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

2010/07/13 00:54 잡기장

 어쩌면 이제는 자신있게,

 

"나는 그들과 다르다" 

 

라고 외쳐도 되는 때가 온 것 같다. 

 

 

이제는 같아질래야 같아질 수도 없는 

 

이제는 그런 때가 온 것 같다. 

 

 

아니, 진짜 왔다. 

 

 

그러니까ㅡ

 

이제 좀 그냥 내려 놔도 될 만큼 충분히 후벼판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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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3 00:54 2010/07/1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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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2010/07/08 02:38 잡기장

그 미술치료 선생님께 메일을 막 보냈다. 메일을 쓰다가, 이런 메일을 써야한다는 사실 자체에 너무나 짜증과 분노가 나서 진짜 거칠게 쓰고 보내버렸다. 너무 싫다. 내가 왜 이런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고 또 예의바르게 메일까지 써야할까. 정말 똥밟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그 분의 선한의도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었는 데, 결론적으로는 너무나 짜증이 난다. 성찰이 지겹다.

 

 

아 꺼지라고! 

그래 이런 짤이 필요했다..

 

 

 

요새는 리리컬 재즈 댄스를 배우고 있다. 이제 한달, 안무 2가지를 배웠다. 당연히 나는 전문 댄서가 아니니까 잘하진 못하지만, 뭔가 일반 댄스보다 좀더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참 좋다. 그동안 배웠던 것들이 응용되는 것도 좋고, 물론 선생님도 좋다. 하지만 오늘은 중간에 갑자기 부모 생각이 나서 너무 힘들었다. 오늘이 2주동안 배우는 안무의 마지막시간이었는 데, 노래가 굉장히 밝은 가요였다. 사랑에 빠진 상태를 묘사하는 그런 노래라서 안무도 밝은 것이었고... 이번 안무는 시기적으로 내가 너무 힘들 때 배워서 사실 배우는 내내 그 밝음이 원망스러웠다. 내 표정이 간간이 좋지 않아서 내가 안무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실까봐 걱정이 좀 되기도 한다. 아마 오늘은 진짜 그렇게 느끼신것 같았다. 죄송하다. 하지만 내가 제어할수가 없다.

 

오늘은 그래도 저번주보다는 덜 힘들꺼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수업 중간에 더 잘해보고 싶어서, 그러니까 내가 테크닉적으로는 부족해도 뭔가 감정을 더 느끼면서 춤을 추고 싶어서 혼자 아...뭔가 밝은 기억 없나 하고 생각을 시작한게 화근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끔찍히도 즐거운 기억을 떠올릴수가 없었는 지 나중에는 진짜 미친년처럼 눈물이 막 기어나와서 그걸 참느라고 힘들었다. 그러니까, 내 삶에 즐거운 기억이 없다는 게 아니다. 그냥 그것들을 나쁜 기억들이 너무나 강력히 가로막고 있는 거다. 절대 접근을 하지 말라는 것처럼. 예전에 상담에서 나쁜 것들을 다 욕하고 그것이 빠져야 좋은 것도 생각이 난다고 선생님께서 그러셨는 데, 춤을 추다가 젠장 나는 이 독들을 언제 다 빼낼거냐 생각이 들어서 정말 지독히 괴로워졌다.

 

 

내 인생의 최초의 기억인 일본에서 가족들과 살았을 때의 나름 화목.. 이라기 보다 조용히 살았던 그 시간을 떠올렸다가... 처음에는 그 기억을 했다가 가족들 부분에서 윽 해서 친구들과의 재밌던 일들을 기억해내려고 했는 데 그걸 다 부모가 가로막아버린거다. 정말 한 가지도 떠올릴수가 없었다. 단 한 가지도. 너무나 지독하다. 너무나 지독해.  

 

 

 

집에 오는 길에는 좀 더 힘이 풀렸다. 어쩜 이렇게 끝이 없으며, 끝도 없는 게 아니라 이토록 무력하게 습격을 받아서 이렇게 일상의 기쁨을 잡아먹고 무너뜨리는 구나. 나는 그냥 춤출때만큼은 막 행복하고 싶은데. 다 잊고 싶은데... 당연히 그럴수가 없다. 리리컬 재즈를 하다보니 "서정적"이라는 말의 힘인가. 자꾸 감정을 들여다보게 되서 힘든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선생님 앞에서는 정말 더이상 이 지긋지긋한 감정기복의 극을 보이고 싶지 않은 데, 이렇게 여러번 이렇게 끝도 없이 다 보이고 있다. 정말 안되는 걸까. 

