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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9

과거 1950년대 미국 CIA는 극비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분석하여 바꿔낼 수 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유명한 심리학자를 동원해 약물 투여와 전기 쇼크 등의 방법을 써서 인간의 사고 패턴을 지우고, 백지상태를 만들어 새로운 사고패턴을 만들어 내려 했던 시도였습니다.

결국 그 실험은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인간은 인간을 제대로 분석할 수도, 새롭게 만들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실험의 결과는 고문 수단으로서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됐고, 전 세계로 수출됐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심리분석은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지만, 훌륭한 고문수단으로는 만족스러운 기능을 발휘했습니다.


현대 의학은 철저하게 인간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인간을 고치고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런 현대 의학적 사고방식이 인간의 심리와 정신을 대상으로 한 것이 정신분석이고 심리분석입니다.

신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을 파괴할 뿐입니다.


사회와 대중을 대상으로 해서 분석하고 변화시키려는 사회과학적 방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어떤 현상을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집중합니다.

그런 사회과학적 방법론에 심리분석적 방법까지 결합하면 개인 개개인의 말과 표정까지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그를 변화시키려 합니다.

이렇게 전지전능한 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는 많이 불편합니다.


서로를 신뢰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대상화시켜서 분석하고 자기 기준으로 변화시키려 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편하게 자기 얘기를 하고, 서로의 얘기를 편견 없이 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서로가 힘이 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격려를 해줍니다.

그러면서 신뢰가 깊어지고, 서로가 변화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대상화시켜서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주체가 되어서 함께 변화하는 삶이 불편함을 줄여줍니다.


제가 책을 공유하는 것도 그런 것이었으면 합니다.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적과 흑 (2009년판, 민음사) : 스탕달의 소설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소설입니다. 근대 초기 혁명을 통해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봉건세력들이 보여주는 무기력과 무능력과 옹졸함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런 이들 속에서 살아야했던 했던 스탕달이었기에 상황과 심리 묘사가 뛰어나기는 하지만 민중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더군요. 고전을 읽을 때는 긴 호흡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금강 (2002년판, 창작과 비평사) : 신동엽 시인의 대표적인 장편 서사시입니다. 4.19 혁명을 거치면서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던 시인이 혁명이 쿠데타로 무너진 이후 동학농민전쟁 얘기를 시로 썼습니다. 시민혁명이 무너진 자리에서 피로 얼룩져 무너진 농민혁명을 얘기하는 시인은 혁명의 정신을 놓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고, 노동운동은 무기력해진 상황에서 신동엽의 시는 더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거기 마을 하나 있었다 (2007년판, 사람생각) :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평택 대추리 사람들과 그들의 손을 맞잡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무수한 사람들의 투쟁은 치열한 만큼 절박했습니다. 결국, 대추리 사람들은 군대와 경찰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쫓겨났습니다. 하지만, 그 투쟁에 함께 했던 연대의 정신은 아직도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문학인과 예술인들이 혼을 다해서 함께 투쟁했던 글과 그림들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생생한 현장문학이라는 것은 이런것이었습니다.


신좌파의 상상력 (2000년판, 이후) : 1068년 전 세계에 몰아친 새로운 혁명의 기운은 실패했지만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미국의 신좌파 교수이기도 한 조지 카치아피카스가 쓴 이 책은 68혁명에 대한 책 중에 가장 풍부한 얘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구좌파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등장했던 신좌파도 퇴색해버린 오늘날 신신좌파는 어떤 상상력과 활력을 가져야 할까요?


대중파업론 (1995년판, 풀무질) : 혁명의 독수리였던 로자 룩셈부르크가 러시아혁명과 독일혁명 과정에서 보여졌던 대중파업의 양상과 혁명적 힘에 대해 분석한 글입니다. 대중투쟁의 자생력에 혁명의 혼을 집어넣으려 했던 로자는 대중투쟁과 제대로 결합하지 못한 봉기 속에서 죽습니다. 요즘은 대중의 역동적 힘을 쫓아가기도 벅찬 운동진영의 무능과 무기력 때문에 의식성과 대중성에 대한 오래된 논쟁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철지난 대중파업론을 읽는 것은 무기력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운을 넣어줍니다.


분노의 그림자 (1999년판, 삼인) : 1994년 신자유주의에 맞서 멕시코의 한 산악지대에서 무장투쟁을 선언했던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투쟁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 투쟁에 열광했습니다. 이 책은 사파티스타 부사령관인 마르코스를 통해 세상에 전한 그들의 메시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벌써 16년의 시간이 흘러서 그들의 투쟁에 대한 열광도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메시지는 아직도 강한 힘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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