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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이주'

우울한 나의 일 이주민센터에서 일 한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초반 다른 업무들 이것 저것 하다가 본격적으로 이주노동자 상담을 한 것은 한 달정도 된 것 같다. 글쎄, 이 일을 시작할 땐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더 잘 알아보자는 생각을 했었고 뭔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겠단 생각에 흥분까지 하기도 했었다. 센터 대표님은 나에게 조금 걱정되는 것이 회사 사장들과 대면해야할 때 그들의 거친 면모에 내가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그런 걱정은 별로 들지않았다. 그거야 같이 소리치면 되는거니까. 내 예상대로 그건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지 않다. 지난주 필리핀 노동자의 퇴직금 때문에 회사 전무란 사람을 만났는데 좀 미숙하게 얼굴을 붉히긴 했지만 당당히 할 말 다 하고왔다. 그런데 (나에게 있어) 진짜 문제는 따로있었다. 내 자신이 자꾸 우울해지고 침울해져 자꾸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듣는 얘기란 것이 우울하고 슬픈 것들이기 때문이리라. 오전에 공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찾아왔다. 확인할 것이 있어서 조금 기다렸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같이 밥을 먹었다. 다친 부위는 이미 보았던 것이었다. 기계에 손이 끼어 오른손에 평생 남을 장애가 생겼다. 퉁퉁 부운 팔이 왼쪽의 두배는 돼보인다. 내 옆에 앉아 밥을 먹는 그 사람. 오른손잡이인 이가 왼손으로 밥을 먹으려니 잘 먹을 수가 있나. 삶은 양배추와 고기, 김치가 놓여있는 상에서 그가 집을 수 있는 거라곤 밥과 국 뿐이었다. 그마저도 밥톨이 후두둑 떨어지고만다. 그의 밥그릇에 고기와 김치를 얹어주고 양배추에 싸서 건네기도 했다. 그런데 순간, 내 가슴이 턱 하고 무너진다. '왜 이렇게.. 왜 이렇게 살아야 해요? 아, 정말...' 혼잣말인지 옆 동료들에게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눈물과 함께 쏟아낸 말이었다. 오전에는 한국인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서 온 중국인 여성과 두 시간이 다 되도록 얘기를 하고 나온 참이었다. 다섯 번 넘게 만나 얘기한 이 여성은 여전히 그 남편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밥을 먹고 내 동료들(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출신 여성 두 분)에게 물었다. '베트남에서보다 더 잘 살려고 온거잖아요? 근데 더 잘 살고 더 행복해요?'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요.' 베트남에서 온 여성들은 자신들이 행복과 돈을 맞바꾸었다 말한다고 했다. 애정없는 사람과의 결혼 생활이 행복할 리 있겠는가? 한국 것만 좋아하고 베트남 음식은 맛도 보려하지 않는, 한 평생 같이 살 생각하는 사람의 문화란 것엔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는 이와 산다는 것이.. 처음엔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었다. 내 관심 분야에서 역량도 키워 조금씩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발을 들여놓자 내 자신이 너무 우울해 견딜 수가 없다. 밖에서 관심 갖고 지켜보는 것과 그들 곁에서 같이 싸우는 것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지만, 이 시기를 잘 넘겨야겠지. 힘내서 부당한 처우 받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지. 고용허가제..이게 얼마나 쓰레기같은 제도인지...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을 할 때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가서 알선장을 받아온다. 그 종이에 다서여섯 군데의 회사 연락처가 나오고 그럼 난 뭐하는 회사인지, 노동자 수는 몇명인지, 한국인은 또 몇명인지 묻고, 급여와 잔업 여부, 이런 것들을 노동자들 대신 전화로 물어봐준다. 그런데 웃긴 것이 이 종이에 나온 회사들은 벌써 채용을 끝낸 곳이 많다. 대체 왜 이런 곳들을 알려주는 거지? 가끔 친구가 좋다는 회사 이름을 알아와 이곳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회사에 연락해서 회사 사장이 고용지원센터에 이 사람 쓰게 해달라고 하면 직접알선이므로 불법이다. 꼭 노동부에서 소개해준 곳에만 가야하는 한계. 겨우 할 수 있는 거라곤 '어느 동네쪽에서 일하고싶어요' 이 정도다. 게다가, 사장 맘에 안들면 사업장 바꾸는 건 꿈도 못꾼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사장이 '너 한번 당해봐라' 이런 심보면 죽은 듯이 일해야한다. 만일 회사를 나갈 때 회사 사정이 아니라 노동자 이유로 퇴사하는 경우엔 사업장 변경 횟수에도 불이익이 따른다. 마석 단속 이렇게 답답한 마음을 안고있는데 마석 소식을 들었다. 아주 싹쓸이를 했더군. 내가 너무 챙피해 얼굴을 못들겠다. 불법체류자들이 주로 사는 지역이 우범지역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좀 작작 하시지. 비자 없이 사는 사람들은 범죄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건가? 끽 소리도 못하고 살 사람들이 시끄러울 가능성이 높다는 억지.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다문화주의' 이런 말을 지껄이며 외국인의 한국 동화정책을 펴고있는거다. 정말 저질이다. 이주. 정말 이주는 이렇게 처참해야 하는가? 물론 산재 생길 수 있지만 작업 환경이 조금 더 좋아서 덜 다칠 수 있다면...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권리를 주어서 양자 모두 합리적인 방법으로 고용하고 구직할 수 있다면.. 이 남편들, 교육이라도 해서 다른 문화 공부 시켰으면 좋겠다. 관계 맺기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이 자기 주장만 하는 이와 어떤 대화가 가능할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이들의 인생이 이렇게 불행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베트남 동료에게 다음에 태어난다면 어느 나라 사람이었으면 좋겠냐고 하자 나라는 상관 없고 재벌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결국, 경제 문제.. 복잡하다. 내가 좀 능숙해져서 대처 능력을 좀 키웠으면 좋겠는데 지금으로선 울분과 침울함밖에 느껴지는 것이 없다. 지금도 수많은 곳에서 불안함에 떨고 있을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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