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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예순 여덟 번째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들풀입니다.
오늘은 가볍게 미술관 산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제가 미술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주말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미술관을 찾는 기분이었으면 합니다.
오늘 전시할 그림들이 가벼운 그림들은 아니지만
그림들이 말하려는 것을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전시에는 6점의 작품이 있는데요
특별한 주제가 있어서 선정한 것은 아니고
그냥 제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골라봤으니
여러분도 그냥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가보시죠.
2
이 그림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난장이와 함께 있는 발타사르’라는 작품입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17세기 스페인의 궁정화가라고 합니다.
궁정에서 귀족들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고 하는데요 이 그림도 발타사르 왕자를 그린 것입니다.
왕자가 자라서 스페인을 다스릴 늠름한 왕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껏 치장해서 그렸는데
왕자의 앞에는 익살스러운 복장의 난장이가 서있습니다.
당시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는 기이하게 생긴 사람들을 수집품처럼 모으는 것이 유행이었고 궁궐에서는 이런 난장이들이 애완동물처럼 다뤄졌다고 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있는 부잣집 도련님의 돌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귀여운 강아지 대신에 익살스러운 난장이라는 것이 좀 그렇죠?
왕자의 애완동물로 살아가는 삶은 어떨까요?
감히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3
유명한 그림이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합니다만
이런 모습이라면 조금 어지러울 것 같기는 하네요.
하지만 나름대로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는 별들을 보고 있노라면
제 마음도 가볍게 들썩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별들이 리드하는 데로 따라서 어설프지만 스텝을 밟고 싶어집니다.
4
이 그림도 유명한 그림인데요
프리다 칼로의 ‘부러진 기둥’입니다.
프리다 칼로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나서 척추수술을 받은 후에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요
그 고통이 오롯이 제게로 전해지는 것 같아
그림 앞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슬며시 눈을 감아봅니다.
(전진희, 강아솔의 ‘우리의 슬픔이 마주칠 때’)
5
루느아르의 ‘시골 무도회’라는 작품입니다.
화려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지만 나름 멋을 부려 차려입은 남녀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제일 먼저 음악소리가 들립니다.
악기구성도 단출한 가볍고 경쾌한 왈츠
그리고 냄새도 느껴집니다.
구수한 두엄과 시큼한 막걸리 그리고 상큼한 레몬
그 분위기에 취해 마음이 무장해제 되는 순간
저 여인과 눈이 맞추진 저는
가벼운 목례를 하며 살며시 미소를 짓습니다.
6
편안하고 행복한 미소를 함께 나눈 후에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더니
이 그림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뭉크의 ‘울고 있는 누드’입니다.
‘아~’ 하는 짧고 얕은 비명이 반사적으로 나오더니 얼음이 돼버렸습니다.
(정차식의 ‘할렐루야’)
7
오늘의 마지막 그림은 즈지스와프 벡신스키의 작품입니다.
해골이나 다름없는 둘이 포옹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원래 그림에 대한 설명이나 제목을 달지 않는다고 하니
그냥 그림을 보며 느낄 뿐입니다.
연인인지 가족인지 모를 두 사람의 포옹
죽어서도 그 사랑을 이어간다는 뜻인지
절망 속에서도 사랑으로 이겨낸다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그 포옹이 전하는 에너지는 강렬합니다.
애써 이 그림에 대해 해석하지 않고 그냥 그 에너지를 오롯이 받아들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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