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1

2009/08/11 02:37 잡기장

그랬구나. 내가 너무 몰랐었다. 그걸 눈치채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니가 정말로 힘들었었겠구나. 이것이 핑계가 될 수는 없지만, 그 당시의 나는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있었고, 그래서 너에게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함부로 대했던 것 같다. 정말로 미안하다. 사과로써 무언가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나의 행동에 대해서 깊게 사과하고 싶다. 니가 그런 와중에서도 계속 웃으려고 하고 끝까지 내 비위를 맞춰주려고 애 썼던 것에 대해서도 너무 미안하고 감사하다. 또한 내가 그렇게 긴 시간동안 이 일에 대해서 침묵했고, 용기가 나지 않아서 먼저 그 일을 언급하지도 못했는 데, 먼저 그 일에 대해 얘기를 꺼내주고 너의 그 당시와 지금의 감정에 대해 어렵사리 얘기를 해 준 것에 감사한다. 그렇게 너에게 내 모든 스트레스를 쏟아내었던 나에 비해 당시의 너는 무척 성숙하게 대처를 해 준것 같다. 끝까지 모든 걸 참아주려고 하고, 최근 몇달 간 내가 보냈던 이메일에 괴로웠을 텐데도 힘을 내서 답장을 해주었던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그렇게 심하게 굴었는 데도, 내 메일을 모른척하지 않아주어서 고맙다. 그런 메일을 외국어로 써야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너에게 감히 앞으로 나와의 관계를 지속해달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그건 너무 염치없는 말인 것 같다. 다만, 니가 더 하고 싶은말이 있거나 혹시라도 다시 나와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언제라도 연락을 해주었으면 한다. 니가 필요한만큼의 시간을 보낸 후에, 나에게 다시 한번 너와의 관계를 잘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욕심일 뿐인 것도 잘 알고 있다. 나의 메일이 아주 조금이나마 네가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래본다. 혹시 내가 그 부분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 역시 언제든지 얘기해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너같은 너무나 소중한 친구에게 좀 더 잘 대해주지 못했던 것과 오랜시간 그 일에 대해서 묻어두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 다시한번 가슴깊이 사과하고 싶고, 언제 어디서나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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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듣고 싶었던 말에 대해서 생각해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까지 마치고 나면 정말 이제 찬찬히 느껴보려고 노력해왔던 그 모든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각종 감정들에 대해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말대로 정말 이 정도면 충분히 느낀 것 아닐까. 결국 포기가 내 자신을 가장 잘 지킬수 있는 방법이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 것은 참 어이없을 만큼 황당하고 분하지만, 살다보면 그런 때도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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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02:37 2009/08/1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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