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지 못했음

2009/11/30 01:11 잡기장

 

 

 

 

 

머피에 대한, 머피의 죽음에 대한 슬픔, 분노, 죄책감. 그것은 엄마에 대한 분노, 환멸, 그리고 내 스스로 그것을 복제하게 될까봐 갖게 되는 두려움과 맞닿아있음을 알고 있다. 애착을 가지고 있는 대상에 대해 그렇게 돌아섬. 아마 엄마도 자신의 이혼과 그 모든 것을 애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애정을 갖고 있던 대상을 방치하고, 무려 죽음까지 스스로 언도할 수 있는 그 자신감에 대한 역겨움. 그 무책임함. 편리함.

 

나는 그렇게 죽음에 이르는 머피도 되었다가, 그렇게 편리한 엄마도 되었다가

두 가지 상황 모두에 진저리를 친다.

 

하지만 동시에, 엄밀히 엄마를 무려 떠난 자는 "나"였고, 머피와 다르게 나는 그런 죽음에 이르지 않을 것임을, 나는 사실 의지가 강하고, 내 인생을 내 의지에 맞게 잘 쥐어왔고, 키를 쥔자는 내 자신임을, 앞으로도 그럴것임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머피를 애도할 기회가 없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 죽음을 들었을 때 나는 이미 그 죽음으로부터 한달이상의 시간이 지났음도 같이 알았고,

그렇게 죽음을 언도한 자가 죽기 전까지 머피가 정상이 아니었다며, 변명인지 진실인지 둘다 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얘기도 함께 들어야했고,

내 자신의 경제력을 증명하기 위해 혹은 그냥 말 그대로 살아 좀 가보기위해 5분이던가 10분이던가 그 후면 사람들 앞에서 어줍잖은 세상에서 제일 밝은 목소리 톤으로 굿모닝을 외쳐야했고,

그 얘기를 나눈 유일한 동료는 내게, 울지마라. 학생들 앞에서 울지마라. 학생들 앞에서 그런 얘기는 하지 마라. 뭐 그따위 얘기나 해주고 있었고,

나는 마비되어 미친듯이 10시간 강의를 하고,

집에 왔을 때는 그냥 피곤했다.

 

 

머피의 생일 때마다 켜는 촛불 같은 것으로는 애도가 끝나지 않는것일까. 혹은 이 모든 과정이 애도인가.

그리고 이 분노. 나를 충분히 끝까지 사랑해주지 않은 엄마에 대한 분노, 공감하거나 배려하는 능력이 지독히 결여되었던 엄마에 대한 분노, 그런 엄마를 복제하게 될 것만 같은 나 자신. 그런 것들이 막 뒤엉켜서

 

나는 결국 아무것도 애도해내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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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01:11 2009/11/3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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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었다

2009/11/27 17:07 잡기장

Eddie Martinez

[Eddie Martinez]

 

굉장히 오랜만에 낮시간 내내 집에 있었다. 그동안 계속 밖에 볼일이 있었거나, 딱히 그렇지 않아도 까페에 가서 있곤 했는데, 이제는 정말 돈도 떨어졌고 뭐 그래서 집에 있었다. 물론 어제처럼 기세좋게 신용카드를 긁으며 다음달에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갈 것이 아닌 양 굴 수도 있었겠지만, 집에 있었다. 뭐 그런 생각도 있었다. 낮에 책 읽고 춤추고 나서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뭔가 다른데 쓰고 남은 에너지를 그림에 쓰게 된다는 생각. 뭐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고, 어차피 낮에 읽는 책들도 미술책들이긴 하지만, 뭐 어쨌든 오늘은 집에 있었다.

