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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립니다. 반복된 행위의 이유는 얼마 전 G에게 적었던 내용과 같은 이유입니다. 글을 쓸 수 없는 이유들을 찾기 시작하면 결국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글을 적고 있습니다. 나는 글 쓰는 행위에 집착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어떤 행위를 반복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G에게 처음 짧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지난 5월 27일이었으니 이제 한 달이 조금 지나고 있습니다. 그 짧은 한 달의 시간에도 글을 보내지 못한 것이 두 번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G에게 글을 쓸 수 없는 이유들은 더 많았습니다. 하루가 너무 바쁘게 돌아갔다거나, 집에 들어온 시간이 너무 늦었다거나, 이러저러한 사정들을 끄집어내다보면 결국,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상황을 무시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G는 암이라는 질병과 살아가고 있는 지인입니다. 그래서 G를 위해 내가 생각하고 있다고, G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니 잘 이겨내라는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글쓰기입니다.
내가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잘 쓰인 글을 내 놓고 싶은 욕심은 아닙니다. 그저 단순하게 자신이 살아온 하루의 삶을 돌아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가 적어가는 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사람들이 보는 곳에 글을 적을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계속 쓰고 싶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합니다. 아니 자기 검열을 통해 써야 할 내용을 거르고, 표현을 다듬습니다. 인위적으로 글을 구부린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글을 적어내려 가면서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에는 일기를 거의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거나 자신의 속마음을 글로 적을 때에는 개발새발 글을 적어서 다른 이가 읽지 못하게 했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덕분에 내 자신도 무슨 내용인지 읽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일기를 아니 그냥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었던 것은 군대에 갔을 때 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수양록이라는 것을 작성하면서부터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적었던 것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그때 나름 그림도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도 끄적였던 것 같은데, 이 후 제대를 하고, PC 통신을 접하면서 공개되는 글을 적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다투고자,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자 적어가기 시작한 글쓰기는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오면서도 이어졌습니다. 물론 내 글은 읽은 이는 늘 많지 않았습니다. 사실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쓰기보다, 대부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늦은 시간 큰 아이와 비가 내리는 길에서 만났습니다. 스카(스터디카페)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마중나간 것입니다.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녀석은 시험 기간이라며 공부를 하러 갔습니다. 평소에는 펑펑 놀다가 시험을 볼 시간이 다가오니 그 때서야 공부를 하겠다는 이른 바, 벼락치기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처럼 시험 기간에 시험공부만 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뒹굴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노래를 합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을 받혀주는 점수를 받으면서도 해맑게 웃습니다. 이런 아이를 학교 교사들도 신기해하지 않을까요? 그 점수에 그리도 즐거워하는 아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요.
점수와는 상관없이 학교를 즐겁게 다니는 녀석은 대안학교에서 초등과정과 중등과정을 마친 뒤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큰 아이는 스카에서 잠을 자는지 공부를 하는지 모르지만 그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적고 나면 카톡을 보낼 생각입니다. 딸 언제 오냐?
2022.06.29.
눈물이 마른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