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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가 엄마 젖을 먹지 않고 잠이 들었다.
스스로의 의지로.
변기에 쉬를 한 후 홍아는 '다 컸다'와 '작다' 사이를 오가며
크는 아이의 뿌듯함과 자신감
작은 아이의 안전함과 보살핌을 받고 싶은 마음을 함께 누리고 있었다.
오늘도 밤에 변기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며칠 전 붙였던 반창고를 다시 붙여달라고 했다.
밴드를 아이 다리에 붙여 주니 엄마 다리에도 붙이란다.
엄마는 다리가 안 아프고 아까 홍아가 하도 젖을 많이 먹어서 으긍이(젖이) 아프댔더니
엄마 으긍에는 안 붙인단다.
한 다섯 달은 홍아도 크면 변기에 앉아 쉬도 하고 응아도 하고 팬티를 입는다고 이야기한 것 같다.
두어 달은 홍아도 크면 엄마 으긍 안 먹고 언니들처럼 엄마 손 잡고 코 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크면 어린이집도 가고 학교도 가고, 엄마도 일이 있어서 일을 하러 간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들이 홍아 마음 속에 있다가
다 컸다는 홍아의 자신감과 만났나 보다.
잠시 있더니 엄마 으긍에도 반창고를 붙이란다.
자기는 이제 다 컸으니 언니들처럼 혼자 잘 것이고, 내일부터는 학교에도 가겠다고!!
일 하러 간 아빠가 늦게까지 오지 않자, 남은 반창고는 아빠 으긍에도 붙여 주겠단다.
그리고 자기가 엄마 으긍에 반창고를 붙여 주었다.
홍아가 울지 않고, 거부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엄마 으긍에 반창고를 붙이다니!!!!!!
그러고 컸다는 흥분과 새로운 일을 받아들이는 설렘에 한참을 뒤척이다가
엄마에게 옆에 앉아 토닥이라 하고, 누워 손을 잡아 달라 하고, 책을 읽어 달라 하고, 잘잘잘 노래를 틀어 달라하고, 안경을 벗으라 하고, 다시 안경을 쓰면 자신이 벗겨 주겠다 하고, 갑자기 일어나서 빙글빙글 춤을 추다가,
11시에 들어온 아빠 으긍에도 반창고를 붙이더니
엄마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
나는 아기 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기 새가 둥지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날개짓을 했대.
하늘에 올라가서 들판에 양도 보고, 봄이 되어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 잎도 보고, 코~ 낮잠 자는 멍멍이도 보고 하다가
졸려서 다시 둥지로 와서 잠을 잤대.
하는 이야기를 조금씩 바꾸어 반복해 들려주며 어깨를 토닥였더니
잠이 들었다.
젖 떼는 일을 오래도록 겁 먹으며 홍아가 어떻게 반응할까 마음 졸였는데
다 큰 홍아가 알아서 안녕을 하는구나.
홍아는 자다가 깨도 엄마 으긍을 안 먹겠다고 하였으니 밤 중엔 어찌하나 더 볼 일이나,
또 반창고를 뗀 다음은 어찌할 지도 알 수 없으나,
혼자서 이렇게 대견하게 안녕을 하고 잠을 자다니
감동이다.
말걸기와 나는 으긍에 밴드를 붙이고 감동에 겨워 잠을 못 이루고 이렇게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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