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한 가지 문제를 던진다. 누가, 어느 계급이 사회를 재조직할 수 있는가? 오바마 정부든 메르켈 또는 사르코지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또는 민주대연합 정부든 그 어떤 자본가 정부도 이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들 자본가 정부는 자본을 구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좀 나은 다른 자본가 정부로의 ‘정권 교체’ 가 아니라 노동자 정부가 필요하다.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투쟁 속에서 만들어지는 노동자 투쟁기관들, 즉 노동자평의회, 공장위원회, 투쟁하는 노동조합, 그리고 구사대· 용역깡패 · 폭력경찰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될 노동자정방대와 노동자민병대 등의 노동자 대중투쟁기관에 기반을 둔 노동자 정부로 자본가 정부를 대체해야 한다.

 

  이 정부는 그 동안 노동자 민중들을 수탈해 온 금융자본, 즉 은행과 금융회사(각종 펀드, 보험사, 투자사), 증권거래소 등을 수탈할 것이다(그리고 소액 주주들을 보상해 준 뒤 폐쇄하고 단일 국영은행으로 통합시킬 것이다). 나아가 자동차산업 같은 대규모 산업과 국가기간산업을 몰수 국유화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노동자 민중들이 자본주의 위기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고 부자들과 자본가들 자신이 위기의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해서 위기와 공황을 안고 사는 이 경제를 더 이상 이윤이 아니라 인민의 필요를 위해 완전히 재편하고 사회주의적 계획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 것이다.

 

  당장 자동차산업만 보더라도 오늘날 소유와 생산이 국제적 체인으로 엮여 있는 현실에서 이와 같이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하고 자본주의를 침해해 들어가는 투쟁은 그 첫날부터 일국적 경계로 갇혀질 수가 없다. 국제적 수준에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아시아와 유럽과 아메리카 온 대륙을 가로질러 전체 자동차 노동자들을 연결하고 하나로 묶어세우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거대기업들을 접수하고 노동자 통제에 기반한 초국적 해결책을 제기하여 모든 고용을 보호하고 일자리가 아닌 노동시간을 줄이는 투쟁을 국제적 수준에서 전개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투쟁으로부터 만들어 질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에서는 환경 재앙으로부터 우리의 지구를 구하고 전쟁을 영원히 추방하고 가난과 결핍, 억압과 착취와 모든 형태의 차별을 최종적으로 끝장 낼 사회주의적 계획을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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