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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99회 – 세상을 둘러보니...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아흔 아홉 번째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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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미얀마 투쟁에 연대하는 글을 봤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도 알게 모르게 멀어지는 요즘

점점 잊히던 그들의 투쟁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미얀마 투쟁이 뜨겁게 타올랐던 때도 그들의 투쟁에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많지 않았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후원금을 보내고 마음속에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두는 것뿐이었죠.

지금도 역시 그 정도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제 마음속에 그들을 위한 자리가 남아있음에 감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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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 대한 글을 보고 난 며칠 후

정말로 오래간만에 용산철거민들에 대한 글을 봤습니다.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의 그 끔찍했던 기억들이

기억 속 깊은 곳에서 먼지에 쌓인 흑백사진처럼 떠올랐습니다.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을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떠올라

잊은 채 살아온 것이 미안하고 미안해졌습니다.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다 마음속에 품을 수는 없겠지만

마음속에 품었던 것도 세월이 지나면 흐릿해질 수밖에 없겠지만

가끔이라도 이렇게 마음속 그 자리들을 확인한다는 것을 소중했습니다.

지금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을 바라보는 마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좀 그런데요...

뭘 해도 엇박자만 놓고 뻘짓만 남발하던 정권이 이제 본연의 발란스를 찾은 것 같습니다.

검사출신 대통령답게 여기저기 팔을 벌려 두드려 잡는데 아주 열심입니다.

이태원에서 체면 제대로 구긴 경찰은 살짝 뒤로 빠지고 검찰에 국정원에 공정위까지 기세등등하게 이곳저곳을 활보하고 있더군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아주 거침없습니다.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도 익히 봐왔던 모습이라 신선하지는 않지만 권력을 가진 자의 당당함은 여전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드려 맞는 사람들입니다.

야당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데 구린내가 솔솔 퍼져서 곤혹스러운 것 같고

민주노총은 살벌하게 두들겨 맞고 있지만 싸울 힘도 지원군도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 같고

진보당은 때만 되면 반복되는 종북몰이에 또 걸려들어 난장판이 됐지만 존재자체가 너무 미약해져 버려서 측은할 뿐입니다.

권력에 취해있었거나 콩고물에 안주했거나 권력을 탐하다 팽 당했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은데 두들겨 맞는 자기들끼리도 눈을 마주치지 않더군요.

 

두들겨 패는 이들이든 두들겨 맞는 이들이든

제 삶의 힘겨움과 고통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였기에

그들끼리의 악다구니로 치부하고 눈을 돌려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두들겨 맞는 이들이 측은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그래서 그냥 한마디만 하려고 합니다.

“누군가를 두들겨 패서 힘으로 유지되는 세상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3

 

제목 : 요양원의 설궂이.

 

인숙할매는 거동이 불가능하신 와상 어르신이시라 365일 누워 계신다. 요즘은 매일 <몇 정거장 가면 서울역이냐>고 물으신다. 집에 가시는 기차 안에 계시는 모양이다. 기차에서 내렸는데 하루만 재워줄 수 있냐고도 하시고, 매일 매일 서울역에 가야 한다고 하신다.

명절이 되면 어르신들 마음이 더욱 싱숭생숭하시고 고향 생각이 많이 나시는 듯 하다. 인지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이다. 안 하던 행동 하시고, 기분이 다들 축축 쳐진다. 가족들과 함께 있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확실하게 증명되는 날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우 난 이래저래 명절 진짜 싫어. 암튼 비오기 전 날궂이를 하듯이 요양원에는 설궂이, 추궂이가 있다. 앞뒤로 한달 ㄷ ㄷ ㄷ

가족들이 면회를 와서 만나서 순간은 반갑지만 바로 떠나는 가족들의 뒷모습에, 또 나만 버려 두고 간다는 그 아픔에, 빈손으로 오는 가족들의 야박함에, 아예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서러움에, 아주 그냥 짬뽕이 되는 날들이 바로 <설궂이의 날들>이라 하겠다. 그래도 가족들이 옹기종기 와서 면회를 하는 것과 아무도 안 찾아오는 것은 하늘과 지옥 차이이다.

설날이라고 어르신 면회갈 때 절때 사들고 가면 안되는 것들 :

(사무실 직원들이 다 먹습니다하하하하하핳)

각 종 사탕(막대가 달려야 합니다. 목에 걸리면 큰일납니다), 카라멜(틀니가 들쳐지거나 이가 빠집니다) 엿(꼭 엿을 사오는 보호자가 있습니다), 가공된 쥬스(몸에 안 좋아요. 그러니까 어르신들이 별로 안좋아하심) 쵸코파이 (절대금물/ 부스러기 엄청나서요양사들이 제일 싫어해서 잘 안 꺼내줌) 오예스는 더 미친 거임. 쌀 과자도 딱딱함.

검은 콩 두유나 요거트, 버터링쿠키를 사세요.

순대도 좋아라하심. (껍데기 까고 속알맹이만 드시지만)

 

 

요양원에서 일을 하고 계신 SeNa Yoon님의 페이스북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저는 설이라고 특별하게 보내지는 않습니다.

가족들이 전부 가까운 곳에 있어서 고향을 찾아 멀리 갈 일도 없고

명절이라고 친척이나 가족들이 모여들어 북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냥 부모님 계신 집에 가서 같이 밥 한 끼 하는 정도이죠.

그 마저도 제 일정이 있으면 바쁘다고 빠지기도 합니다.

제 주위를 봐도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는 사람이 그리 많은 편도 아닙니다.

 

그래서 명절이면 그냥 심드렁하게 보내는 편인데

SeNa Yoon님의 글을 읽고는 이 날이 간절한 분들도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분들이 살아온 삶이 그래서 그렇겠지만

그 간절함만큼 현실이 그렇지 못해서 싱숭생숭해지나 봅니다.

 

이 글을 읽으며 저의 노년을 생각해봤습니다.

저도 나이 들면 따로 의지할 곳이 없어 요양원에 들어가 있을 확률이 높을 텐데

젊어서 명절을 찾지 않던 저도 늙으면 명절을 찾을까요?

나이가 늘어갈수록 만나는 사람이 줄어드는데 늙으면 저를 찾아올 사람이 있을까요?

명절이라고 찾아온 방문객들을 보며 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도 기분이 축축 쳐지더군요.

 

아~ 조금이라도 젊을 때 사랑을 많이 나눠야겠습니다.

 

 

 

(캐스커의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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