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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한국경제의 위기

말지 요청으로 쓴 글임. 아마 9월호에... 오늘 환율도 폭등하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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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위기적 양상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물가는 오르고 있고 고용은 별로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소비는 침체하고 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9%가 올라 1998년 11월(6.8%)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돼 있어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1% 올랐고, 정부가 특별히 관리하는 52개 품목으로 구성된 'MB물가' 상승률은 7.8%였다. 세계 각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물가억제를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 기준은 2-3% 인상이다. 현재의 물가 상승은 이를 훨씬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6월의 실업률은 3.2%로 2007년 실업률과 동일하지만, 고용증가는 2007년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6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1만 5천명의 고용증가가 있었는데 올 해 6월에는 불과 14만 7천명 증가에 그치고 있다. 고용상황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데, 실업률이 고용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에서의 고용통계의 주요한 특징이다.

또한 6월중 소비재판매는 자동차, 차량용 연료 등을 중심으로  내구재 및 비 내구재 판매가 크게 부진하여 감소로 전환하였다. 전년 동월대비 소비재판매 증가율이 5월에는 3.0%였는데 6월에는 -1.0%를 기록하였다.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


그러면 한국경제에 경제위기가 도래했거나 도래하고 있는가?

사실 한국경제는 크게 보면 97-98년 경제위기 이후 장기불황상태라 할 만한데, 1999/2000년 거품으로 판명된 IT 호황, 신용카드 남발로 인한 2002년의 호황 이후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줄곧 3-5%대를 기록하고 있다. 위기 이전 7% 내외의 성장률에 비하면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또한 민족경제 구성원의 소득상황을 보다 잘 보여주는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언제나 0-3%대를 기록하여 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2%포인트 정도 낮았다. 즉 한국경제는 97/98년의 과잉축적-이윤율 저하에서 비롯한 경제위기를 계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하였으나 이를 확실히 극복하지 못한 채 이전의 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런 장기불황 속에서도 작은 경기순환은 있는데 2년 정도를 주기로 짧은 경기회복과 경기후퇴가 반복되고 있다(<그림 1> 참조). 현재는 2007년 4/4분기에 정점을 기록한 작은 경기순환이 후퇴기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후퇴는 단순한 경기후퇴에 그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97-98년 같은 구조적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구조적 경제위기가 도래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2개 분기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을 미국에서는 통상 경기침체(recession)라 한다. 97/98년 위기 이후 한국경제에서는 97년 4/4분기부터 98년 2/4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고, 2000년 4/4분기, 2003년 1/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다. 전자, 즉 97/98년에는 경기침체를 넘어 구조적 위기, 즉 공황에 이르렀고, 뒤 두 시기는 경기순환 상의 경기후퇴를 겪었을 뿐이다. 이 기준에 따른다 하더라도 한국경제는 지난 1/4분기와 2/4분기에 성장률이 낮아지긴 했어도 전기 대비 성장률이 0.8%, 0.8%를 각각 기록해 경기침제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물론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에 빠질지 아닐지 또한 열려진 문제라 하겠다.


<그림 1> 분기성장률

 


이윤율로 본 한국경제


이제 현재의 경기후퇴가 단순한 경기후퇴에 머무르지 않고 구조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조적 경제위기는 과잉축적-이윤율 저하에 비롯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이윤율 추세선(들쭉날쭉한 실제 이윤율궤도를 평활하게 만든 가상의 선)이 하락하면서 이윤율이 급격히 하락할 때 구조적 위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림 2>의 제조업 유형자산영업이익률(=영업이익÷유형자산×100)을 이윤율 대용으로 삼아 이야기를 해 보자. 반도체산업의 호불황이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고는 있지만 일정한 참조는 될 수 있어 보인다.


<그림 2> 제조업의 유형자산영업이익률(1984-2007년)

 

자료: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각년호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한국경제는 1979/1980년 이윤율이 급격히 저하하여 구조적 위기를 경험한다. 그 이후 전두환 정권의 폭압적인 노동탄압과 긴축정책, 그리고 ‘3저 호황’이라는 외부변수의 작용으로 86년 이윤율이 최고치를 기록한다. 그리고 나서 원화의 급격한 절하 등으로 89년 경기가 후퇴하자 신도시건설을 통해 경기후퇴를 일정하게 저지한다.

94-95년 반도체 호황으로 이윤율이 일정하게 회복하지만 90년대 중반 진행된 중화학 과잉투자는 결국 이윤율저하와 국제수지 악화를 낳아 1997/1998년의 구조적 위기를 초래한다. 97/98년의 위기는 금융위기 및 외환위기까지 겹쳐 한국자본주의 사상 유례가 없는 -7%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

김대중 정부 아래에서 정보기술(IT) 부분 거품 형성 및 붕괴로 2001년 이윤율이 상당한 정도 하락하였으나 구조적 위기에까지 이르진 않았다. 카드남발을 통한 소비촉진책 덕분이었으나 이는 다시 카드사 부실사태를 초래하였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구조조정과 빈약한 투자 덕분에 유형자산회전율(=매출액÷유형자산)이 제고되면서 이윤율이 일정하게 상승한다.