 

 

지난 토요일에 펑펑 울고 학원을 나왔을 때 그 선생님과 마주쳤던 것도 너무 싫었다. 그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면 나는 남들 눈에 얼마나 롤러코스터 같을까. 얼마나 주변사람들은 내 기분을 눈치보고 살펴야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낄까. 

 

 

메일을 쓰고 났더니 더 힘들다. 그 미술치료 선생님이 답장으로 또 상처를 주거나 그럼에도 계속 만나자고 할까봐 두렵다. 그리고 그런 걱정까지 해야하는 이 상황이 더 나를 짜증스럽게 하고 눈물나게 한다. 내가 뭐 그렇게 많은거 바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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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8 02:38 2010/07/0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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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 쉬고 싶음.

2010/06/28 02:38 잡기장

미술치료를 받는 내내 나는 쉬고 싶다는 강렬한 메세지를 가지고 있는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 벌거벗은 채 등을 보이고 누워있거나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목이 꺾여 있는 그런 이미지들. 명상을 할 때에도 계속 피곤한 기분과 머리가 무거운 느낌 등등이 계속 되었었다. 그러다가 오늘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쉬고 싶다고 함은, 내가 좀 내려 놓고 싶다는 것은 열심히 분석하고 열심히 치료 받고 열심히 상담받는 일이 아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댄스학원을 통해서 알게 된 미술치료사 분이 원장님을 통해서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씀을 전하셔서 만났었다. 솔직히 반갑고 감사한 마음도 있었지만, 당시 같이 치료를 받았었던 학원의 선생님들은 아무도 다시 만나지 않는 데 나를 만나고 싶다고 지목아닌 지목을 하셔서 나는 조금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학원에서 각종 무드의 롤러코스터를 본의 아니게 다 보여주었었고 선생님들이 내가 심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있음을 대강이나마 눈치챈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할지라도, 이게 우스워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냥 좀 챙피했다. 멍청한 생각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여전히 나는 뭔가 감정을 너무나 드러내거나 무슨일이 있다고 광고하게 되는 나의 얼굴이나 제스츄어에 창피함을 많이 느낀다. 막 미성숙한 것 같고.... 그런 감정을 내보이는 것이 엄청 인간적이라는 거, 어쩌면 엄청나게 건강한거 라는 거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문제 있어요 라고 광고하는 것 같아서 맘이 불편타.

 

 

그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얘기를 듣기 보다 들려주기를 더 많이 하신 다는 것, 특히나 열정적으로 가지고 오신 프린트물들을 거의 그대로 읽으신다는 것 등이 나를 좀 힘들게 했었었다. 솔직히 정말 감사한 일이고 너무나 수고하시는 거 알지만, 모르겠다. 나는 좀 힘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사실 또 그랬다. 나는 운동을 하고 난 다음인데다가 아침만 먹은 상태라서 3시가 넘어가자 너무나 지쳤다. 그리고 운동을 하고 난 뒤 완전 엔돌핀 넘치는 나의 상태가, 그 분이 계속 부모 문제를 자극적으로 짚어내면서 완전히 바닥으로 굴러떨어져서 나는 막 울었다. 그 분은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이 얘기 저 얘기를 하셨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이 솔직히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힘들었다. 부모에 대한 분석이나 그로 인한 영향 같은 것은 건방진 소리일지 몰라도, 나 정말 질리도록 해왔다. 이제는 그걸 어떻게 벗어날까 혹은 어떻게 조금 더 나아질까를 고민하고 싶은 데, 계속 부모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상태에 대해서만 말씀을 하시니까 눈물이 너무 나면서도 막 그 선생님이 얄미운 생각까지 들었다.

 

 

