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꼬옥~꼭 숨어라. 노동자가 보인다.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은 이제 일상 속에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길안내 뿐 아니라 과속 범칙금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있다. 휴대폰의 위치기반서비스(LBS: Location Base Service) 등 요즘은 GPS를 내장해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GPS는 내브스타(NAVSTAR : Navigation Satellite Timing and Ranging)라는 위성을 통해 위치를 확인한다. 이들 위성은 2만 200km의 지구 상공에 있는 6개의 원궤도에 원자모형처럼 분포되어 있다. GPS수신기로 3개 이상의 위성으로부터 정확한 시간과 거리를 측정하여 3개의 각각 다른 거리를 삼각 방법에 의하여 현 위치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민간용의 경우 수평·수직 오차가 10∼15m 정도이며 속도 측정 정확도는 초당 3cm정도나 되며,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 천리안(千里眼)의 GPS 기술은 많은 것을 찾아 준다. GPS 칩이 내장된 목걸이와 반지 등을 이용해 잃어버린 아이나, 치매 노인 그리고 애완동물을 찾아준다. 자동차, 항공기, 선박에서는 길을 찾아 주고, 생태연구를 위해 희귀동물을 추적해 주기도 한다. 심심찮게 자살을 막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감시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플로리다 주(2005년)와 위스콘신 주(2006년)에서 성범죄전과자 'GPS 발찌'를 채우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GPS와 같은 첨단 정보 통신 기술을 이용한 상품은 최근 들어 수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CCTV, 인터넷도 있고, RFID 및 IC카드도 있다. 이들 기술들은 점점 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것을 찾고 또 감시하게 설계된다.



 

태생의 한계


1978년 미국에서 처음 발사한 내브스타(NAVSTAR : Navigation Satellite Timing and Ranging) 위성은 군사 목적이었다. 냉전이 한참인 1982년에는 핵탐지 장치를 내장했고 실제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하였다. 1990년대 들어 내브스타 위성 수가 24개로 늘어났고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GPS 뿐만 아니라 CCTV, 몰래카메라, 전자신분증, 생체인식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인터넷도 시작은 군사 기술이었다. 1969년에 미 국방성은 알파네트(ARPANET)라는 컴퓨터 네트워크(망)을 구축했는데, 연구원들과 군납업체간의 정보공유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역시 1990년대 이후 대중화되었고 아주 빠른 속도로 상업화되었다.


잘나가는 첨단 군사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이유는 냉전 종식이 주요한 원인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마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첨단 기계와 같은 고정자본의 비율을 늘여왔다. 그것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의 과학기술 혁명이었다. 그러나 고정 자본의 확대는 생산을 용이하지만 상품의 가치도 하락시켜 장기적으로 이윤율을 감소시켰다. 이로 인해 자본 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치열한 경쟁 속에 자본이 살아갈 방법은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이고(요즘 유행하는 말로 블루 오션(Blue ocean전략)이라한다) 나머지 하나는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것(Red ocean전략)이다.


인터넷, GPS 등의 첨단 정보 통신 군사 기술은 소위 블루 오션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들 첨단 술이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인터넷으로 불어온 신경제의 거품, 이어지는 나노 기술과 황우석으로 대표되는 바이오 기술의 거품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들 기술은 점점 레드 오션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런 첨단 기술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보다 확실한 고객이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고객은 일반 노동자-민중, 자본가들, 그리고 국가(기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 중 자본가와 국가는 군사기술의 특징을 매우 필요로 하는 확실한 고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술은 고객의 필요(needs)에 반응한다.


첨단기술의 고객 I : 국가-정부


 국가라는 개념 자체에서 한 계급에 대한 독재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누구도 완전히 민주화할 수 없다. 국가가 정보 통신 기술의 고객이 되는 경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새로운 시장을 위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감시하기 위해서 이다.