 

라디오를 켜놓고 그림을 계속 그렸다. 마구 종이와 캔버스등을 낭비하듯 작업을 하고 싶은 데 그러지 못해서 좀 답답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도 낮에 집에서 작업하니 꽤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종종 그래야겠다. 이거 좋은것 같다. 다만 나도 치질이 생길까봐 좀 걱정이 된다. 책읽고 그림그리고.. 아무리 저녁때 춤을 춘다고 해도 앉아있는 시간이 비교도 안되게 훨씬 길어서 조금씩 그렇게 될 것만같다.  큰 작업을 하면 계속 서있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여건이 안된다는 생각때문인지 괜히 막 100호 넘어가는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

 

[Andy Warhol]

 

아침에 예전 핸드폰 고지서가 오는 이메일을 엄마 회사꺼로 바꿨다. 의외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이제 그 고지서도 안 받게 될 걸 생각하니 또 한번 좀 휴 한다. 하지만 또 그것 때문에 어제 밤부터 해결을 한 오늘 아침이후까지로 부모생각을 했다. 요즘에 계속 그래도 예전처럼 가라앉지는 않는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 데, 우울해지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또 그 모든 사건들을, 감정들을 또 다시 직면하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해방되기 위해서 나는 그림을 좀 그렸다. 아 돈이 없으니 좀 마음이 답답하다.

 

 

지원한 까페알바는 연락이 없다. 역시 나이/경력등이 일 부려먹기에 부담스러웠던 걸까. 아니면 까페알바경험이 거의없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그냥 아직 지원자들 중에 고르는 중일까. 돈이 없어서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데... 역시나 다시 영어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진심으로 복권이 당첨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평생 모르고 살았던 어떤 노인네가 죽으면서 나에게 재산을 물려줬으면 한다. 좀 편하게 습작들을 내다 팔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나도 길에다가 돗자리 깔고 그림 팔기를 해볼까 싶기도 하고.. 근데 추운데 ㅎㅎㅎ  이번 달에 돈을 주면야 다행이긴 한데, 사실 매달 이럴 걸 생각하니 갑갑하기도 하고.. 아닌가.. 분열한다!!!

 

아 진심 누가 작업만 열심히 하라면서 돈뭉치를 팍팍 쥐어주면 좋겠다. 근데 막 요새 옛날 화가들 책을 읽어보니까 그 사람들도 작품 팔아먹고 살기까지는 보통 꽤 걸리더라. 아 뭐 나도 그렇겠지. 그래도 돈 좀 주면 좋겠다 누가. 대체 누가!!

 

 

[Francis Bacon]

스펠링 맞나 ? 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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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17:07 2009/11/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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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끝내고!

2009/11/26 11:55 잡기장

                     

                                                           (앤디워홀 판화작품.. 뉴욕에서 찍었음..)

 

 

굳이 느낌표를 붙여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끝난것은 아니다. 한달 뒤에 추후상담을 하기로 했으니까. 물론 그 뒤에 또 스케쥴을 잡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어제는 그저께 그야말로 쳐먹은 술 때문에 하루종일 너무 힘들었다. 아 이래서 내가 술을 많이 먹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속도 안 좋고, 수면도 제대로 못해서 정말 하루를 버리게 되더라. 그래도 발레를 다녀오고 땀을 빼고 나니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 12시 땡치고 쓰러져서 잠들었는 데 한 10-11시간 정도 푹 잤다.

 

잘 모르겠다.

 

그저께는 술 먹으면서 막 올라오는 설명이 잘 안되는 서러움에 울컥 울다가 그치고 울컥 울다가 그치고 그랬는 데, 그 이후는 그냥 약간의 쓸쓸함같은 거인지.. 잘 모르겠다. 술먹고 깨느라고 그 이후는 감정을 돌볼새가 없었다. 우끼다 ㅎㅎ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별로 엄청나게 두렵거나 하진 않다.

그냥 얼른 그림 많이 늘고, 좀 더 내 세계가 구축되고 해서 그림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러니까, 내가 준비되고 적당한 때가 되었을 때 그런 날이 잘 합당하게 찾아와주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햇살도 좋고,  댄스학원도 없으니 저녁까지 시간이 자유롭고, 현미밥을 하는 중이고, 느즈막히 아무때나 일어나 느긋하게 컴퓨터나 자잘댈 수 있고, 혼자사는 큰 집도 있고, 1년넘게 유제품을 피한 결과가 (중간중간 못피하기도 했지만) 이제 얼굴에 좀 나오는 것 같고, 아 뭐 행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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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11:55 2009/11/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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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시작.

2009/11/10 01:12 잡기장

과외가 끝났다. 생각해보니 정철어학원보다 더 오래 이 과외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년봄/여름사이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했으니, 가장 오래한 알바라고도 볼 수 있다.