그 분의 요지는 나에게 종교를 권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사실 그것에 대해서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몇달 전부터 계속 종교를 택해서 의지하는 것이 나에게 좋을까 아닐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기에 종교를 권하시는 것이 나쁠 거 없었다. 전같으면 기절하게 싫어했겠지만. 사실 어떤 면에서 동의도 되었다. 상담도 어쨌든 꽤 받았고, 혼자 책 읽고 분석도 지독하게 해댔고, 내 부모가 사과하거나 할 사람들이었으면 애초에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고... 결국 기댈 곳은 종교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 힘들었다 얘기를 듣는 것이. 그게 내 깊숙이에 남아있는 기독교에 대한 반감때문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그 분과 나의 코드가 안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저번에는 그러지 못했는 데, 이번에는 너무나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커서 아프다고 말하면서 그 선생님의 말을 막고 말았다. 그 선생님은 온 몸으로 서운해하고 아쉬워하시는 것 같았다. 본인이 나를 꼭 도와야하는 데 그걸 너무 아쉬워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너무 못된건지도 모르겠지만, 제발 그 곳을 나오고 싶었다. 그렇게 오래 내가 사랑하는 댄스학원에 사무실을 꿰차고 앉아서 다른 분들께 피해를 주는 듯한 느낌도.. 나 혼자만의 느낌인지도 모르지만 너무 슬프고 싫었다. 모르겠다. 그냥 너무 힘들었다. 그 선생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끝내지는 않으셨다. 그리고 매주 만나자고 제안하셨다. 나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싶다고 했지만 선생님은 뭔가 결심하신 것 같아서... 어쨌든 2주뒤에 만나자고, 다음엔 밥도 사주시겠다고 하시며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고 싶어 하심을 피력하셨다.

 

 

그 선생님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상담이나 치료가 "소용없었으니" 종교를 가지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는 것만 같아서 화가 났던 것도 같다. 연애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내 연애상대를 남자로만 국한하는 게 답답했던 것도 같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나를 도와주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 데 이건 내치지 말아야하는 건 아닐까 생각도 했다. 그런 동시에 어떻게 거절의 이메일을 보낼까 문구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받았던 상담과 7주간의 미술치료. 내가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떠앉게 된 관계나 신뢰를 쌓는 문제를 해결해보기에는 너무 짧았던 기간들이었을까. 그러니까, 이 선생님과 좀 더 긴 신뢰관계를 쌓는 모험을 해봐야하는 것일까. 이 선생님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건,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주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 혐오 같은 것이 드러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우린 안 맞는 사람들일까.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모든것이 너무나 토할 것 같이 몰려와서 나는 확 머리를 터뜨려 버리고만 싶다. 나는 어떤 상태일까, 얼마만큼 정상일까. 얼마만큼 비정상일까.

 

 

쉬고 싶다. 이 모든 것에서 쉬려면 여행을 가야한다.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을 하니 바로 돈 생각부터 났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목돈을 금방 버는 것은 영어캠프라는 생각이 들었고 막 찾아봤다. 그리고 혼자 영어면접때 할법한 말들을 웅얼거려 보다가 다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망칠 곳도, 내려놓을 곳도, 쉴 곳도 나에게는 없다.

 

 

답답한 마음. 터질것 같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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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8 02:38 2010/06/2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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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9

2010/06/19 23:33 잡기장

나는 그들의 모든 것을 인간이라고 부르면서 한꺼번에 이해했다가,

그들이 괴물이었으니 나 역시 괴물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곤 한다.

 

손바닥을 종종 펴보면서, 나는 요만한 사람이니까 이 손바닥 만큼만 살자 라고 생각도 해 본다.

 

 

지금의 기분이 좋은 일 뒤 균형을 맞추기위해 불행을 끌어들이고 있는 모습인지

아니면 너무나 당연한 치료가 끝난 뒤에 찾아오는 이별을 충분히 느끼고 있음인지

아니면 그냥 읽은 책 때문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어제부터 눈 아프게 온라인으로 읽기 시작한 노말시티 15권을 이제 다 읽었다.

놀란 것은 이 만화가 1993년에 첫 연재를 시작하고 7년이 넘게 연재를 했던 만화라는 것. 1993년이면 대체 언제였나. 내가 중학교시작할 무렵이거나 초등학교 말. 그때에도 이런 만화에 끌렸다는 것이 어찌보면 참 소름끼친다. 끝부분의 내용까지는 다 기억하고 있지 않아서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굉장히 낯선 기분으로 읽기도 했지만, 몇몇 대사들은 그 당시에도 몇번씩이나 읖조렸던 기억이 난다. 강경옥씨는 이제 나이가 꽤 많은 작가겠구나 생각도 해보고.

 

어렸을 때 좋아했던 것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에 그냥 좋다 거나 우연히 좋아졌다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린시절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여러가지 것들에 해답이나 힌트를 주는 일이긴 하지만, 그만큼 어찌해볼수 없기도 해서 굉장히 힘들어진다.

 

 

주문 받은 그림 2점을 그려야 하는 데, 뭔가 시작할 수 없는 마음상태 이다.