 전형적인 모습은 자본주의가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 볼 수 있다. 최근(2006년 10월) 부시 정부는 테러리스트 활동의 패턴을 찾기 위한다는 구실로 블로그와 E-mail에서부터 정부 문건과 보안 문건에 이러기 까지 광범위한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2001년 9·11테러 이후 소위 '애국법'을 통과시켜 미국 정부의 감시권을 인터넷으로까지 확대 시킨바 있다. 그 결과 연방수사국(FBI)은 법원명령 없이도 인터넷 사용자들의 진짜 신원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또 미국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 NSA)주도하에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의 국가첩보 기관에서 ‘에셜론(Echelon)’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971년부터 도입된 이 에셜런은 전 세계 전화, 이메일, 인터넷 다운로드, 위성송신 등을 포함하여 매일 30억 통신을 가로챌 수 있으며 첨단 장비를 도입해 가장 핵심적인 정보만 걸러 수집할 수 있다고 한다(http://www.echelonwatch.org/) 본래는 테러리스트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에셜론은 그린피스나 영국에 있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같은 그룹들을 모니터하는데도 사용되고 있다.


일본도 지난 2003년부터 총 400억 엔(약 4천억 원)을 투자해서 `주민번호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이 제도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11자리수의 번호를 부여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컴퓨터와 연결해 국민정보 관리를 일원화하였다. 


정보 통신 기술이 일찍부터 뿌리 내려온 한국의 경우는 이 분야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다. 1968년 박정희 군사 정권 때부터 손가락 10개 모두 지문날인을 강요하고 각 개인마다 13자리의 고유번호를 할당하는 주민증 제도를 도입하였다. '간첩 색출'을 위해 도입하였다고 하지만, 이후 독제 정권에 저항하는 노동자-민중을 색출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군사독제가 사라졌다는 지금 순간까지도 이 제도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인터넷 등 정보 통신 기술을 발판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1995년 김영삼 문민정부는 기존의 주민증 제도와 정보 통신 기술이 결합하여 노동자-민중의 개인 정보를 전자적으로 통합관리하기 위한 전자 주민 카드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였다. 이때 발표된 전자주민카드에는 주민등록증, 주민등록 등초본,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정보, 인감 및 지문 등 6개 분야 총 42개의 정보가 저장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자주민카드를 반대했던 김대중 대통령(국민의 정부)이 당선되자 이 사업은 전면 백지화 되었다.


국민의 정부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을 플라스틱으로 교체하면서 또다시 10손가락 지문 날인을 강요하였고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 하였다. 그리고 2001년에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구축해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시 도 교육청으로 이관해서 통합관리하려고 한 바 있다. 교직원 노동조합과 인권 사회단체에서 강력하게 반발하자 2003년에 교육, 학사 입(진)학 등의 분야를 분리하고 나머지 24개 영역을 NEIS로 운영하기로 합의하였다.


 참여 정부에 와서는 오히려 과거 전자주민 카드 부활을 꾀하고 있다. 노무현 참여 정부는 ‘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주민등록증 발전모델(2006년)’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주민등록증을 IC칩을 장착한 스마트카드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행되면, 지하철, 버스, 현금카드 인출기, 주민등록 등초본 발행기 그리고 병원 등 현금거래를 하거나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모든 곳에 스마트카드 리더기가 설치될 것이다. 이 스마트카드 리드기는 중앙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기관(예를 들어 경찰, 공무원)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특정 개인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 통합된 데이터베이스가 유출될 때의 위험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가 끈질기게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이유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위험수위이거나 이 자본주의 시스템이 더 이상 노동자-민중의 안정된 생존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이유는 자본이 신기술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안정적인 발판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전자주민증의 장당 가격은 1만 원 정도이므로 2009년쯤 발급대상 인구를 4000만 명으로 보아 소요예산을 5000억 원가량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규발급과 재발급을 포함하면 해마다 200만장 정도가 새롭게 필요하므로 끊임없이 매출을 일으키는 신통한 요술방망이인 셈이다. 전자주민카드의 필요를 강하게 주장하는 곳은 한국조폐공사 컨소시엄인데 여기에 삼성에스디에스 등 대기업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고객 II : 공장-자본가


공장(작업장)은 노동자-민중들이 삶의 중요한시기를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공장이라는 곳은 좀 이상한 특성을 가진 공간이다. 21세기에 부자 세습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도 하며, 중요한 의사 결정권은 한 사람, 혹은 돈을 주고 구입한 표(일명 주식)가 많은 사람에 의해 독단적으로 결정된다. 불행히도 노동자는 이러한 고약한 공장(회사)에서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자유밖에 가진 것이 없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은 '자유 의지(?)'대로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상품처럼 판매해야 한다.