물론 이윤율 상승에는 반도체 호황, 대 중국 및 아세안 수출 호조, 임금인상 억제 및 노동법개악을 통한 저임 비정규직 활용 등이 기여를 하였을 것이다. 물론 회복된 이윤율도 86년의 이윤율 수준이나, 그림에는 역시 나타나지 않은 70년대 중후반의 이윤율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윤율은 일정하게 회복하여 수출 대자본은 엄청난 이윤을 축적하였다. 반면 투자 및 내수 부진, 노동권 후퇴 등으로 인해 노동자 민중의 생활 상태는 거의 개선이 되지 않았다. 부익부 빈익빈이 지속되었던 것이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 가능성


한편 2007년에 약간 치켜든 이윤율은 다시 하락하여 한국경제에는 또다시 구조적 위기가 찾아올 것인가? 필자로서는 이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론) 부실에서 비롯한 미국의 금융위기 및 이것의 세계적인 확산 여부와 8월 현재로선 약간 진정되고 있는 고유가의 지속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투기와 무역이 전 세계적으로 얽혀 있는 금융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나 지역의 경제위기, 특히 90년대 이후 일종의 세계의 ‘최종소비자’ 역할을 해온 미국경제의 과잉축적-이윤율 저하로 인한 경제위기는 한국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현재의 고유가는 생태위기 및 이로 인한 경제위기는 논외로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한국경제의 경상수지 및 소비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위기의 영향


미국의 금융위기는 2009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90년대 중반부터 2006년까지 누적해서 70% 이상 오른 주택가격은 올해 5월까지 이제까지 대도시를 중심으로 20% 정도 하락하였는데 앞으로도 소득감소 및 연체율 증대 등으로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는 주택대출자산에 근거하여 발행된 각종 채권 및 파생금융상품의 추가적인 부실을 가져오고 이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투자은행 등 각종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상각이 약 5,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란다. 미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지원을 받아 제이피모건 체이스에 인수된 제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뒤를 이을 투자은행, 상업은행들은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것이 서브프라임론 사태를 정확히 예측해 유명해진 뉴욕대 루비니교수의 예측이다. 메릴린치, 리만브라더스 등 베어스턴스보다 큰 투자은행들, 제 4위 상업은행인 와코비아 등도 위험한 상태이고 주택담보대출 관련 시장의 반 정도를 점유하는, 민영화된 두 국책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 맥도 부실해져 정부의 대규모 신용공여와 주식매입(더 나아가 국유화)이 예정되어 있다.

2007년 4/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한 미국경제는 소득세환급 효과가 사라지는 올 해 하반기부터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8년 혹은 2009년의 이윤율은 전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81-82년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의 경기침체나 구조적 위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2007년 중반까지 전 세계적으로 폭등한 대부분의 세계 각국의 증권시장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베트남 등이 대표적이다. 증권시장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에 거품이 형성된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주택시장 거품도 붕괴하고 있다. 이런 증권시장이나 주택시장의 폭락은 각국의 소비와 투자를 둔화시켜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2/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유럽연합 전체의 2/4분기 성장률이 -0.2%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도 2/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고 중국의 산업생산도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미국의 금융위기의 세계적인 여파는 금융경색 및 실질 이자율 인상을 낳고 있고,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면 몇 몇 취약한 개도국은 외환위기를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의 주택가격의 하락 양상 등을 보건대 2009년을 넘어서까지 진행될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 및 이것의 세계적인 확산은 한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주식시장 침체 및 소비 침체, 해외조달 금리 인상 등을 낳고 있다. 그리고 작년부터 진행된 건설부문의 침체를 연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성장 둔화는 한국의 수출증가율도 둔화시킬 것이다.


고유가의 부담


2004년 이전에는 40달러 이하, 2005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만 해도 80달러 이하였던 원유가가 한 때 140달러를 넘었다. 8월 18일 현재 113달러 정도이긴 하나 이런 정도의 원유가도 한국경제에 커다란 부담이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원유가 인상에 여러 원인이 개재되어 있긴 하지만 원유생산 및 공급상의 제약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런 생산 및 공급 제약이 원유생산이 정점에 달했거나 곧 도달할 피크오일적 상황이 큰 요인이라면 이는 이후 한국경제에 지속적인 부담이 될 것이다. 올해의 물가인상은 고유가가 주요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유가는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 원유수입액은 올해 1월에서 6월까지의 합계액를 보면 수입총액의 약 19.8%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전년 동기의 15.9%보다 3.9%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2007년 1월에서 6월까지의 원유수입액이 약 270억 달러, 2008년 같은 기간의 원유수입액이 약 437억 달러여서 올 상반기만 약 167억 달러의 추가부담이 있었다(석유제품의 수출증가가 83억 정도 발생하여 이런 추가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하였다). 이 대부분이 가격상승으로 인한 추가부담이었다. 상반기의 경상수지 적자가 약 53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유가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결국 미국의 금융위기 및 이것의 세계적인 확산과 고유가가 지금의 대체적인 예측대로 2009년 혹은 2010년까지 지속된다면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 가능성은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취약해진 대외변수


사실 미국의 금융위기나 고유가가 본격화하기 전,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한국경제의 대외적인 측면은 매우 취약해져 있었다. 우선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있었다. 그리고 2005년 말 1,200억 달러를 넘긴 순대외채권 잔액은 2007년 말 355억 달러로 줄어들었다(IMF 위기 당시 약 -650억달러였다).