 

오늘 낮에 부지런히 가서 사 둔 초콜렛을 마지막으로 주고, 가볍게 수능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그 집을 나오는 데 그 집 대문을 닫아주자마자 뭔가 가슴이 허 했다. 나는 과외하는 아이의 인생이 뭔가 새롭게 시작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쟤는 지금 이 순간 내 인생도 새로운 챕터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겠구나 생각했다.

 

 

과외는 끝났고, 나는 항상 귀찮아하면서 터벅 거렸던 그 집 동네가 우습게도 아쉬워서 몇 번씩 눈에 새기려는 듯이 막 돌아보고, 새삼스레 여기를 1년 반 정도 정기적으로 왔다갔다 했다는 것이 묘하고 그랬다. 

 

 

사실 두려움 보다는, 다음이 뭘까 하는 기대같은 걸 나는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1년반동안 꾸준히 돈벌이가 되어 준 어떤 것이 없어지는, 경제적 지지대 하나가 없어지는 날이었고, 1년 반동안 꾸준히 만나왔던 사람 하나와 또 안녕하는 날이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나는 이제 정말 그림 그리는 것만 남았구나 하고 실감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제 정말 그림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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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01:12 2009/11/1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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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7

2009/11/07 01:31 잡기장

두 사람이 침대 위에서 엉켜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그린 회색빛의 그 그림과 같은 현상이다. 그 격렬함. 그 에너지의 폭발. 하지만 그건 섹스가 아니다. 늙은 남자의 얼굴은 검붉다. 그냥 붉은 것이 아니라 곧 터져버릴 것 같은 혈관처럼, 자주색도 아닌 갈색도 아닌 그 검붉음. 눈은 크게 열려있고 눈은 얼굴만큼이나 터져버릴들 붉다. 눈동자에는 죽음과 에너지가 공존한다. 늙고 늙어서 주름자체가 피부결처럼 보이는 그 생기없는 축 쳐진 살로 덮힌 그 목을 손 두 개가 꾹 누르고 있다. 그냥 힘을 준채로 멈춰있음이 아니라 계속해서 지속적인 힘을 가하며, 어쩌면 정말 상대가 죽어버리지는 않을까 속으로는 약간 걱정하는 지도 모른다. 늙은 남자위에는 여자가 올라타 있다. 여자의 얼굴은 조금 풀린 파마머리로 인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남자의 얼굴을 피하지 않고, 아이러니 하게도 밑에 깔려있는 그 남자만큼이나 터질듯한 붉은 얼굴, 붉은 손, 붉은 몸을 하고 있다. 늙은 여자의 체중은 늙은 남자의 배를 누르고 있고. 아. 그 남자도 손을 뻗어서 여자의 목에 닿으려고 했었나. 혹은 이미 닿아서 함께 서로를 조르고 있었나. 늙은 남자의 정말 곧 터질 그 눈. 늙은 남자의 찢을 듯이 꾹 다문 입술. 그리고 그 소리. 씩씩거림? 흡! 하는 소리?

 

 

그것이 내가 목격한 것이라면, 기억이란 재밌게도 그 이전의 일도 마치 겪은 것 처럼 저장해놓고 있다. 내가보지 못했지만, 들었던 그 이야기는 내가 본 것의 반대버젼이다. 늙은 남자가 위에. 늙은 여자가 밑에. 결국 늙은 여자가 기절. 죽었을까 놀란 남자는 화장실로 뛰어가 물을 가져와 여자 얼굴에 뿌리고. 여자는 정신이 들지만 숨쉬기는 더 힘들었다고 한다.

 

 

어쨌든 본 것과  들은 것. 이 두 가지의 영상을 내 뇌는 둘 다 본것.겪은 것으로 저장해놓고 있다.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몇년 후면, 나는 두 가지를 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라 믿게 될 지도 모른다.

