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살자 89회

 

1


이번 방송에서 무슨 얘기를 할까 하는 생각을 일주일 동안 해봤지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하는 생각에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봤는데
내 마음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왜 그래?”
“글쎄...”
“요즘 특별히 바쁜 일도 없고, 잘 지내고 있지 않나?”
“그렇지.”
“뭐 고민있어?”
“아니. 그리고 고민이 있으면 할 얘기는 많겠지.”
“그래, 그건 그렇네. 음... 정신을 딴데 둬야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날씨가 더워서 생각이 멈춰버린 것도 아닌데...”
“그렇지?”
“혹시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 있어?”
“뭐, 별로.”
“음, 알았다.”


이러면 방법이 없습니다.
혼자서 주절주절 떠드는 방송인데 마음 속에서 떠오르는 게 없으니...
그래서 오늘 방송은 음악방송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긴데요, 음악을 들으면 뇌에서 기분 좋아지는 호르몬이 분비되서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하네요.
오늘 방송은 마약 먹고 뿅가는 방송으로 만들어볼까요? 크흐흐
성의없이 진행되는 방송에 너무 억지스러운 의미를 갖다붙이는 건가요?
아, 뭐, 그냥 편하게 음악이나 들어봅시다.


2


 

 

첫곡은 계피가 부른 ‘옹달샘’입니다.
얼마 전에 이 노래를 들었는데 마음이 정말 시원해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사랑이랑 둘이 산책을 하다가
맑은 옹달샘을 발견하고는
둘이 같이 머리를 숙여서 그 물을 마시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맑고 밝은 기분이 전해지는 노래가 정말 오래간만이었습니다.

 

3


 

 

이번에 들으신 음악은 Michael Hoppe라는 분이 연주하신 ‘Beloved’라는 곡이었습니다.
현악기 소리가 하프인가요?
너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죠?
눈을 감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내가 연주를 하고 있는듯한 기분도 듭니다.
연속 재생으로 설정해놓고 한 10분쯤 들어보세요.
마음이 아주 차분해지고 편안해집니다.

 

4


이번에 들으실 노래는 Billie Eilish라는 가수의 ‘bury a friend’라는 곡입니다.
직역하면 ‘친구를 묻다’라는 뜻이되는데요
제목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좀 컬트한 분위기의 노래입니다.
뮤직비디오도 컬트적 분위기가 넘치는데요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이런 음악 싫어하시는 분들은 그냥 건너 뛰세요.
맑고 아름다운 음악에 이어서 이런 분위기의 음악을 선곡한 이유는
그냥 이런 노래도 듣고 싶어서예요.


명상을 하는 방법 중에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고통을 그냥 그대로 바라보는 방법이 있거든요.
그때의 그 고통을 생생하게 떠올려서 무의식적인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하는 건데
이 노래를 들으면 그런 기분이 듭니다.
한글 자막으로 가사까지 번역되어 나오는데요
자학적인 내용의 가사와 화면이 악몽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그 악몽이 슬픕니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나를 꼭 껴안아주게 되죠.
그리고 살며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줍니다.

 

 


5


오늘 마지막으로 들려드릴 노래는 Stevie Ray Vaughan의 ‘Texas Flood’입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활동한 이분은 블루스 기타리스트로 아주 유명하다고 하네요.
끈적끈적한 블루스 음악에 락처럼 힘이 들어가 있어서 듣는 이를 강하게 빨아들입니다.
노래하신 분이나 이 노래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기 때문에 궁금하신 분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세요.
이 노래를 선곡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오래간만에 블루스 선율에 푹 빠져보고 싶어서죠.
이런 노래는 라이브 공연으로 감상하는 게 제맛이라서 라이브 버전으로 올려봤습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들이 마음에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나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있고 싶을 때
이런 음악들 들으며 마음의 자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