문제는 노동자의 노동력은 일반 상품과 같이 구매되지만, 인간과 분리할 수 없는 독특한 상품이며, 계약된 시간동안 노동량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본가는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노동력을 뽑아내고자 하지만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재충전하며 보다 인간다운 생활을 추구하고자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공장 속에서 자본가는 자연스럽게 노동자를 '통제'하고 '관리'할 필요성(욕구)을 느끼게 되고, 첨단 감시 기술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2004년에 미국의 모바일 트래킹 업체인 조라(Xora)는 넥스텔 GPS폰 용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당시 1600여개 기업들이 이 서비스를 신청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적 있었다. 이 서비스는 직원이 허용구역을 벗어나 술집이나 공원 같은 제한구역으로 진입할 경우 사무실에 경고를 보내는 기능이 있다(ZDNET 2004년 10월 1일) 미국의 경우 GPS 기능이 가능한 휴대폰을 7천여 개 기업들이 구매해 수만 명의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으며(USA Today 2006년 8월), 해마다 감시 장치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늘어나고 있다(표 1참조)

부문

항목

2001년

2005년

컴퓨터

웹사이트 감시

63%

76%

컴퓨터 파일감시

36%

50%

E-mail감시

47%

55%

전화

전화사용 시간 번호감시

43%

51%

 

녹음된 내용감시

12%

22%

CCTV

노동자 

15%

16%

 

 표 1. 2001년과 2005년 노동자 감시 비교. 자료: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 2001년 435개, 2005년 526개 기업 대상

 

대규모 공장 제도가 발전하던 19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장인의 기질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숙련 노동자를 통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들에게는 기술 숙련도만큼 상당한 권한과 작업상의 자율성이 인정되었다.


오늘날과 같이 공장이 "병영적 규율이 만들어져 이 규율이 감독 노동으로 발전한"공간이 되어 버린 것은 19세기말 테일러주의(Taylorism) 노동관리 방식과 포드 주의 생산 방식이 등장하면서 부터이다. 이때부터 소위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학적 관리'가 시작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과학적 방법‘이라는 것은 보통 사건을 분석할 때 그 원인을 독립적인 최소단위로 나누어, 각각의 특성을 분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원인을 그 최소단위로만 해석해 버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위장이 나빠서 찾아온 사람에게 위장과 인간을 분리해 생각하고 다시 위장에서 박테리아균을 찾아낸다. 그리고 대응책이란 단지 그 박테리아를 없애는 일이다. 그러나 환자는 의사가 처방한 약만 먹다 간이 나빠져 다시 병원을 찾게 되거나 내성이 생긴 변형된 박테리아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과학이란 그 박테리아가 생긴 원인이 무엇인지, 그 속에 환경적 사회적 영향은 없는지, 그리고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한 처방이 다른 장기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등은 복합적인 분석을 필요로 한다. 노동자의 노동을 일면적으로 분석한 테일러 주의도 마찬가지의 부작용을 낳게 된다.


테일러주의의 과학적 관리의 핵심은 구상과 실행으로 분리(소수 관리자에게로의 모든 지식과 정보의 독점)해 노동자들의 숙련을 제거하고 이 중에 구상 기능을 관리 영역에 두어 공장 관리를 재조직 하는 것이다. 여기서 숙달을 숙련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숙달은 주어진 일을 문제없이 단순 반복적으로 수행해서 몸에 익숙해진 것이고, 숙련은 변화와 이상에 대한 대처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오랜 시간 누적적으로 축적되며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말한다.