 

 

그냥 그림을 그리다가, 그냥 진짜 그냥 그냥 그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마치 내가 그 둘이 된양 피가 얼굴로 몰리고 목이 졸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영원히 그들을 용서하지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괜찮은 인간이겠구나. 아. 나는 그들을 영원히 모른척해도, 영원히 그들에게 돈을 받든 영원히 그들이 나에게 뭘 주려고하든 아 나는 정말 그걸로도 모자란. 그들이 나에게 준 것은 너무 끔찍해서. 끔찍하다는 말도 너무 약소해서 웃음이 날 만큼 끔찍해서. 목격자. 목격한 자. 그들이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할 목격자라는 그 위치. 그 장면. 그 시각적 강렬함에 대하여. 그 날의 죽음의 냄새에 대하여. 죽이면서도 상대방의 사망을 갖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두려워하는. 마치 초등학교 아이들의 기절놀이처럼, 죽음에 가까이는 있되 죽어서는 절대 아니되는. 그들은 그런 놀이를 하고 있었고, 나는 마치 내가 경찰관이라도 된양 그 갖가지 소리들에 이끌려 안방에 들어섯고. 나는 20살. 대학교 1학년. 재수해서 들어간 대학교의 1학년생.정말 스스로의 똑똑함과 논리에 대해 자신이 넘치던 시절. 논쟁을 사랑하던 그 시절. 그것마저 내가 해결해낼 수 있을 줄 알고 나는 마치 경찰관처럼, 119처럼 안방으로 달려갔지만, 나는 모르겠다. 그 장면 이후는 어떻게 되었는 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 둘은 그 행위를 멈추었는데, 대체 어떻게 어떤 순서로. 그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세상에 사는 몇 명이나 그런 행위를 목격할까.

 

소위 남녀가 격렬하게 포개져있는 데

 

그게 진짜 섹스가 아닌 거.

 

정말로 섹스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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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7 01:31 2009/11/0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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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2009/10/29 00:39 잡기장

두려움이 정말 갑자기 훅 밀려왔다. 친구들 앞에서 결심을 말할 때, 지난 몇달 간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는 오히려 두려움 같은 것은 잘 못 느꼈는 데, 오늘 갑자기 댄스학원에 가기 한시간 정도 전 부터 진짜 바로 건드리면 눈물이 날 것 같을 만큼 큰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래도 그림에 소질 있다는 얘길 들었었다. 그래서 장래희망같은 걸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항상 나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중간중간 꿈이 변형되었거나 조금 바뀐 적이 있긴 했어도, 나름 일관된 꿈이 그것이었다. 남들이 좀 한다고 하니까 좋아하게 된 것인지 정말 원래 좋았는 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항상 크든 작든 재능이 있다고, 평균보다는 잘한다고 생각했던 분야, 혹은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던 분야가 그림이었고 미술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 그 시간에 두려움 같은 거 느끼지 않았을까. 뭐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을 한다.

 

 

오늘에서야 발레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또 압박을 느껴서.

 

발레를 하러 가는 길에, 수업 중간에, 또 그것을 마쳤을 때 정말로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걸 참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단 발레를 못하게 되서만은 아니었다 당연히. 그냥 막 뭔가 너무 슬퍼서 복받쳐 올랐다. 왜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기가 힘든 지, 대체 왜 그게 그렇게 힘든지 정말 이해할수가 없었고,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정말 다들 행복하게 살고 싶을 텐데, 왜 이렇게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사는게 어처구니 없이 힘들어야 하는 지 납득할 수가 없다. 대체 언제부터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고 싶다-가 꿈같은 얘기와 동급이 되었는 지 모르겠다. 그런 것들이 다 토할것 같다 진심.

 

 

더이상 사교육 관련해서 돈을 벌기가 싫다. 좋은 대학 안 가면 얼마나 인생이 비참한지 그것을 가장 위협적인 언어로 설명하기가 싫다. 하지만 한 달에 나에게 들어가는 돈들을 셈해보면 대체 내가 그것말고 뭘 해서 먹고살 수 있을 지, 몇년전과 그닥 차이가 없는 각종 알바의 시급들을 보면서 힘이 쭉 빠진다. 집세는 몇년 전만 해도 허걱거렸을 가격들이 일반적인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이 되어서 있고 하루에 만원이상 안 쓰기는 생각보다 참 쉽지 않았다.

