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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과학기술로 사기 치다.

/* 결론 부분을 바빠서 아쉽게 마무리했습니다. 원래는 과학 저널의 평가 방법인

    동료심사(Peer review)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것에 대한 '최소한의 해결'

    방법중에 하나가 과학저널에 자유로운 '공적 접권'을 허용하는 방법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도 실험되고 있다는점

    그러나 거대 저널(사이언스나 네이쳐지 등)은 이러한 손쉬운 방법을 외면하고

    있고 또 외면할 수 밖에 없다는 점... 이러한 모습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막는다는 점

    등을 지적려고 했습니다. 시간이 나면 결론 부분을 완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놈의 시간!    :> */

 

과학자, 과학기술로 사기 치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116호

 

2002년 미국 벨연구소의 얀 헨드릭 쇤 박사는 네이처지와 사이언스지에 무려 4년 동안 13편의 조작된 사기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황우석 박사도 2000여개의 난자로 실험하였지만 결과는 사이언스지에 2편의 조작된 논문만을 발표하였다. 뉴욕 타임즈 (1995년 12월 20일)는 ‘연구 프로젝트와 논문을 게재하는 과학 저널(논문)이 증가할수록 실수와 조작 같은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고 또 최근 워싱턴포스트지(2006년 01월 15일)도 작년(2005년) 미국의 연방연구윤리국(ORI)에 접수된 조작 의혹의 논문이 265건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과학 기술자들의 사기 논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다.

과학자들이 논문을 조작하는 이유로 미국의 칼텍 대학 교수인 데이비드 굿스타인(David Goodstein)는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 성과에 대한 압박, 두 번째로 올바른 결과를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 즉 적절한 실험을 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실험하지 않고 조작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개별 실험들이 다른 곳에서 정밀하게 재현하기 힘든 경우로 나누고 있다.

이 세 가지 중 첫 번째 경우를 제외하면 논문 조작의 원인을 모두 과학 기술자 개인에게서 찾고 있다. 과학기술자 사회는 그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자의 책임 문제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자칫 논문 조작의 책임을 과학자 개인에게만 전가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황우석박사 개인을 과학계에서 퇴출시킨다고 하더라도 논문 조작과 같은 과학사기 사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과학기술자 사회가 외부 사회와 만나는 지점, 그 중에서 특히 자본과의 관계들을 더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은 크게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초과학 분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응용분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응용과학 분야는 먼 미래 기술과 바로 적용이 가능한(혹은 적용한) 과학기술로 구분된다. 미래 기술의 경우 자본으로부터 상품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인받지 못하면 바로 퇴출되어 버린다. 상품 적용성이 높은(혹은 적용한) 기술의 경우는 자본의 통제아래 강하게 속박된다. 과학사기도 이와 같이 나눌 수 있다.
기초 과학 분야의 경우 ‘허위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혀 있을 때, 먼 미래 기술의 경우 자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할 때(‘자본을 향상 과학사기')와 상품 적용성이 높은 과학 기술이어서 자본의 직접적인 사주를 받을 때(‘자본에 의한 과학사기')로 나눌 수 있다.



허위 이데올로기

허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과학 사례로는 IQ에 대한 연구가 있다. 1921년 발표된 미국 육군의 심리 조사 보고서(PEUSA Report)에 따르면 평균 정신(지적) 연령이 이탈리아인은 11세, 폴란드인은 10.7세 흑인이 10세이고 미국 백인은 13세로 가장 월등하게 나왔다. 인종적으로도 북유럽 인종, 슬라브족, 남유럽 인종 순이었다. 이 보고서는 남부와 동부 유럽인의 이민 제한 강화 및 유태인 이민 금지를 골자로 하는 이민제한법, 출산 장려 및 억제를 핵심으로 하는 건강 복지 정책, 분리 교육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 정책의 근거가 되었다(한국교육신문 1월 21일자). 현재 IQ에 대한 연구는 과학을 빙자한 사기임이 명백히 드러났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유명한 ‘필트다운인(Piltdown Man)' 사건이 있다. 1912년 영국 서섹스(Sussex)주의 필트다운 부근에서 아마추어 화석연구가 찰스 다우슨(Charles Dawson)은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뼈 두 개와 원숭이 같은 턱뼈를 “발견”했다. 영국의 고인류학자들은 즉시 이 화석이 인류의 두개골에 유인원의 턱을 가진 새로운 종에 속하는 원시인류 화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원숭이와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잃어버린 연결고리의 증거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40년 뒤인 1953년에 이 화석은 현생 인류의 머리뼈에 오랑우탄의 턱이 끼워진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토록 오랜 시간 밝혀지지 않은 이유는 영국박물관에서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원인은 따로 있었다. 1924년 다트(Raymond Dart) 교수에 의해 남아프리카에서 발견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의 두개골은 실제 침팬지의 두개골처럼 작았다. 이에 비해 필트다운인은 뇌가 크고 아래턱이 발달하였다. 이 화석은 위대한 영국에서 출현한 커다란 두뇌용량을 가진 인간의 조상이라는 백인 우월주의에 적합했고 인간이 머리부터 발달한다는 관념론을 지지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2000년에 일본에도 있었다. 일본의 후지무라 신이치는 구석기 유물의 발견자로 유명했다. 그의 발견은 일본에서의 인류 거주의 역사를 70만 년 전으로 이끌 만큼 위대한 발견이었다. 그런데 땅을 파헤치기만 하면 구석기 유물을 발견하는 놀라운 황금의 손은 곧 의심받기 시작했다. 결국 이 발견은 후지무라가 몰래 유물을 땅속에 묻고 다시 발굴한 사기 사건임이 밝혀졌다.

