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메일 보냈다.
2009/08/10 01:20 잡기장
답장을 하는 데 이토록 오래 걸리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소요되는 시간만큼이나 지겨웠고 지쳤고 징그러웠다. 영어로 쓰는 대부분의 메일은 스트레스를 주긴 하지만, 이번 꺼는 기록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냥 내가 할 말을 하자-
라는 것과
어쨌든 상대방은 못 알아듣는다-
것이 서로 경쟁하듯이 번갈아 머리속을 채웠고, 둘 중 어떤 생각이 더 강한 시점이냐에 따라서 몇번 씩 문장이 더해지거나 빠지고, 메일의 분위기 역시 분노로 가득찼다가 감정이 없는 듯 냉랭해지거나했다. 결론적으로, 참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내 자신의 정신건강만을 위해서 지껄여댄다 한들, 상대방이 분명히 그것을 보게 될 상황에서, 상대방이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것이라는 기대가 정말 전혀 없는 상태를 알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참 어렵더라. 기대가 없는 이에게 보내는 메세지- 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아닌가?
결론적으로,
보내진 이메일은 내 생각에 둘의 적절한 믹스였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전송을 꾹 눌렀던 것으로 보아, 무엇이든 얼만큼의 양이든 간에 "해소"가 있었을 거라고 믿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삐질나는 몽환적인 오늘 같은 밤이 그 이메일을 마무리짓기에 적절했던 것 같다.
여러번 내 자신에게 했던 말이지만 다시 한번,
독기가 서서히 빠질 때까지, 그 빠져나감을 피하지 말고 철저히 느끼면서
다음에 다가 올 관계에 대해서 조급해하지 말고 열린 마음을 유지하면서
그냥 내 인생 잘 돌보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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