 

나인데 나로서 산다기 보다 뭔가 몸에서 떨어져나와서 나를 느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 손은 너무나 작다. 정말 하나도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도 그렇게 다 잘하려고 했고 다 노력해야할 것 같았고 정말 피해를 주면 안 될것 같았고 정말로 짐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 손으로는 체육시간에 공 하나도 쥐기가 어려웠는 데. 딱 내 손 만큼만 기대받고 내 손만큼만 해냈다면 나는 좀 더 행복했을까.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번엔 장마가 빨리 온다는 데, 걱정이다.

햇빛이 부족해지면 더 힘들어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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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9 23:33 2010/06/1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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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시티

2010/06/18 22:39 잡기장

강경옥은 내가 좋아하는 만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분명히 어렸을 때 노말시티 전권을 사 모았었는 데, 어느 순간에 모두 버렸다. 아니, 종로 집에 있나.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의도하지 않은 어느 시기의 잦은 이사가 책을 사지 않는 버릇을 만들었고, 있던 책들은 버리거나 두고 왔으니까.

 

강경옥 만화의 백미는 역시 심리묘사, 독백 이런거 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아마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노말시티, 이 만화는 굉장히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었다. 이번에 다음에서 강경옥만화를 무료로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라비헴 폴리스를 전에 쭉 봤었는 데 오늘 우연히 눌렀다가 노말시티가 열려있어서 4권까지 쉬지 않고 봤다. 여전히 흡입력있고 흥미롭고 나를 끄는 이야기이다.

 

 

오늘의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만화를 보다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마르스를 동경하기도 하고 동일시 하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어떤 어떤 부분이었는 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사람들은 사실 다 괴물적인 부분이 있는 걸까.

 

 

나의 부모와 나의 공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 손을 석고로 떴을 때 소름끼치게 작았던 내 손은 마치 서커스단에서 학대 받으며 줄타기를 하는 아이의 손을 연상시켰다.

 

 

노말시티. 제목도 어쩜 그렇게 잘 지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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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8 22:39 2010/06/1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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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6

2010/06/06 22:20 잡기장

기분이 자꾸 별로다. 어제 있었던 일이 자꾸 생각이 나기도 하고, 또 영어를 매개로 해서 굴욕적인 일이 생긴것만 같아서 더 기분이 별로가 된다. 살다보면 나쁜일을 다 막을 수도 없는 거고, 나쁜 사람들을 예방할 길도 없는 건데, 뭐 그건 사실 그냥 말이 그런거고 현실에서는 그냥 속만 많이 탄다.

 

 

내가 만났던 모든 서양에서 온 인간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 중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자신감과 사과하기 보다 자신을 보호하는 데 급급한 태도들은 여러번 겪어도 매번 실망스럽다. 이런 사람이 뭐 내 주변에 없다는 게 아니라, 서양애들이 이럴 경우 이 억울함과 열받음 까지도 그들의 언어로 꾸역꾸역 말해야 한다는 것이 더 큰 분노와 응어리를 만들기때문에 더 사람을 환장시킨다.

 

 

여러번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이 그냥 그림만 그려라, 정말로 영어와는 안녕해라 라는 신호들이라는 거 알고 있다. 내가 만나야할 사람, 내가 추구해야할 길 같은 것들에 대한 약간의 힌트라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자꾸 불쾌함이 솟아나서, 그 순간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한 내 자신과도 쉽사리 화해가 안되서 자꾸 괴롭다.

 

 

전처럼 내 자신을 막 다그치는 것은 아닌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처럼 결론을 "영어공부 더 열심히"로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래저래 생각하다보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어처구니 없는 양나라 애들의 테러가 있을 것 같고, 또 이럴 때마다 이런 속수무책을 겪어야 할 것 생각하니 참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서 미리 억울함이 든다.

 

 

잊어야할 것 같다. 그냥 잊자 잊자 잊자. 그래도 아 나쁜 새끼. 진짜 빌어먹게 나뻐 쳐 먹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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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6 22:20 2010/06/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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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kar Kokoschka

2010/05/29 23:36 잡기장

 

 

 

 

 

 

Oskar Kokoschka 의 그림은 좀 뭐랄까... 아 그저 그런대.. 하고 생각하는 순간에 맞다 얘 정말 잘그리는 작가였지.. 꼭 이런 생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게 있다. 모든 그림이 취향에 맞지는 않다. 실제로 보진 못해서 또 직접 보면 어떤 느낌인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까지 접해온 사진들로 미루어보아 붓터치라던가 물감을 쓰는 방식이 항상 취향에 맞진 않는다. 그런데도 어떤 그림들은 정말 너무나 심하게 매력적이라서, 특히 초상화들 중에 그런 작품들이 많아서, 아 저 사람을 정말 만나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초상화를 보는 게 참 재미있다. 그런데 어떤 기법이든 작가든 뭐든 간에 그림이 확 다가올때는 정말 딱 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인 것 같다.