군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일본에서 이러한 사기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25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유골을 제시하며 최초의 인류가 중국에서 살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북한의 경우도 상원 검은 모루 유적을 100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남한도 단양 금굴 동물화석을 두고 70만 년 전 유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만 후지무라 신이치의 발견 이전까지 이러한 주장을 할 만한 유적이 없었던 것이다.

좌파 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에 따르면 정보는 우리에게 "문화, 희망, 그리고 기대"라는 필터를 통해서 전달된다고 한다. 흔히 이것을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라고 하는데, 과학적 증거들이 있어서 실제 증거들에 따라서가 아니라 바라는 소망대로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이것이 진리에 대한 관심도 없이 의도적으로 일어난 것이라면 이러한 것들은 잘못된 해석, 왜곡, 속임, 부정직, 또는 전도(perversion)된 진리라고 불린다.

자본을 향한 과학사기

1989년 미국의 유타 대학의 두 화학자 폰스(Stanley Pons)와 플라이슈만(Martin Fleischmann) 교수는 자신들이 저온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논문이 아닌) 기자회견 통해 발표하였다. 일반적으로 핵융합은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이 필요한데, 상온에서도 핵융합이 가능하다는 이 발표는 인류의 에너지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 발표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황우석 박사의 경우처럼 완전한 조작 또한 아니었다. 전기분해 실험에서 상당한 열이 방출되자 이를 핵융합이 일어난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왜 유능한 중견과학자들이 성급하게 주관적인 결론을 내렸을까? 이미 상온 핵융합기술은 물리학계에서는 이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고, 성공한 사례도 전무했기 때문에 이 기술에 대한 불신이 많았다. 그러므로 이들은 자신의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기술이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분야도 실현가능성면에서 불신이 높았다. 그나마 줄기세포 연구는 성체 줄기세포 연구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서로 경쟁하고 있고, 배아줄기 세포 연구는 다시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이들 중 성체 줄기 세포 연구보다 배아 줄기 세포 연구가 그나마 상업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98년에 미국 위스콘신대 제임스 톰슨 박사가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런데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의 경우 인간의 수정란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종교계의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종교계의 반발은 윤리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 연구자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주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황우석 박사는 2004년 인간 체세포 복제를 이용해서 줄기세포를 획득했고, 2005년에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와 함께 성공률도 0.4%에서 6%를 끌어 올렸다는 ‘엄청난 성과’를 담은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곧이어 STEPI라는 과학기술 평가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 연구가 2015년에 20조원이라는 경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눈길을 주기 시작할 즈음 이 모든 것이 사기였음이 드러났다.

이 두 사례는 자본에게 상품화 가능성을 끊임없이 보여주지 못하면 연구비를 지원 받을 수 없는 미래 기술에 해당한다. 만약 이러한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기술자들이 비정규직(계약직)이라면 연구 성과에 대한 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이고 연구 성과를 조작하고자 하는 유혹은 커질 것이다. 또 이들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의 전공과 관련 있는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주식을 보유하거나 창업하였다면 자신이 투자한(설립한) 회사의 미래가치(주가)를 높게 평가 받기 위해 과학적 성과를 조작하고자 할 것이다.

