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시작.

2009/11/10 01:12 잡기장

과외가 끝났다. 생각해보니 정철어학원보다 더 오래 이 과외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년봄/여름사이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했으니, 가장 오래한 알바라고도 볼 수 있다.

 

오늘 낮에 부지런히 가서 사 둔 초콜렛을 마지막으로 주고, 가볍게 수능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그 집을 나오는 데 그 집 대문을 닫아주자마자 뭔가 가슴이 허 했다. 나는 과외하는 아이의 인생이 뭔가 새롭게 시작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쟤는 지금 이 순간 내 인생도 새로운 챕터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겠구나 생각했다.

 

 

과외는 끝났고, 나는 항상 귀찮아하면서 터벅 거렸던 그 집 동네가 우습게도 아쉬워서 몇 번씩 눈에 새기려는 듯이 막 돌아보고, 새삼스레 여기를 1년 반 정도 정기적으로 왔다갔다 했다는 것이 묘하고 그랬다. 

 

 

사실 두려움 보다는, 다음이 뭘까 하는 기대같은 걸 나는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1년반동안 꾸준히 돈벌이가 되어 준 어떤 것이 없어지는, 경제적 지지대 하나가 없어지는 날이었고, 1년 반동안 꾸준히 만나왔던 사람 하나와 또 안녕하는 날이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나는 이제 정말 그림 그리는 것만 남았구나 하고 실감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제 정말 그림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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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01:12 2009/11/1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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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안  2009/11/12 0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번창하세요 소윤님!!!!!
  2. 빵꾸빵꾸  2009/11/12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 감사합니다 권안님! 아름다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