또 분리된 실행영역을 완벽하게 통제하기위해 노동자의 신체 및 도구 공구 등을 분석할 수 없을 정도까지 미세하게 분할해서 관리자들에 의해 최적의 상태로 재조직 한다. 심지어 정신까지 분석해서 노동과정에서 일체의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한다. 이를 통해 작업 순서도, 공정도, 표준 동작 및 작업 기준들이 관리자들에 의해 구축되었다. 노동자의 통제를 위해 의사 결정에 있어 강력한 중앙집권화와 노동의 광범위한 분업체계가 확립된다. 맑스의 말대로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래 공장은 보다 완벽한 통제를 위한 사용자와 노동자들 사이의 전쟁터가 되었다.


테일러주의의 완벽한 통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상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일정 몫을 노동자들에게 제공해주는 타협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이윤율 하락으로 이 타협안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었다. 결국 테일러주의적 관리와 통제 기제들은 노동자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고 더 이상 생산력 증가를 기대하며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팀제와 같이 '유기적' 조직과 스스로 '책임자율성' 을 갖는 통제 방식이 등장했다. 이는 노동에 있어 구상과 실행을 일정 부분 통합하고 노동자들에게 자유재량권을 일부 양도해 주고 있다. 이것을 노동자 저항에 따른 자본가들의 양보로 볼 수도 있고 또 노동자가 노동과정에 의식적인 참여를 증대하고 저항의 요소를 더욱 강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 GPS 등 정보통신 기술이 감시 기술로써 자본가들에게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상당한 통제 능력을 부여해 주고 있다면 이야기는 틀려진다.


전자 판옵티콘


기존의 통제 방식이 작업반장이나 감독에 의한 수동적 통제 방식이라면 정보통신 기술은 자동화된 통제 방식을 제공한다. 자동화된 통제 기술은 자본이 원하는 모든 기능을 쉽게 구현하게 한다. 우선 24시간 감시가 가능하며, 선택적으로 감시 장치를 보이게 하거나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전화, 인터넷, CCTV 등 이미 일상화된 전자 장치들을 서로 연결해서 네트워크화 하고 다시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자본가가 감시 장치를 은폐하는 경우는 보통 국가가 선진 노동자-민중을 감시하는 경우와 유사하다. 2004년에 삼성 SDI가 ‘친구 찾기‘라는 이동통신사의 위치추적 서비스를 이용해서 '일반 노조위원장' 등 6명을 감시한 사례와 같이 노조 설립을 방해하거나 기존의 민주 노조를 와해할 목적이 있을 경우에 사용한다. 이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사회단체에서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사용자는 전자장비에 의한 감시기법을 도입할 때 사전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해당 노동자에게 제시해야 하고 △사용자는 감시기법을 도입할 때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법을 통해야 하며 △도입을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사실상 이 주장은 전자 감시 장치의 도입을 오히려 합법화 시켜버리는 역할을 한다. 자본가가 감시 장치 도입할 때는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기도 하지만, 기입비밀 보호라는 명목으로 (CCTV, E-mail 및 인터넷 감시, 전화도청) 혹은 노동자들이 위험에서 방지하기 위해서(CCTV) 때로는 경영혁신 혹은 업무 성과를(ERP, 타코미터, GPS) 위해 혹은 감시 인력(관리 인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에 도입된다. 또 극히 제한적인 영역(?)(화장실 제외, 휴게실 제외, 노조사무실 제외)에 설치된다. 사실 인터넷과 같은 것은 제한된 영역이란 것이 무의미하다. 그리고 모든 감시 장치들은 노동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곳에 설치되고 감시하고 있음은 사전에 ‘투명하게’ 공지된다.


