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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71회 – 내 마음에 간직할 것과 버릴 것

 

 

 

1

 

오늘도 읽는 라디오의 안테나를 세웁니다.

반갑습니다, 들풀입니다.

 

일상 속에서 스치듯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지내는 노력을 한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편의점에서 계산을 할 때 ‘고맙습니다’라고 짧게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전부입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몸에 익기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인사가 나옵니다.

 

‘일상에서 스치듯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짧은 온정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솔직히 정서적 안정감을 찾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편의점 점원은 기계적으로 인사를 건네고 저도 기계적으로 답례를 합니다.

버스 기사님은 대부분 제가 건네는 인사에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그런 기계적 인사나 무반응에 마음이 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제가 인사를 건네면 마음을 담아서 답례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이 통하는 듯한 짜릿함이 살짝 밀려옵니다.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줬을 때의 즐거움이죠.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났더니 인사를 건네는 것 자체가 즐거워졌습니다.

상대가 반응을 보여주지 않아도 제 마음은 그분에게 전해졌을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습니다.

 

반응이 거의 도착하지 않는 이 방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이 방송에서 하는 얘기들이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닿을 것임을 알기에 그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여러분, 읽는 라디오를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2

 

 

7월 3일(일) G에게 전화가 와서 짧게 통화를 했습니다. 본인 말에 의하면 죽다 살았다고, 통화 전까지도 힘들었는데, 많이 나아졌다고 했습니다. 오늘 7월 4일(월) G와 다시 통화를 했습니다. 항암을 하고 나서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목이 부어서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죽을 겨우 먹었다며, 본인도 죽는 줄 알았답니다. 지금은 부었던 목이 많이 가라앉아서 식사 양을 늘리고 있다며, 몸 안에 먹을 것이 들어가니 살만하다고 합니다. 어제보다 목소리에 힘이 있었습니다. 짧게 사는 이야기를 하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G가 카톡을 매일 보내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매일 보내지는 말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보내는 카톡이 부담스러워서 보내지 말라고 하면 안 보낼 것이고, 만약 매일 카톡을 보내는 내게 미안해서 보내지 말라고 하면 그냥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나와 같은 종교(기독교)를 가진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관용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사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던 그 당신을 위한 기도 행위는 사라집니다.

 

G에게 짧은 글을 적어 보내는 행위는 내게 하나의 기준점입니다. G 말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G에게 보내는 것처럼 매일 커톡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내가 카톡을 보내는 이유는 G를 기억하고 기도하기 위함입니다. G를 위해 기도하면서, 가끔은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합니다. 부위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암이라는 공통된 이름으로 불리는 것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깡통님의 블로그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암투병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 글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자기자랑이나 홍보, 타인에 대한 비방들로 넘쳐나서 마음이 개운하질 않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글을 접하게 되면 제 마음이 따뜻해져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난 방송에서 ‘좋아하는걸까? 사랑하는걸까?’라는 글을 소개하면서도 생각했지만

세상의 중심에 있는 내 자신을 조금만 낮추면 주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나랑 똑같은 그 사람과의 짧은 문자나 간단한 인사만으로도 함께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 즐거움을 가슴 속에서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3

 

비울 수 없는 쓰리기통에 쓰레기를 계속 집어넣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까요?

 

처음에는 그냥 쓰레기를 마구 집어넣잖아요.

금방 쓰레기통이 차면 쓰레기통을 가볍게 칩니다. 그러면 공간이 생겨요.

그래도 쌓이는 쓰레기 때문에 곧 차오르면 손으로 눌러서 넣지요.

그러다가 또 차면 발로 눌러서 또 넣고,

그러다 또 차면 신발을 신고 꽉꽉 누르면 공간이 또 생기지요.

그렇게 몇 번을 하다가 또 쌓이는 쓰레기 때문에 더 이상 공간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지면 화가 나서 쓰레기통을 발로 뻥 차버립니다. 그러면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왔던 쓰레기들이 주변에 쏟아지지요. 잠시 그렇게 쓰레기를 바라보고 있다가 화가 삭혀지면 할 수 없이 다시 쓰레기를 정리해서 담아야 합니다. 그런데 종류별로 크기별로 정리해서 다시 담으면 또 공간이 생겨요.

그때부터는 쓰레기를 종류별로 크기별로 분류해서 잘 포개면서 넣게 되죠.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서 또 쓰레기가 차거든요. 그러면 쓰레기통을 다시 비워서 쓰레기들을 새롭게 정리해서 넣습니다. 신기하게도 공간이 또 생겨요. 하하하.

 

답답함으로 꽉 차 버린 마음속에 더 이상 답답함이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 같은데 들어갈 자리가 계속 생기더라고요.

 

 

예전에 성민씨가 했던 얘기입니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같이 찾아왔었습니다.

“저렇게 답답함을 마음속에 쌓아두기만 하면 몸과 마음이 병들텐데...”

“마음의 포용력이나 융통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구나”

그리고 제 마음속에 쌓인 감정의 쓰레기들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성민씨에게 물었습니다.

 

들풀 : 마음속에 가득 쌓인 쓰레기들을 어떻게 하셨어요?

 

성민이 : 어느 순간부터 시간의 강물에 조금씩 흘러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많이 없어졌어요.

 

들풀 : 어떻게 하면 시간의 강물에 흘려보낼 수 있을까요?

 

성민이 : 어... 뭐라고 짧게 설명하기가 좀 힘드네요. 10년치 읽는 라디오를 찬찬히 읽어보시면 알 수 있을텐데...

 

들풀 : 10년의 시간이 필요하시다는 얘기인가요?

 

성민이 : 아니요, 그건 아닌데... 음... 예전에는 제 마음을 배려하지 않고 그냥 제 쓰레기들을 쌓아놓기만 했었거든요. 그런데 온갖 쓰레기들을 받아 안기만 하고 있는 마음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미안해졌어요. 그래서 마음을 위해 조금씩 신경을 쓰다보니까 마음이 알아서 흘려보내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짧고 분명하게 설명하기가 좀...

 

들풀 : 그 정도 설명이면 충분히 짧고 분명한 것 같은데요. 고마워요.

 

오늘도 제 마음속에 어떤 쓰레기들이 쌓여있는지 한 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에게 미안하다고 한마디 건네고

둘이서 같이 청소를 해봐야겠네요.

선우정아의 ‘비온다’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같이 시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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