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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사랑을 성찰하게 하는 잘 만든 멜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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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여인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무작정 그를 따라가 단도직입적으로 전화번호를 물어보며 둘의 관계가 맺어진다.

그리고는 선남선녀의 설레는 데이트,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리, 급속히 불타오르는 사랑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멜로드라마의 너무도 뻔한 코스를 속성과외 하듯이 따라가는데 영화의 톤이 어설프지도 과하지도 않아서 그냥 편하게 보게 됐다.

 

 

그렇게 둘의 사랑이 무르익어갈 즈음

영화가 시작하고 40분 만에 타이틀이 나타난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을 보여주고는

바로 이어서 그 의미와 둘의 관계를 설명해주는데

너무도 비현실적인 상황설정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죽은 영혼이 환생하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한 타임 슬립도 아니고, 시공을 넘나드는 초능력도 아닌

수학 방정식을 풀어야 이해할만한 역주행 교차 타임 루프라는 황당한 방식인데

설명해주는 원리를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머릿속만 복잡해질 뿐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하기는 남자주인공도 마찬가지였는지

여자주인공의 비밀을 알고 나서는 둘의 사랑도 시들해져버렸다.

 

 

그렇게 영화의 슬럼프가 오는가 하는 순간

나는 ‘복잡하게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둘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자’고 마음을 정리했고

남자주인공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가슴 떨리는 첫 순간들이 그에게는 가슴 저미는 마지막 순간들이겠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고

나와 남자주인공의 마음이 정리되자 영화는 다시 편안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둘의 사랑은 다시 알콩달콩하게 멜로영화의 정석처럼 흘러갔지만

시한부로 정해져있는 조금 복잡한 둘의 관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뻔한 스토리는 서로를 과거와 미래로 바라보며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엮어졌다.

그렇게 묘한 관계가 이어지는 동안

모든 노력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한 것이 되고

상대를 위해서는 나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며 행동해야 했던 것이다.

사랑을 성찰하지 않고서는 그 사랑을 이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심오한 얘기를 뻔한 스토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어 가는데

복잡하던 내 머릿속도 말끔히 정리되면서 둘의 연애 속에 내 마음이 녹아들어버렸다.

 

 

결국 인연의 끈이 다 되어서 여자가 사라져버리는 순간

내 마음이 알싸하게 녹아버리는 기분이었고

마지막으로 여자의 시점으로 둘의 사랑을 다시 돌려보니

얼마나 절절하면서 슬픈 이야기인지를 다시 되새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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