미국경영협회와 e폴리스학회가 2005년 발표한 '전자 모니터링과 감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526개 기업 중 5%(25개)가 휴대폰을 모니터하기 위해, 8%(46개)가 회사차량을 추적하기 위해 GPS를 사용하며, 약 75%는 직원들의 웹사이트 접속을, 65%는 부적절한 웹사이트로의 접속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감시 형태도 다양해서 콘텐츠, 키보드 사용 및 시간(36%), 직원들의 컴퓨터 파일을 저장해 검토(50%), 이 메일을 저장해 검토(55%)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발신 전화 추적은 2001년도에 9% 였지만 이 보고서(2005년)에서는 51%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한국의 노동자도 이러한 감시 통제 기술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98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는 노동자의 모든 행적으로 추적 감시할 수 있는 RF카드를 도입하였다. 또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DAS라는 작업관리 컴퓨터시스템을 도입하여 생산계획량에 미리 시간․분․초 단위로 책정하여 노동을 통제하였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화장실과 휴게실에 갈 때도 컴퓨터에 입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2003년 7월, <노동자감시근절연대모임>의 발표에 따르면 조사사업장(207개)의 89.9%가 감시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감시방법도 CCTV 설치, 전화 송수신 내역조회, 인터넷 사용 및 하드디스크 감시, 전자신분증 사용 등 이중삼중으로 사용되고 있다.


 제레미 벤담이 19세기에 설계한 판옵티콘(Panopticon)이라는 원형 감옥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깥쪽에는 죄수들의 방이 있고 중앙에는 감시탑이 놓여 있다. 죄수들의 방은 항상 밝게 하고 유리로 되어 있어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감시탑은 항상 어두워, 누가 감시를 하는지 심지어는 사람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벤담의 판옵티콘은 현대 공장(작업장/회사)과 유사하다. 감옥과 같은 골방은 아니지만, 8시간 이상 공장이라는 곳에 갇혀 있다. 그곳에는 전자 감시 장치를 통해 언제나 감시받고 있고, 감시 장치들의 위치는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감시자는 정보통신 기술 뒤에 숨어 은폐되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판옵티콘 속에 죄수들은 설사 감시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항상 감시 받고 있음을 느끼며 생활하게 된다. 항상 감시 시선을 내면화하여 감시자가 없어도 스스로를 규제하며 감시받는 것과 같이 행동한다. 공장의 전자 감시 장치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설사 감시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항상 감시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감시 자체를 내면화 해버린다. 한마디로 알아서 기게 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그런데 전자 감시 장치는 실제로 24시간 작동 가능하며 지역적 한계를 초월하여 모든 행적을 자동적으로 추적할 수 있기에 판옵티콘 보다 오히려 더 엄격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감시 장치가 있기에, 자본가는 노동과정에서 구상과 실행을 통합을 허락하며 팀제, 자율책임자와 같이 노동자들에게 자유재량을 줄 수 있었다. 말하자면 공장은 자율을 가장한 '전자 판옵티콘'인 것이다.


첨단 기술을 통한 역감시-역생산의 전제조건


다양한 경로로 모여진 노동자들의 개인 정보는 자동 분류, 분석 선택되어 간단한 작업지시와 평가 보상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로 자신이 노동한 만큼의 보상을, 즉 '노동에 따른 분배'를 받고 싶어 하기에 CCTV와 같은 감시 장치 설치를 찬성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러나 감시의 목적은 노동에 대한 보상이 목적이 아니라 보다 많은 잉여가치를 만들어 내기위해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가장 강도 높게 노동한 노동자들의 기록은 감시카메라에 생생하게 기록되고 이를 통해 보상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순간일 뿐이고 이후 모든 노동자들에게 그 만큼의 노동은 강요한다.


이것은 '노동에 따른 분배'라는 주장에 깔려 있는 당연한 결론인지도 모른다. 노동에 따른 분배를 위해서는 그 노동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있고, 평가자는 반드시 피평가자를 감시해야 한다. 이렇듯 감시의 문제는 바로 생산의 문제(노동과정의 문제,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노동생산-감시의 악순환을 끊을 방법도 이 관계 속에 있다. 만약 자신이 매우 필요한 물건을 만든다고 할 때, 감시 장치가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생산해야 하는지를 지역이나 공동체에서 토론하고 그 정당성을 생산자와 이용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 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산, 계획에 참여 한다면 감시 장치나 감시자는 필요 없을 것이다. 정보 통신 기술은 감시 장치가 아니라 토론 장치 혹은 의견 수렴 장치로 개발되어 지역 간 차이와 시간적 비용을 줄여 줄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유토피아적라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 공간에 자유-소프트웨어 공동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개발하고 발전하고 있다.


