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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52회 –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기운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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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쉰 두 번째 문을 열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들풀입니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추위 때문에 보일러를 자주 틀어야했습니다.

나름대로 아낀다고 아끼면서 틀었는데 그만 기름이 바닥나고 말았습니다.

예년 겨울에 비해 많이 들어가는 난방비 때문에 걱정이었지만 기름을 안 넣을 수는 없어서

한 드럼만 넣기로 하고 주유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오래지 않아 주유차가 도착했는데 결제를 하면서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23만원이 넘는 영수증을 보며 한숨이 나오더군요.

며칠 전에는 세탁기가 고장 나서 수리비로 8만원이 나갔고

냉동실에 문제가 있는 냉장고는 고치지도 못하고 있는데...

 

가뜩이나 추운 겨울날씨와 뒤숭숭한 세상소식들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어 있는데

생활비 고민까지 겹치니 제 삶이 초라해지더라고요.

 

이런 상태에서 방송 원고를 고민하고 있는데

성민씨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랫동안 이어지던 추위가 풀리고 따뜻한 햇살이 비치던 날

레몬나무 전정을 했다고 합니다.

어수선하게 펼쳐져있던 나뭇가지를 정리했더니

나무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민씨가 전정을 하는 동안

사랑이는 그 옆에서

따뜻한 햇살을 원 없이 즐기며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네요.

 

한 발짝 일찍 전해진 제주의 봄소식을 접했더니

마음속에 가득했던 근심들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봅시다.

이제 봄이 오고 있잖아요.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추위가 누그러진 날

근처 야산을 찾았습니다.

아직 봄기운을 느낄 수는 없는

삭막한 풍경이 펼쳐졌지만

한결 부드러워진 공기에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이번 겨울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국면이 길어지면서 침체된 세상만큼 저도 침체됐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사람들과 멀어지다보니 고립감도 찾아들었고

추운 날씨 때문에 모든 것들이 더 움츠러들었습니다.

꼭 닫은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더 춥듯이

웅크린 마음 틈에서 퍼져 나오는 한기가 더 매서웠습니다.

그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으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성냥팔이 소녀의 가녀린 불꽃처럼 금세 사려져버리곤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겨울의 끝자락에서

걸어보는 산책길에

살랑이는 강아지풀과 마주했습니다.

어릴 적에 강아지풀을 뽑아들고

볼과 손바닥에 갖다 대면서

살살 간지럼을 태웠을 때의

찌릿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전해지더군요.

 

저 강아지풀을 빗자루 삼아서 내 마음속의 먼지를 털어내야겠네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생긴 생체기도 털어내고

나를 쪼아대던 자격지심도 털어내고

쓸데없이 부풀었던 잔걱정들도 털어내고

감각적 자극에 연연했던 쓰레기도 털어내야겠습니다.

그렇게 겨울의 먼지들을 털어내면

부드럽고 따뜻한 봄기운이 자리를 잡겠죠.

 

 

 

(시와의 ‘새 이름을 갖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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