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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51회 – 내게 말을 걸어온 글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쉰 한 번째 문을 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들풀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성민씨가 부모님에게 툭툭 내뱉었던 말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득명님이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셨습니다.

 

 

저도 닮아가고 있는 아버지가 문득문득 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땐 거울을 봅니다.

내 안에 계신 아버지를 봅니다.

그러면 언제나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그래 잘 살아내거라.'

 

방송 잘 듣고 갑니다. ^^

 

 

성민씨나 득명님이나 모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살아가다보니 어느 순간 문득 아버지의 모습이 자신에게서 발견되나 봅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얘기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두 분의 얘기가 가슴에 확 와 닿지는 않습니다.

아직 제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제 삶의 경험이 두 분만큼 많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는데 마음에 와 닿는 데는 조금의 거리가 있더군요.

 

하지만

남들에게 내뱉었던 말과 행동이 나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는 성민씨의 얘기나

내 삶에 족적으로 남아있는 부모님을 떠올리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득명님의 얘기는

제가 살아가는 데도 나침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살아계신 부모님에게 신경 쓰기보다는 제 자신에게 신경 쓰기에 바쁜 저를

한발쯤 물러나서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거울을 보면서

남들 눈에 비칠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모습을 보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jewellake님의 블로그에서 빌려온 사진입니다.

jewellake님의 지인분이 캘러그래피로 글을 쓰신 후에 액자로 만들어서 선물해 주신 거라고 하네요.

 

흔들리고 힘겹고 두려울 때

그것에서 도망가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 경험들이 되어보라는 말이

저는 무서웠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그런 경험들을 충분히 해왔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과거의 그 경험들을 되새김질 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기도 한데

오롯이 그 경험들이 되어보라니...

 

그런데 마지막 글자가 ‘봄’이잖아요.

어느 시인의 얘기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봄도 그런 힘겨운 겨울을 오롯이 겪어내야 맞이한다는 뜻일까요?

그렇게 이해하면 조금은 위안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경험들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은 무섭습니다.

 

2월이 되면서 서서히 겨울이 끝나가는 기운을 느꼈는데

생각 외로 매서운 꽃샘추위에 잔득 웅크린 지난 한주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봄기운이 몰려오기는 하겠지만

그 봄이 얼마나 화사할 수 있는지는 이 겨울에 달렸네요.

 

 

3

 

이상한 일입니다.

앞의 사진에서 소개해드렸던 글이 계속 가슴에 남아서 맴돌더군요.

무서워서 글의 내용을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시원하게 내려가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불편하거나 찜찜한 그런 기분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고

누가 말을 걸어왔는데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을 때의 그런 아쉬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글을 되뇌어 봤습니다.

‘흔들릴 때 힘겨울 때 두려울 때 진정으로 그 경험들이 되어 봄’

몇 번을 되뇌면서 그 경험들이 되어보는 생각을 해봤지만

역시나 주저주저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래도 계속 되뇌며 그 글에 좀 더 다가가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더니

파도 위에 움직이는 나뭇잎이 보이더군요.

 

그때야 이 글이 제게 하려는 얘기가 조금 이해됐습니다.

그 출렁임에 저항하거나 도망가려하지 말고

그냥 그것에 몸을 맡겨 같이 출렁이면

파동이 같아져서 무섭지 않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이해했더니 마음이 조금 홀가분해지더군요.

 

흔들릴 때

힘겨울 때

두려울 때

그것과 같이 출렁이는 것이

무섭기는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진정으로

그 경험들이 되어

 

 

 

(요조의 ‘내가 말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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