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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어느 날 자대배치 받은 지 한 달도 안 된 이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2월 9일자 뉴스를 봤다.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53733_36199.html )
MBC 취재결과 가해자 6명은 A4 용지 29장에 상급자 이름과 부대편제 등을 적어 놓고, 이등병에게 외우도록 강요하고, '총으로 쏴버리겠다'고 폭언을 하는 등 심하게 괴롭혀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군과 관련한 뉴스들을 볼 때마다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에서 지냈던 기억들이 때때로 나를 힘들게 한다. 내가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2021년 8월 27일 공개)를 아직도 보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내 기억 한 구석에는 그 시절이 남아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나는 머리가 그리 좋지 않아서 처음 부대에 전입을 하고 힘들었다. 어쩌면 요즘 말로 관심사병? 나는 뭔가를 억지로 외우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특히 사람 이름을 외우는 것이 더더욱 힘든 사람이다. 그런데, 상급자들을 외워야 했고, 복무신조를 외워야 했다.
식사를 하고 식기를 닦을 때 신병들에게 군기를 잡던 군번(우리 부대는 이들을 짬밥이라 불렀고 아마 다른 곳에서는 식기 당번이라 불렀던 것 같다)들이 외워야 할 것들을 물어 볼 때 대답을 하지 못하면 식기로 머리를 맞았다. 때때로 가로로 때려서 머리가 찢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질문에 답을 못한 신병의 바로 위 군번은 선임병에게 잔소리를 들었고, 답을 하지 못한 신병은 후 폭풍을 감당해야 했다.
내가 생활하던 부대는 아마도 80명은 넘었던 같다. 105미리 포가 6문, 한 포에 최소 인원 5명. 포반장까지 합치면 6명? 더군다나 수송, 통신, 사격지휘소, 관측, 포대본부 등을 합치면 인원이 많았다. 그 인원을 기수별로 외워야 했고, 식기를 닦을 때 몇 년 몇 월 군번은 누가 있느냐고 묻거나, 군인의 길 같은 것을 물어봤다. ㅎㅎㅎ
가끔 집합도 있었다. 군기 잡는 군번이 많은 곳 창고가 집합 장소였다. 수송이 많으면 수송창고, 통신이 많으면 통신 창고. 전포가 많으면 포반창고 또는 포상에서 집합.
선임에게 가끔 철모로 철모를 맞을 때가 있는데, 잘못 맞으면 지대 끈이 끊어져 머리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은 포다리를 넘었다는 이유로 맞았던 기억이다. 포다리를 돌아서 가야하는데, 포수입(포에 기름칠하고 닦아 내는 작업)을 하다가 가신을 넘었다는 이유였다. ㅎㅎㅎ
집합이 끝나거나, 푸닥거리가 끝난 뒤 선임병들은 이런 말을 했다. 너희들 군대 좋을 때 왔어. 그 좋을 때는 30년이 넘어도 되풀이 되는 가 보다.
가해자 6명은 피해자에게 외우도록 한 A4 29장 분량의 내용을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한 달 전에 들어온 후임병 때문에 갑자기 생각해 냈을까? 내 생각에는 이전부터 내려오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생겨나면서 발생한 문제였다고 본다. 뉴스를 보면 외국생활을 오래해서 발음이 좋지 못했다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익숙하지 않는 발음. 그리고 생소한 문화.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는 때때로 폐쇄적이고, 맹목적이다. 저항하기 힘든 집단 문화가 있다. 그것을 거부하려면 그 시간을 버티고 견뎌야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자신이 버티고 견딘 시간을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견디고 버텨야 하는 시간으로 남기고 떠난다.
군이라는 집단 문화를 외곡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잘못된 문화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초급 간부 한 명만 괴롭힘에 가담을 했을까? 다른 간부들은 괴롭힘을 방관하지 않았을까?
스물한 살에 스스로 생명을 버린 아들의 소식을 듣게 된 부모는 어떤 마음일까?
2023. 2. 12.
갈매기 날다.
2016년 10월 24일 산학교 식당에서 발견. 줄을 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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