 

 

나는 막 방긋방긋 웃었다. 돈 생기면 또 들을거라고 웃으면서 발레 선생님한테 말을 했고, 막 미소지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몇년 전처럼 기절하지 않을까 계속 정신을 꼭 붙들어 메는 과정이었고 자동적으로 집으로 옮겨지는 발걸음만큼이나 너무 당장 내일내일이 막막하고 먹먹해서.

 

오늘은 꼭 상징 같아서 그게 너무 슬펐다.

살수 있을까 없을까. 잘 따져보면 가능할 것 같고, 또 따져보면 말도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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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9 00:39 2009/10/2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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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2009/09/11 02:32 잡기장

내가 그냥 생각하기에도 좀 미친 것 같다. 아무리 소비의 기준이 개개인마다 너무 달라진 시대라지만... 그러니까 이렇게 "시대"따위를 읊으며 이 얘기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나의 미친 소비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라는 거다.

 

엄청나게 옷을 질러댔다. 뭐 이유야 많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이제는 절대 구할 수 없을 옛날 콜렉션들. 할인. 미래가 어쨌든 당장 통장에 있는 돈.

 

 

하지만, 정말 이렇게 집착적으로 돈을 써 발긴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시 김형경씨의 사람풍경을 읽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또 마침 집착과 중독에 대한 파트를 읽었다.

 

한동안 내가 옷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또 한참 안 사 입고 리폼에 완전 맛들였었는 데, 이번에 정말 사상최대로 미친년처럼 옷을 샀다.

 

 

마음이 많이 허전한 것 같다. 내가.

그래서 이렇게 지르고 또 지르고 또 질러도 이 허전함이 채워지지않아서 이러는 것 같다.

 

 

요즘에 생각하는, 나의 삶이 나에게 허락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혹은 나에게 주어진 복과 나를 비껴간 복.

 

 

주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직면할 상황이 오자 나는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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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1 02:32 2009/09/1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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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2009/08/23 01:20 잡기장

니가 말하기 전에도 나는 원래 그 사람 싫어했어.

그 사람 너무 거만해.

걔 처럼 아카데믹한 애들은 좀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돼.

 

 

라는 얘기를 1년 반전에 들었더라면, 나는 좀 마음이 편했을까. 지난 1년 반정도의 시간이 좀 더 잘 흘러가주었을까. 이제서 제3자에게 저런 얘기를 듣고 나니, 후련함이라던가 누군가를 함께 싫어하고 있다는 동질감(?)같은 것보다는 뭐랄까.. 씁쓸한 기분이 더 많이 들었다. 나에게 나빴던 사람이 다른 이에게는 좋은 평가를 얻는 것을 보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한 인간에 대한 감정인건지, 다른 이의 눈에도 그렇게 비춰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웃기지만 좀 딱하다는 생각을 했다. 걔는 정말 왜 그럴까..하는 생각.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을 좋아했구나.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과거의 나는 어떤 인간일까.. 뭐 그런 생각도 했다.

 

그리고 저 친구가 그에 대해 뱉은 말들이 너무나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비슷해서... 이것도 좀 웃기지만, 그 친구랑 나랑 좀 필터가 비슷한가 하는 생각도 했다.

 

저 말을 누군가가, 그를 아는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었더라면 나는 뉴욕에서나 그 이후 한국에서 좀 마음이 좋았을까. 사실, 그 때는 얼마나 누군가가 저 말을 해주길 바라고 또 바랬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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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01:20 2009/08/2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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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2009/08/12 22:23 잡기장

오늘은 뭔가 감동적인 날이었다.

 

쓰고 보니 웃기지만 진짜 좀 그랬다

 

 

오늘은 사실 굉장히 늦게 일어났다.  정말 헉 소리가 나도록 놀랬다. 어제 밤에 나는 1시반 정도에 잠자리에 들었고, 새벽 5시 50분경에 더워서/오줌 마려워서 깨가지고 선풍기 끌어오고 화장실 갔다가 다시 잠들었다. 이때 좀 잠이 많이 깨서 아 몇시야 하면서 핸드폰을 봤었기 때문에 시간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고나서 나답게 바로 잠이 안 들겠다.. 생각했는 데 억지로 누워서 막 잤다. 분명 한 십분정도 더 잔것 같아서 쓰윽 일어나 다시 핸드폰을 열어보니 낮12시였다. 좀 충격적이었다.