자본에 의한 과학사기

1997년 미국 브라운대학의 부교수이며, ‘로드아일랜드 메모리얼 병원’에서 직업병 담당의사인 컨(David Kern) 박사는 포터킷(Pawtucket)에 있는 한 섬유회사에서 근무하다 폐질환에 걸린 노동자 두 명의 조사를 의뢰받았다. 컨 박사는 지역의 한 섬유공장으로부터 그가 병원에서 치료한 바 있는 폐질환 환자 두 명을 조사하는 일을 의뢰받았다. 그는 150명이 일하는 공장에서 같은 질환에 걸린 6명의 환자를 더 발견하였다. 이 병은 일반적으로 4만 명당 한 명 꼴로 발명하는 병이기 때문에 직업병이 확실하였다. 컨 박사가 이 사실을 논문에 발표하려 하자 섬유회사는 ‘사업비밀’을 빌미로 발표를 막았지만 컨 박사는 언론에 공개하고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결국 그는 대학과 병원에서 해고되었다. 이 경우는 다행히도 과학자가 자본에 반대했기 때문에 세상에 일찍 공개된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1985년 1월 환경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에서 한국의 경남 온산공단 인근 주민 500여명이 카드뮴으로 인한 공해병인 ‘이타이이타이병'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온산 주민들은 1982년부터 팔, 다리,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 크게 번지고 있다고 호소해왔었다. 공해문제연구소는 이 ‘온산병'의 원인이 공단내 비철금속 공장들의 오염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과학자들은 정부와 자본 편을 들었다. 과학기술자들은 너무나 뻔했던 이 병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고(않았고), 그래서 현재까지도 ‘괴질’ 혹은 ‘온산병’이라는 원인 불명의 병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철저하게 은폐되어 과학기술자들의 원인 규명에 정부와 자본이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일부 사례는 자본의 개입을 충분하게 짐작하게 해준다.

실리콘 겔 유방 보형물은 1960년대 초 성형외과 의사에 의해 고안되었고, 1962년 다우코닝(Dow Corning)에 의해서 제품화되었다. 1980년 중반부터 후반까지 실리콘 겔 유방 보형물이 쥐(rats)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점차 피해자가 속출함에 따라 1994년 미국의 피해 여성들은 다우코닝사(社)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실리콘 유방 수술에 대한 논쟁이 한창일 때 마요 클리닉(Mayo Clinic)과 하버드 의대에서는 실리콘 유방 이식술과 부작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직 간접적으로 다우 코닝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는 사실을 숨겼다. 마요 클리닉 연구 결과는 실리콘 유방 이식 수술과 자가면역질환과의 관련성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너무 적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971명의 조사 환자 중에서 이유를 밝히지 않고 149명의 환자를 배제하였으며, 또 발표 시점에 또 73명의 환자 기록을 배제하였다. 또한 유방이식술의 부작용에는 면역 질환이외에도 많은 비정형적인 질병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하버드 의대의 연구결과에서도 유방 이식 수술을 받은 지 40.5년, 37.5년 된 여성들을 연구에 포함시켰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유방 이식 수술의 경우 1962년에 시작했고 그 연구 결과가 1990년에 발표되었기 때문에 가장 오래된 경우가 28년에 해당한다. 또 이 연구에서는 유방 시술을 한지 30일 미만인 환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과학사기의 피해자들

자본을 향한 과학사기든 자본에 의한 과학사기든 이들 두 경우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본가의 이익에 맞추어져 있고, 또 직접적인 피해는 노동자-민중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자본을 향한 과학사기는 상품화 이전에 벌어진 사건이며, 과학기술자 사회 자체적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핵융합기술과 같이 물리나 화학분야와는 달리 생명공학 분야의 경우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루어지 때문에 과학사기 사건은 과학기술자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황우석 사기논문 사건에서도 보듯이 2000여개의 여성 난자를 소모되어버렸다. 그 난자 중 상당수는 불임과 난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것 혹은 황우석 박사의 사기에 속아 ‘자발적’으로 기증한 것이다. 이도 모자라 황우석 박사는 자신의 연구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더 많은 신선한 난자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피해가 큰 것은 자본에 의한 과학사기이다. 상품에 적용된 과학기술은 자본가가 직접 투자했기 때문에 자본가는 기술의 공개여부는 물론이고 연구 결과 조작에 직접 개입한다. 이 경우 자본이 직접 과학사기를 진두지휘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자 사회의 자정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과학기술자 집단과 자본이 단합할 때는 온산병과 실리콘 유방 이식 수술과 같이 이 법적 싸움으로 가거나 미궁 속으로 빠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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