 

색을 참 좋아했던 사람 같은데, 어쩔 때는 너무나 절제를 잘하기도 해서 그냥 실력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꾸 초상화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데, 이상하게 몇달 째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추상 초상화도 굉장히 재미있긴 한데, 형태를 반영한 작업들도 같이 하고 싶다. 근데 참.. 모르겠다. 왜 딱 시작하지 못하고.

 

근데 이니셜이 OK라는 것에서 빵 터진 것은 나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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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9 23:36 2010/05/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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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2010/05/12 00:33 잡기장

 

<최후의 만찬>

2004

 

 

<최후의 만찬-부분>

2004

 

 

<최후의 만찬-부분 :관객참여작>

2004

 

 

너무나 오랜만에 이 사진을 보면서 나는 내 어깨를 쓰다듬는다. 사실은 이제서야 진심으로 수고했다고, 정말 잘해냈다고 말해준다. 6년전에 오늘 같은날이 올줄 알았었다면 나는 조금은 편안하고 조금은 덜 조급하고 조금만 마음아파해도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전기를 빌렸다. 작년부터 꾸준히 읽고 있는 작가 시리즈 중에 하나였다. 르네상스 시대 같은 것은 너무 오래전이라 솔직히 볼 필요성을 거의 못느끼다가 라파엘로를 대강 훑어본 후 다 빈치도 보게 되었을 뿐이었다. 나의 잡다한 관심과 잡다한 기술들을 돌아보게 하는 그의 인생의 잡다함도 묘한 공감대를 주었지만, 나는 오랫동안 최후의 만찬을 잊고 있었다는 것. 그것이 사실 그 책을 읽고 난 핵심이었다.

 

 

운명이라는 것이 있을까. 뭐 그런 거창한 생각도 했다. 2004년에 최후의 만찬을 기반으로 작업을 해보기로 했을 때, 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해서, 또 최후의 만찬에 대해서 뭘 알았던가. 왜 하필 그 작품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 잡다한 삶에 내가 본능적으로 끌려서, 동질감을 느껴서,  그것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런 좀 오컬트적인 생각도 해 본다. 어쨌든 나는 그 작업을 했고, 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손에 꼽는 상처를 남겼다.

 

오늘 내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읽은 것은 얼마만큼의 운명일까. 그 많은 작가 시리즈를 읽던 중에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사실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집어든 것은 얼마만큼의 운명일까.

 

책을 쭉 읽고, 끝부분에 있는 최후의 만찬에 대한 설명들을 보면서, 아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꽤나 잘해내었구나, 아 나는 아무것도 몰랐던 주제에 그렇게 잘해내었구나 하며 혼자 나의 2004년도 작품에, 2004년도의 나에게 감탄을 했다. 뭐 웃기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감탄이 너무나 처음이라 너무나 소중했다. 나는 이제서야 나의 작품에, 나의 용기에 감탄해주었다. 내 작품은 괜찮은 것이었구나. 나의 6년전 작품도, 그 때의 나도 괜찮았구나.

 

 

그렇게 까페에서 혼자 책을 읽고 난 후, 사람들 앞에서 나의 졸업과 관련된 우여곡절을 얘기한 것은, 나의 최후의 만찬과 2004년에 대해서 얘기한 것은 얼마만큼의 운명일까.

 

 

나는 처음으로 가슴과 하나가 되어서 내가 했던 일에 대해서 뜨겁게 지지하고, 내가 겪었던 일에 대해서 담담하게 풀어놓았고,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사람들은 나의 작품을 보기를 원했고, 변변 찮은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 놓지 않은 나는 다음 주에 작품사진을 가져오겠노라고 했다.

 

전 같으면 허영에 쩔어서 무용담처럼 풀어놓았을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절절히 눈물을 흘리고 격한 분노로 풀어놓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적당한 온도로 그것을 풀어놓을 수 있을 만큼, 6년동안 성장했다 정말. 가슴과 하는 말이 어긋남이 없으면서 그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었다. 감사한다. 또 감사한다.

