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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3회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시작하겠습니다.

들풀입니다.

반갑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이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답답한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답답함이 일상이 되기는 했지만

봄기운마저 제대로 즐길 수 없어서 답답함이 배가되는 기분입니다.

오늘 방송은 그런 답답한 마음을 편안한 음악으로 달래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한국대중음악상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 정밀아의 ‘청파소나타’에서 몇 곡을 같이 들어볼까 합니다.

음... 저도 정밀아라는 가수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요

이번에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참 매력적인 가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친한 친구랑 일상 속의 소소한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의 노래들이었습니다.

 

 

어... 제가 음악평론가도 아니니 말을 길게 하는 것보다

먼저 노래 한곡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역에서 출발’ 듣겠습니다.

 

 

 

 

 

 

 

어떠셨나요?

엄마랑 조잘조잘 통화하는 딸의 얘기를 옆에서 우연히 듣게 됐는데

나도 모르게 그 대화에 귀가 쫑긋해지더니

어느 순간 제 마음이 환해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엄마랑 그렇게 통화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가만히 듣다보면 짠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내 스무 살은

한 백 번은 변한 것 같아

 

 

 

이 가사를 들으면서

음... 제 마음 속에서 온갖 것들이 순간적으로 떠올랐습니다.

잊고 있었던 지난날의 꿈, 즐겁고 슬프고 힘들었던 기억들, 고단했던 삶의 조각들, 어지러웠던 희망과 방황들...

고주알미주알 길게 얘기하지 않더라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게 뭐 어떻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랬구나 하는 거예요

 

 

 

그런데 바로 뒤에 이어지는 이 가사가

떠올랐던 오만가지 감정들을 다시 순식간에 가라앉혀 버리더라고요.

그때 눈물이 살짝 스치면서 동시에 제 입가에 미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이 노래에 빠져버렸죠.

 

 

 

2

 

 

앞에서 엄마랑 통화하는 딸의 대화를 엿들었다면

이번에는 친한 언니와의 통화를 엿들어 보겠습니다.

 

 

 

 

 

 

 

아~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나서...

죄송합니다, 감정 좀 추스르고 진행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힘들 때 전화해서 하소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제 주위에서 그럴만한 사람이 사라진지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감정 조절이 잘 안되네요.

음 음 음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 중에도 그런 분이 많겠죠?

힘들다고 투정부리거나 하소연할 사람 한 명 없이 그냥 살아가시는 분들

그래서 이 노래를 듣다보면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웃기는 건

내 하소연을 들어주는 언니도 저랑 마찬가지라는 거죠.

언니도 힘들다고 투정부리거나 하소연할 사람 한 명 없이 그냥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나나 봅니다.

 

 

음, 음, 음,

여러분

이 방송이 그런 언니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합니다.

저도 세상사는 게 힘들고 어렵지만

저랑 똑같이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그런 방송

그 하소연을 듣고 해줄 말이 별로 없어도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런 방송이었으면 합니다.

 

 

 

3

 

 

이번에 들려드릴 노래는 앞에서 들려드렸던 노래와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앞의 두 곡이 조곤조곤 대화하는 듯한 편안한 노래였다면

이번 노래는 혼자서 넋두리 하듯이 두서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조금은 불편한 노래입니다.

그렇다고 난해하거나 어지러운 노래는 아니니까

그냥 편한 마음으로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정말아의 ‘광장’입니다.

 

 

 

 

 

 

 

어떠신가요?

앞에서 들려드렸던 노래들이랑 분위기가 달라서 조금 당황스러웠나요?

아니면 앞의 노래랑 비슷한 마음의 느낌을 가져가셨나요?

 

 

가끔 길을 가다가 깃발을 들고 집회를 하시는 분들을 보게 되면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랄까 이질감이랄까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게 사실이거든요.

뉴스를 통해서 노동자나 장애인이나 이런 분들의 소식을 접하면 마음이 다가가기도 하는데

막상 광장에서 그분들의 집회를 보게 되면 한 발 물러서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게 왜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겠지만,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촛불집회처럼 내가 원해서 참가한 집회에서는 같이 참가한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낄까요?

음... 모두가 하나의 뜻을 갖고 함께 촛불을 들었다는 뿌듯함이랄까 환희랄까 그런 건 있는데

음...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사람과 하나의 마음으로 통한하는 느낌을 없었습니다.

그건 또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온전하게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그럼 내 일로 다가오는 건 뭘까?

온전히 나만의 관심사로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도 가능하기는 할까?

음... 이런 식으로 생각이 막 뻗어나가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노래를 가만히 들으면서 해답 없는 생각을 펼치다가

‘숨지 않아도 되고 숨길 것도 없는 곳’이라는 가사에서 잠시 마음이 덜커덩하고 흔들렸습니다.

그런 곳이 광장일까요?

실제 광장에서는 숨고 싶을 때도 있고 숨길 것도 많은데

한 평 마음의 광장에서는 안 그래도 될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밀아의 ‘광장’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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