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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27회 – 생각 주고받기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스물일곱 번째 편지를 보내봅니다.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지난 방송을 읽고 성민씨가 사연을 보내주셨는데요

그 사연에 제가 토를 달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게 됐습니다.

그렇게 서로 랠리를 주고받고 났더니

의외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방송은 저와 성민씨가 주고받았던 얘기로 꾸며봤습니다.

여러분도 구경만 하시지마시고 같이 랠리를 주고받으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2

 

 

먼저 성민씨 의견입니다.

 

 

 

‘커다란 통나무는 그저 강물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 가지만 조그만 연어는 스스로 강물을 거슬러 간다’

20대 때 이 얘기가 가슴에 팍 박혔습니다.

그렇게 혁명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라는 노래를 자주 흥얼거리며

한 걸음씩 딛고 왔더니 투쟁의 최전선에 서있었습니다.

 

 

오직 앞만 바라보면서 모든 것을 다해 싸워나갔는데

어느 순간 저는 뒤로 밀려나있었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발버둥쳐봤지만

버림받은 연어는 강물을 거슬러갈 수 없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지만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뒀더니

강물을 따라 유유히 헤엄치는 나이든 연어가 되고 있었습니다.

 

 

“살아지게 두는 것이 아니라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정성을 다해 살아내야겠다”

지난 방송에서 인용했던 한지은님의 얘기를 곱씹어봤습니다.

‘삶이 온전히 내 것으로 되는 것’이 가능할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굳이 견뎌온 시간이 이제 와 너무 아깝다”

추소영님의 어머님이 하셨다는 얘기도 곱씹어봤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삶은 아닐까?

 

 

요즘 페이스북에서 20대 때의 사진을 올리는 게 유행이라는데

20대의 혈기왕성한 성민이가 불쑥 고개를 내밀고 한마디 합니다.

“나이 든 당신은 그렇게 현실을 인정하며 살아가세요. 젊은 우리는 이런 현실을 만들어놓은 당신들을 딛고 나아갈테니까요!”

 

 

 

3

 

 

이어 들풀의 의견입니다.

 

 

 

나이든 이들이 젊은이들을 보며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는 것은

그들이 그저 꼰대여서만은 아닐 겁니다.

그들이 살아온 세월만큼 많은 경험이 쌓였을테고

그 경험들이 젊은 세대 속에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려와 노파심에서 선의로 한마디 던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을 꼰대의 참견이라고 싫어합니다.

나이든 이들의 경험과 젊은이들의 경험이 다른 것인데

그것을 자신의 기준으로 재단하는 것이 싫다는 겁니다.

도와줄 것 아니면 그냥 입 다물고 있으라는 것이죠.

 

 

성민씨의 얘기를 꼰대의 참견이라고 재단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성민씨의 경험과 다른 이들의 경험은 결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인생의 큰 흐름 속에서 젊은이들의 시도가 과거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반복된 시도들 속에서 그들은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고 세상은 조금씩 변하는 것이겠죠.

 

 

20대의 성민씨가 했던 말 중에

나이든 이는 현실을 인정하며 살아간다는 얘기에는 생각이 다릅니다.

나이든 이들 역시 나름 치열하게 노력하면서 현실을 바꿔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단지 젊었을 때처럼 힘이 넘치지 않고 주목을 덜 받을 뿐이겠죠.

나이든 이와 젊은이가 지금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동지로 만날 수 있다면

나이든 이들은 젊은이들이 좀 더 나아갈 수 있게 자신의 등을 내어줄 수 있을 것이고

젊은이들이 나이든 이들을 딛고 나아갔을 때 세상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4

 

 

다시 성민씨 의견입니다.

 

 

 

들풀님에게 단단히 혼났네요, 하하.

제가 들풀님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신을 차려야할 때는 아주 가차 없이 몰아붙이거든요.

그 단호함이 방송을 진행하면서 보이지 않는 게 아쉬웠는데

이번에 제대로 보여주시네요, 헤헤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귤나무에 감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5월에 전정 하느라 바쁘고

6월부터 방제작업 하느라 바쁘고

7월에는 열매속기 하느라 바쁘고

8월에는 가지묶기 하느라 바쁘게 보냈더니

여름이 다 지나갔습니다.

앞으로 방제작업을 몇 번 더 해야 하고

비료도 듬뿍 줘야하지만

크게 바쁜 일은 이제 없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바쁘게 보낸 여름이 싫었던 건 아니지만

일에 집중하며 더위를 견디는 삶에서 벗어나

주위도 둘러보고 제 마음도 살펴보면서 살아야겠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제 자신에게 물어보고 그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다른 이들의 호흡에 좀 더 귀 기울여서 그 마음결을 느끼며 살아야겠습니다.

강물이 흐르는 데로 바라만보지 말고 여럿이서 함께 강물을 즐겨봐야겠습니다.

 

 

 

 

(위수의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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