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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성민이가 진행합니다.
겨울에는 감귤나무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4월에 수확 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됩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냉해를 입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합니다.
열풍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기본적인 난방은 기계가 하지만
기온이 떨어지는 상황을 살피면서 하우스의 천정과 측면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올해는 기름값이 비싸기 때문에 문을 열고 닫는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춥다고 문들을 닫아놓기만 하면 환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겨울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과일의 껍질이 부풀어 올라서 상품성이 떨어져버립니다.
그래서 수시로 기온을 확인하면서 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를 반복해야 합니다.
기온이 떨어지는 경우는 주로 밤이나 새벽이기 때문에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서 살펴야 합니다.
물도 너무 많이 주면 과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땅의 상태를 살피며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양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보름에 한 번씩 칼슘제를 뿌려줘서 과일이 저항력을 갖도록 해줘야 합니다.
봄여름에 비하면 해야 될 일이 많지 않아서 몸은 편한데
민감하게 신경 써야 할 것들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른 계절에는 실수를 하더라도 감귤이 자라는 과정이기 때문에 만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수확을 앞두고 있는 겨울에는 한 번의 실수로 1년 동안 고생했던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년보다 추위가 길었던 올 겨울은 그래서 더 긴장하며 보냈습니다.
가득이나 농사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혹여나 잘못될까봐 잔잔한 걱정을 붙들어 매고 지내야 했습니다.
수확까지는 한 달 여가 더 남았기 때문에 아직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고
겨울에 입었던 피해는 3월말이 돼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도 조마조마합니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감귤나무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신영복 선생의 글귀가 떠오는 것이었습니다.
영과후진 盈科後進
물은 빈 곳을 채운 다음 나아갑니다.
결코 건너뛰는 법이 없습니다.
차곡차곡 채운 다음 나아갑니다.
떠오른 글귀를 가만히 되새김질 했더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래서 제게 한마디 해줬습니다.
“지금은 너의 빈 곳을 채우는 기간이야. 서두르지도 말고 겁먹지도 말고 차곡차곡 채워나가자.”
2
근처에 사시는 분에게 무를 조금 드렸더니
그걸로 동치미를 담가서 갖다 주셨습니다.
생각지 못한 이 선물에 입이 호사를 누리게 됐습니다.
나눠주는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돌아오는 정은 마음을 포근하게 만듭니다.
내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잘 간직해야겠습니다.
3
한국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취업해서 활동하던 우크라이나인들이 조국으로 돌아가서 총을 들고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비교적 잘 사는 나라에서 안정적 직장까지 있던 그들은
멀리 떨어진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조국의 전쟁을 살짝 외면할 수도 있었고
한국에서 좀 더 안전한 방법으로 지원할 수 있을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안락함을 버리고 고통 받는 이들의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들 중에는 한국에 가족들이 있는데도 홀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간 이도 있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듣고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에 답이 쉽게 나오지 않더군요.
얼마 전부터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소식들이 남달리 다가오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홍콩이 그랬고, 미얀마가 그랬고, 아프카니스탄이 그랬고, 우크라이나가 그렀습니다.
그들의 투쟁에 멀리서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서 힘을 보태려는 노력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국제주의라고 그러면 추상적 구호로만 외쳐지거나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간접적으로만 경험했던 것이었는데
세계화되고 IT기술이 발달한 세상에서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그들의 모습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만큼이라도
그들의 투쟁에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윤선애의 ‘낭만 아줌마’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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