혹자는 이런 식의 생산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예비 상품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쓰레기통으로 사라지는 모습들, 이미 개발된 기술인데도 특허를 피하기 위해 2중 3중의 중복 개발하는 모습들, 수 천 원 하는 식수 문제만 해결해도 수백만 명을 살릴 수 있지만, 부유층의 질병을 치료에만 수 조원의 연구비를 투자하는 왜곡된 기술 생산구조! 이러한 지금의 시스템 보다는 매우 효율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인터넷, GPS 등 첨단 군사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거대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것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자들이 주도권을 쥐고 그들의 의도대로 변형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그들의 일관된 욕구는 노동자-민중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에 있다. 그런데 이들 기술이 시장에서 노동자-민중의 요구를 수용할 때부터 노동자-민중을 위한 가능성을 포함하게 되며, 만약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있을 때는 그 가능성은 증폭된다.


예를 들어, 국가차원에서 혹은 공장 내 도입되는 감시 장치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투쟁은 첨단기술이 감시 장치로 이용될 가능성을 차단한다. 인터넷은 초기 군사 기술로 시작했으나, 상업화되기 이전에 학교와 연구소를 축으로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 악명 높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도 초기 인터넷의 위력을 과소평가해,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이러한 요인들이 인터넷을 다른 첨단기술보다 빠르게 노동자-민중들의 욕구를 수용할 수 있게 하였다.


현재 인터넷은 자본의 개입으로 상당히 왜곡된 모습으로 변형되고 있지만, 때로는 저항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멕시코 농민 반군 사파티스타의 사례는 정부군을 감시한 모범적인 사례로 소개된다. 그들이 Fax를 통해 자신의 소식을 좌파 언론에 전달하면 이들 언론기관과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에 전송되었다. 멕시코 정부의 허위 정보와 정부군의 유혈진압은 인터넷을 통해 고발되어 수많은 주목과 연대를 이끌어 내었다. 이러한 사례는 가까운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학교 내 교사의 폭행을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인터넷에 고발하는 학생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이것을 ‘역감시’라 부른다)


또 인터넷은 아직 토론과 공유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생산자 스스로 필요한 기술을 생산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공동체(자유소프트웨어 공동체)도 있어 자본과 대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음악, 영화, 책 등 무차별적으로 공유하며, 요즘은 디지털카메라, 캠코더를 통해 직접 콘텐츠를 창작한다. 이를 UCC(User Created Contents)라고 한다(이것을 ‘역생산’이라 부르자). 이들의 문화는 부족하긴 하지만 분명 변화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들의 문화가 소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그들의 성과가 인터넷 포털 자본의 이익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 이것이 문화영역뿐 아니라 다른 생산의 영역에 까지 확대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자본가와 국가의 감시 장치를 노동자-민중에 의한 역감시 장치로 돌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은 ‘현실 공간’에 자본가-국가를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위협적인 실체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소프트웨어 공동체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이토록 위협적인 이유가 기술적으로 정치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강력한 실체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사파티스타의 인터넷 역감시가 그토록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현실 공간에 투쟁의 구심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레닌이 당시 첨단 통신(?)장치인 전국적 정치신문 [이스크라]를 발간하면서 밝힌 목적을 다시 한 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이 신문을 통해 "동지들 사이의 논쟁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였고,”존재하는 차이의 깊이를 분명히 하고, 모든 각도에서 논쟁되는 문제를 토론하고, 혁명운동의 다양한 견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전문분야‘의 대표자들이 필연적으로 빠지는 극단과 투쟁하기 위하여 모든 사회민주주의자들과 계급의식으로 무장한 노동자들의 모든 견해들이 펼쳐지는 공개적인 논쟁"을 벌여 나갔다, 무엇보다도 그가 정치신문을 발간하려는 주요한 목적은 “공장과 도시노동자들 사이에 강고한 혁명조직을 창출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