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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편해지니 혁명에의 열정과 사명감도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이 사람이 자기 사업장으로 돌아가면서 슬쩍 우리에게 ‘우리는 남쪽에 나가면 죽어.’ 하고 말을 하는 거야. 그래서 안가겠다고 한 거 같아. 나는 정말 저 사람이 통일과 혁명을 위하여 몸 바쳐 온 사람인가 다시 한 번 쳐다보았지. 그 어려웠던 남쪽에서 생사를 걸고 싸웠던 사람이, 이제 합법적인 공화국에 와서 안정도 되고 결혼도 새로 하니까 시시각각으로 죽음이 닥쳐오는 대남 사업에 다시 동원되기가 싫은 것이었어. 조국 통일 사업은 자기 생명을 조국에 바치겠다는 결심이 먼저 필요해. 그렇게 죽을 각오를 하고도 심한 고문을 감당하지 못해서 사업에 해독을 끼치는 예도 적지 않아. 하물며 사업에 각오와 자신감이 없을 때에는 차라리 자신 없다 말하고 동원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몹시 실망했어. 몸이 편해지니 혁명에의 열정과 사명감도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해서. 나는 스스로는 그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어.

- 허영철,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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