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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29회 – 재난지원금 활용법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스물아홉 번째 방송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재난지원금이 들어왔습니다.

25만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액수의 돈입니다.

재난지원금이 들어오기 며칠 전부터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맛있는 것을 사먹거나 사고 싶었던 것을 사는데 한방에 털어버리기에는 좀 허무한 것 같고

이것저것 리스트를 작성해서 나눠 쓰기에는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생활비로 아름아름 써가기에는 왠지 아쉬운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래저래 고민을 하다가

이 돈이 없어도 그만이고 있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이 돈이 좀 더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읽는 라디오를 통해서 이래저래 해왔던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주변에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25만원이라는 돈이 애매한 액수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돈만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가기에는 좀 민망할 것 같아서

얼마를 더 보탤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 돈 25만원을 더 보태서 50만원을 맞추고 싶었지만

제 형편이 좀 빠듯해질 것 같아서 망설여졌습니다.

고민 고민하다가 40만원을 맞추기로 결심을 했는데

갑자기 조카들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위해 쓰는 것을 포기한다고 해도 조카들을 위해서는 조금 쓰고 싶어져서

다시 고민 끝에 조카들에게 선물할 돈은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은행에서 30만원을 찾아서 종이봉투에 집어넣고

주민센터에 가서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달라고 내놓고는 나왔습니다.

주민센터 직원분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표현을 하시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공덕을 쌓고 그에 대해 스스로 떠벌리면 그 공덕이 날아가 버린다고 했는데...

뭐,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제가 한 일을 스스로 얘기하면서

저를 그런 쪽으로 강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방송을 통해 저를 그렇게 바꿔나가려고 합니다.

 

 

 

2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고 났더니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 제 마음에서 일어났습니다.

 

 

첫 번째 반응은 의심이었습니다.

“주민센터에 기부할 때 서류를 작성한 것도 아닌데 그 돈이 엉뚱한 곳에 쓰이면 어떻하지?”

“금액이 적어서 직원이 친한 사람에게만 줘버리는 건 아닐까?”

“기부금이나 물품을 나눠주면서 직원이나 지역유지가 자신이 한 일로 생색을 내지는 않을까?”

 

 

두 번째 반응은 교만이었습니다.

“재난지원금으로 스마트워치를 사고, 심지어는 ‘깡’을 한다고도 하는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욕심이 많을까?”

“sns를 보면 재난지원금으로 식당가고 물건사고 한 것들 자랑하기 바쁜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

 

 

이런 감정들은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기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어서 저도 좀 놀랐습니다.

나름 순수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본다는 생각에 한 일이었지만

제 마음 속에는 제 행동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이 진득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속마음을 확인하고 나니 당황스러우면서 부끄럽더군요.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르힙 쿠인지의 ‘드네프르의 밤’이라는 그림입니다.

어두운 밤, 구름 사이로 환한 보름달이 비칩니다.

그 달빛을 받아서 잔잔한 호수도 환해집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도 어둠 속에서 환해집니다.

그리고 고요함과 편안함이 저를 감쌉니다.

 

 

그 고요함과 편안함에 묻혀 마음을 씻어내고 싶은데

금세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고요함과 편안함을 방해합니다.

머릿속 잡념들을 떨쳐버리려고 할수록 더 많은 잡념들이 일렁거립니다.

 

 

그 잡념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그림을 바라보면서

주문을 외웁니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Vangelis의 ‘La Petite Fille De La 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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