 

 

다시한번 본다. 2004년의 최후의 만찬을. 더이상 이사할 때마다 따라붙는 애물단지가 아니다.

이제부터는 꼭 이 작품을 포트폴리오에 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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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2 00:33 2010/05/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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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3

2010/04/23 00:40 잡기장

올해는 이별이 참 많은 해다. 4월달도 조금있으면 가니까, 상반기가 가고 있는 셈이다.

 

우울증은 이별을 잘 해내지 못하면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감정 하나하나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하나씩 다 느껴주고 가려니까, 지금 만큼은 참 괴롭다.

 

 

창밖을 보다가, 이별이 많으니까 만남도 많을거라고 생각했다. 이별하고 떠난 것들이 남긴 자리만큼 뭔가가 또 와서 들어차겠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정말 마치 오랜 연인과의 이별처럼, 부모와의 이별처럼, 가슴 한 쪽이 훅 내려앉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그렇다. 너무나 확연히 옳은 결정이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결정이라 더 그런지도 모른다.

 

 

엄마와 한 지붕 아래 있지 않아도 되기 시작한 날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으리라. 절대로 이런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으리라. 절대로 흔들리지 않으리라. 간절하고 지나치게 비장하기까지 했던 그 결심들이 지금 떠오른다.

 

이번 이별은 어쩌면 부모가 기른 나와의 이별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일부와의 이별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지말자 그렇게 살지 말자 그렇게 말만 하다가 처음으로 하는 실천인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꽤 오랜시간 동안 나를 증명해주고, 지탱해주고, 설명해주고, 전능감에 한껏 도취되게 해주었던.

 

 

솔직히 망설임은 없다. 준비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그냥 떠나보내는 중이라서, 그게 허전해서 공허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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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3 00:40 2010/04/2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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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2010/04/07 21:12 잡기장

우울증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속으로 다들 다른 생각들을 하겠지.

 

그래서 참 말하기 어렵다.

 

 

 

내 상태가 제일 티가 날 때는 내가 춤을 출 때이다. 이제 1년이 넘게 거의 매일 해오고 있는 운동, 그 일상이 내 상태로 인해 뒤틀어질 때, 그 때가 제일 티가 많이 날 때이다. 그래서 춤추는 곳에서는 숨기기가 어렵다. 나의 표정, 행동 이런것들을 사람들이 금새 알아채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곳의 아무에게도 나의 우울증에 대해 자세히 밝힌 적은 없다. 사람들이 그것에 너무 의식해서 챙겨준다거나 혹은 어쩔줄 모르거나 억지로 기분을 업시키려고 한다거나 할까봐 그런 것도 있고, 그냥 폐 끼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괴롭다.

 

요며칠은 새로운 안무를 머리에 넣지 못했다. 우울증에 수반되는 각종 아픔들, 두통이나 근육통 같은 것으로 인해 평소에 잘 하던 것들도 잘해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고맙게도 일주일이 넘게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아픈 곳이 있다고만 하면 마사지도 해주겠다고들 하지만, 모르겠다. 그냥 말할 수도 없고 말을 안하면 또 괜히 뭔가 미안한것도 같고 묘한 기분을 느낀다. 어쩔 때는 우울증이라고 말하면 관심도 더 받고 사랑도 더 받을까하는 유치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뭐 구리지만 그게 나다.

 

Edvard Munch

Ghosts. Family Scene

1920 Lithograph

 

2-3달 만에 만난 상담 선생님 께서는 내가 상담과의 이별을 애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게 내가 최근에 겪은 가장 큰 이별이며, 그것이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거라고 하셨다. 나에게는 친구들도 있고 그동안 길러진 힘도 있으니, 당분간은 버텨보라는 말씀도 하셨다. 본인은 요요처럼 언제든지 줄만 당기면 있는 곳에 있어주겠다는 고마운 말씀도, 선생님의 대체물로써 책도 한권 선물해주셨다.

 

죽고 싶은 욕구는 그 만큼의 잘살고 싶은 욕구라고 하셨다. 나는 그냥 답을 못찾겠다.

이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싸울것, 감내할것, 고통스러운것들이 많은데,

어째서 삶이 죽음보다 나을까.

이 질문에 만족할만한 답을 찾을 때까지 나는 한동안 더 힘들것 같다.

 

 

전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는 상담을 받던 모드로 돌아오려고 한다.

휴식이 필요하다.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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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21:12 2010/04/0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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