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다시! 83회 – 겸손한 삶
- 11/26
1
여름의 열기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아 가을이 왔음을 오롯이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고 낮에도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요즘입니다.
이래저래 바쁜 일들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어서
몸도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더워서 하지 못했던 새벽 명상과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자리에 누운 상태에서 약식으로 하던 명상을 일어나서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데 머릿속 잡념들이 좀처럼 덜어지지가 않습니다.
무슨 생각들을 그리 열심히 하고 있나 봤더니 온통 해야 될 일들에 대한 리스트와 쓸데없는 사소한 걱정들뿐입니다.
제대로 되지 않는 명상을 걷어치우고 몸을 움직여봅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근력운동을 늘려나가고 있는데 날씨가 선선해서 그런지 조금씩 운동량이 늘어나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틀을 하고나면 몸이 무거워져서 하루나 이틀은 건너뛰기를 반복하는 게으른 운동이 이어지고 있지요.
여름에는 해야 될 일이 많았지만 욕심내지 않고 그날그날 조금씩 해나가면서 보냈습니다.
몸과 마음을 보채지 않으면서 지냈더니 살짝 늘어져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몸과 마음에 다시 긴장을 집어넣으려하니 지난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하니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계절의 변화만큼 해나가면 되겠죠.
지난 여름, 감귤나무와 내 자신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열심히 보낸 만큼
이 가을에는 결실과 나눔의 계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네요.
텃밭은 이모작으로 재배를 하고 감귤은 봄에 수확을 하기 때문에
가을에 수확할 것은 거의 없지만
선선해지는 만큼 여유로워진 마음속에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연민의 자리는 만들어두고 싶습니다.
2
부추꽃이 저렇게 고울 줄은 몰랐습니다. 참 저의 무지가 새삼스러워집니다. 내 주위에 있는 것들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저의 이 무식함이 너무 가엽습니다.
브로컬리 모종 심은 것을 보면서, 무엇인가가 끝나면 또 다른 시작이 시작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브로컬리 모종과 가을하늘이 이 진리를 깨우쳐주는 것 같습니다.
평상에 올라간 사랑씨의 모습도 이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고 음미하는 듯합니다.^^
사랑씨와 제가 뭔가 통하는 구석이 있는 모양입니다.^^
귤 농사가 풍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곰탱이님이 지난 방송에 달아주신 댓글입니다.
시골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제 일상이 곰탱이님에게는 나름 특별한 얘기로 다가갔다 봅니다.
지난 방송에서 현실을 살짝 틀어서 비현실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하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이곳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얘기가 누군가에게는 살짝 비현실적인 얘기로 들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이렇게 살아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어쩌면 그 다름이 곰탱이님과 저를 연결해주는 끈인지도 모르겠네요.
읽는 라디오 원고를 마무리하면 네 군데 블로그와 sns에 올려둡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과 접촉하고 싶은 제 바람에서 그렇게 하지만
실제 연결은 바람과 달리 미약할 뿐입니다.
게시물 조회수가 0인 경우도 많고 많아봐야 4를 넘어가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누군가와 소통을 한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울 것 같지만
이렇게 가끔 찾아와서 사람의 온기를 전해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발걸음이 더 소중하고 따듯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또 특별한 의미 없이 조잘조잘 풀어놓은 제 얘기가
누군가에게 가 닿는다면
서로의 다름이 삶을 넓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만화경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게 와 닿은 소중함과 따뜻함과 그 속에 담겨있었으면 좋겠네요.
3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보고 있었는데 유명한 사람들에 대한 이런저런 인물평을 하더군요.
가볍게 덕담 수준으로 하는 얘기여서 그 사람들에 대한 좋은 인상들을 열거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는 유명세와 달리 너무 수수하다고 했고, 누구는 말을 아주 우아하고 재미있게 한다고 했고, 누구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고 했고, 누구는 마음이 따뜻하고 일에 대한 추진력도 좋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고, 누구는 포근해서 가족들에게 존경받는 삼촌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가만히 들으면서 “나는 어떤 인간으로 평가될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내키지 않는 사람
착하기는 한데 목소리도 크고 말도 많아서 적당한 거리에서는 편하지만 가까이 가면 피곤한 사람
생긴 것이나 하는 행동을 보면 만만한 중년 아저씨 같지만 말을 하다보면 왠지 날카롭고 차가운 면이 느껴지는 사람
이렇게 저를 객관화해서 평가하다보니 이중적인 면만 보이고 전체적인 인상이 제대로 보이질 않아서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눈에 비친 제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든든한 중심이 되기보다는 이래저래 신경을 써서 도와줘야 하는 오빠
가족으로서 해야 될 일은 적당히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형님
가끔 용돈이나 주는 정도의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은 삼촌
너무 기대면 짜증낼까봐 조심스러운 아들
저라는 인간을 객관화하면 할수록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더군요.
오히려 그래서 제가 살아가야할 방향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제 삶이나 성격을 확 바꾸기는 불가능하니
부정적인 것들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긍정적인 것들을 조금이라도 늘려나가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좋고 싫은 것에 대한 분별심을 누그러트리기
말을 줄이고 좀 더 많은 말을 듣기
좀 더 유들유들하고 만만하게 살아가기
차갑고 냉철한 마음보다는 따뜻하고 포근한 온기를 마음속에 채워 넣기
남들에게 그다지 도움은 되지 못해도 도움이 필요할 때는 외면하지 않기
10년쯤 후에는 제가 조금은 다른 이미지로 평가됐으면 좋겠네요.
(마이큐의 ‘선과 악 그 사이에 나’)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