 

생각해보면 어제 평소보다 춤을 2시간정도 더 추긴했다. 그것도 온 몸이 완벽하게 땀에 젖는 발레를. 그래도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어차피 요즘 같은 시기에는 그냥 닥치고 춤이나 추는 게 나에게 이롭다고 생각도 했었고. 그런데 정말 많이 자버린거다. 참 나답지않은 일이었다. 물론 날씨가 그래서 그랬던 것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락킹시간에 겨우 맞춰서 갔다.

 

 

부랴부랴 집을 나서서 택시를 탔고, 가는 길에 mp3를 듣는다. 바로 그 노래, take a bow가 나왔다. 그리고는 삐질삐질 입에서 웃음이 나왔다. 정말 그랬다. You put on quite a show. 그렇다. 모든 것은 정말 쇼와같았다. 그리고 막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녁 때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댄스학원에 있는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다가,

갑자기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기적과 같은 일인가. 생각했다.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는 거,

지금 내가 자살하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대견한가.

그래서 웃기지만 나도 모르게 막 눈물이 나려고 했다.

 

사실 이렇게 살아있다는 거 자체가 기적인 데, 그게 어딘데

뭘 그렇게 잘해내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거구나 했다.

그냥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적인데.

그렇게 지옥같은 시간들도 견뎌냈고, 그렇게 괴로웠던 관계도 이제 막바지 정리단계인데

이렇게까지 살아준게 어디인데.

 

 

그러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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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22:23 2009/08/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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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2009/08/11 02:37 잡기장

그랬구나. 내가 너무 몰랐었다. 그걸 눈치채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니가 정말로 힘들었었겠구나. 이것이 핑계가 될 수는 없지만, 그 당시의 나는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있었고, 그래서 너에게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함부로 대했던 것 같다. 정말로 미안하다. 사과로써 무언가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나의 행동에 대해서 깊게 사과하고 싶다. 니가 그런 와중에서도 계속 웃으려고 하고 끝까지 내 비위를 맞춰주려고 애 썼던 것에 대해서도 너무 미안하고 감사하다. 또한 내가 그렇게 긴 시간동안 이 일에 대해서 침묵했고, 용기가 나지 않아서 먼저 그 일을 언급하지도 못했는 데, 먼저 그 일에 대해 얘기를 꺼내주고 너의 그 당시와 지금의 감정에 대해 어렵사리 얘기를 해 준 것에 감사한다. 그렇게 너에게 내 모든 스트레스를 쏟아내었던 나에 비해 당시의 너는 무척 성숙하게 대처를 해 준것 같다. 끝까지 모든 걸 참아주려고 하고, 최근 몇달 간 내가 보냈던 이메일에 괴로웠을 텐데도 힘을 내서 답장을 해주었던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그렇게 심하게 굴었는 데도, 내 메일을 모른척하지 않아주어서 고맙다. 그런 메일을 외국어로 써야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너에게 감히 앞으로 나와의 관계를 지속해달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그건 너무 염치없는 말인 것 같다. 다만, 니가 더 하고 싶은말이 있거나 혹시라도 다시 나와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언제라도 연락을 해주었으면 한다. 니가 필요한만큼의 시간을 보낸 후에, 나에게 다시 한번 너와의 관계를 잘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욕심일 뿐인 것도 잘 알고 있다. 나의 메일이 아주 조금이나마 네가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래본다. 혹시 내가 그 부분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 역시 언제든지 얘기해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너같은 너무나 소중한 친구에게 좀 더 잘 대해주지 못했던 것과 오랜시간 그 일에 대해서 묻어두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 다시한번 가슴깊이 사과하고 싶고, 언제 어디서나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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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듣고 싶었던 말에 대해서 생각해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까지 마치고 나면 정말 이제 찬찬히 느껴보려고 노력해왔던 그 모든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각종 감정들에 대해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말대로 정말 이 정도면 충분히 느낀 것 아닐까. 결국 포기가 내 자신을 가장 잘 지킬수 있는 방법이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 것은 참 어이없을 만큼 황당하고 분하지만, 살다보면 그런 때도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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