또한 아이엠에프 위기 당시 -850억 달러로 추정되는 순국제투자 잔액(순대외채권 잔액에 대외 주식투자 및 직접투자 잔액을 더하고 외국인 주식투자 및 직접투자 잔액을 뺀 것)은 2007년 말 -2,325억 달러가 되어 마이너스 규모가 거의 세배로 되었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누적에도 불구하고 순국제투자잔액의 마이너스 규모가 이렇게 커진 것은 1998년 붕괴한 증권시장에 야금야금 들어온 초국적 금융자본의 금융투기 이익이 막대했기 때문이다.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강화한 한국경제는 또다시 초국적 금융자본의 볼모가 되었다. 초국적 금융자본에게 귀속되는 이자, 배당, 미배당 수익은 막대해져 갔고, 초국적 자본의 약간의 유출만으로도 환율은 급등하여 한국경제의 불안정성을 증가시켰다. 실제로 미국의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2007년 내내 그리고 2008년 들어서도 주식시장에서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탈이 지속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환율이 상승하지 않은 것은 채권투자나 은행차관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환율상승 소동


이런 조건은 이후 한국경제의 대외불안을 가중시킬 것인 바 그 예시적인 사건이 이명박 정부 초기에 발생하였다. 전말을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 말기의 경상수지의 적자전환은 환율상승 가능성을 높였고 환율이 약간씩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환율상승, 즉 원화가치 하락을 묵인하고 조장까지 하였다. 환율이 940원대에서 불과 두세 달 만에 1050원대까지 상승하였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금융위기로 인해 달러가치가 하락하던 와중에 원화가치는 약세통화인 달러화에 비해서도 하락하였던 것이다.

이런 환율상승은 때마침 폭등하던 국제 유가 및 곡물가 인상에 더해져 수입물가를 폭등시켰다. 당연히 비판이 뒤따랐다. 서민의 삶을 살핀다면서 라면값까지 들먹이며 ‘MB물가’까지 만들어낸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성장이냐 물가냐? 결국 물가를 잡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래서 환율상승을 억제하겠노라고 달러를 대규모로 내다 팔았다. 외환보유고는 줄어들었다. 순대외채권 잔액은 그렇지 않아도 4/4분기에는 마이너스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이었는데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지게 되었다. 8월 들어 유럽연합과 일본 경제의 침체로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자 환율은 다시 오르고 있다.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이명박 정부 초기에 환율인상을 조장하지 않았다면, 환율인상을 억제하느라 막대한 규모의 달러를 허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운용 실력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한국경제가 환율위기에 얼마나 취약해져 있는지를 드러내주기도 했다.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로 돌아가고 순국제투자잔액 마이너스 규모가 더욱 증가하면서 환율위기 위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고 해야겠다.


글을 맺으며


대외변수의 악화에 따라 한국경제는 향후 2-3년 안에 구조적 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만약 이번에 구조적 위기가 도래한다면 그 위기는 97-98년 위기와는 몇 가지 점에서 차별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97/98년 위기가 금융세계화로의 편입 초기에 발생한 위기라면 이번에 도래할 가능성이 있는 위기는 금융세계화가 훨씬 더 심화된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둘째, 첫째와 관련된 것으로서 97/98년 위기가 재벌의 내외자본 과다차입을 통한 과잉축적-이윤율 저하라는 내적 요인이 보다 결정적이었다면 후자는 미국의 금융위기와 고유가라는 외적 요인이 보다 결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자에도 경제위기 조건으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한 금융개방 강요가 있었고 경제위기 심화요인으로서 국제화폐기금(IMF)의 구조조정정책이 있었다는 점에서 외적요인이 가볍지 않고, 후자에도 취약해진 국내적 요인이 일정한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셋째, 후자가 고유가에 의해 일정하게 촉발된다면 그것은 생태적 제약이 처음으로 경제위기로 전화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97/98년 위기와 다를 것이다. 넷째, 전자가 아시아 위기의 일부를 형성했다면 후자는 세계적인 위기의 일부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자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강화로 귀결되었다면, 후자에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강화가 대안으로 이야기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97/98년의 경제위기도 노동자 민중에게 엄청난 고통을 초래하였고, 이후 도래할 경제위기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경제위기가 채 극복되지 않은 일종의 불황상태에서 경제위기가 또다시 도래한다면 그 고통의 크기는 가히 짐작이 되지 않는다.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대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이론적 실천적 준비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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