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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농의 샘, 보는 이의 마음까지 경건하...
- 12/13
나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간절하게 뭔가를 바랄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아플 때라든가
너무 억울한 사람 옆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때라든가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더 힘들어질 때라든가
그럴 때 간절하게 하나님에게 기도를 하게 됩니다.
제발 도와달라고...
하나님의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기도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물론 하나님은 침묵을 지키고
그 힘겹고 간절했던 순간이 지나면 다시 하나님을 찾지 않습니다.
그만큼 절박하지는 않지만
외로움이 몸서리치거나
쌓여가는 삶의 무게가 점점 힘겨워지거나
몸이 이곳저곳 아파오기 시작하거나하면
가끔 하나님을 찾습니다.
믿지 않는 하나님이라도 기대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님은 침묵을 지키고
삶은 계속 됩니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삶을 포기하려는 유혹을 받습니다.
절망이 끝났어야 할 지점을 훨씬 지나서 계속 이어질 때
외로움에 짓눌려 숨이 막혀올 때
불행을 딛고 다시 힘겹게 일어서려는 순간 등 뒤에서 돌이 날아올 때
몇날 며칠을 하나님을 찾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를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계속 침묵을 지킵니다.
다행히 아직도 삶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주 꼬박꼬박 교회를 가는 사람이나
자신이 필요할 때만 간절하게 하나님을 찾는 사람이나
세상 살아가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 정성스럽게 기도를 해도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기도를 해도
침묵만 이어진다면
역시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들고
아프고
외로울 때
가끔은 기도를 하고 싶어질 때
침묵을 지키는 하나님이라도 필요할 때가 있기는 한데...
그래서 내가 하나님이 되는 것은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간절하게 기도를 할 상대가 되어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 얘기를 침묵 속에서 듣기면 하면 되기 때문에
내 안에 나만의 십자가를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은 참 외롭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의 모든 얘기를 듣고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말이 되는 얘기든 아니든 횡설수설 쏟아놓는 모든 얘기를 듣다보면
하나님도 누군가에게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그때 누가 하나님의 얘기를 들어줄까?
그래서 하나님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친구가 되기로 했습니다.
내가 기도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찾아가서 기도하고
내 기도를 듣고도 침묵한다고 뭐라 하지 않고
만약 하나님도 외롭거나 힘들거나 아플 때
나한테 기도한다면
나 역시
그 얘기를 듣고만 있을 겁니다.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 (한겨레출판, 2009년판) : 밑바닥에서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앞으로 넘어져도 코가 깨집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 중의 하나가 경찰서와 감옥입니다.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구질구질한 잡범의 조서입니다. 작가인 유용주씨 본인이 그런 삶을 살아봤기 때문에 구질구질함이 정말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하지만 군대와 감옥에서 매 맞거나 여자 따먹는 얘기만 듣다보면 좀 짜증이 나는데, 이 소설도 역시 그런 짜증을 동반하기는 합니다.
프로파간다 (공존, 2009년판) : 1차 대전 중 미국 연방공보위원회 활동을 한 후 ‘PR고문’이라는 직함을 갖고 미국에서 성공적인 홍보전문가가 된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책입니다. 선전이란 과대 포장이 아니라 대중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해서 여론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전문가의 역할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책이어서 요즘 선전기술에 비하면 세련된 점이 덜하지만 선전에 대한 기본 정의는 탁월합니다. 물론 대중을 변화시키려는 인텔리주의가 많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좌파 선전가들도 그런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아그네스 스메들리 (실천문학사, 2001년판) : 전쟁과 혁명으로 세계가 요동치던 20세기 초반을 살아갔던 혁명가들의 삶은 힘과 역동성을 느끼게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사회주의 사상을 접하지만 성과 출산 문제로 부딪히고, 이어 저널리스트로 혁명이 요동치는 유럽과 인도와 중국을 넘나들면서 혁명을 호흡했던 아그네스 스메들리의 삶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첨단에서 싸워왔던 혁명가의 삶입니다. 100년 전 그 삶의 열정을 느껴봅니다.
돌에 새긴 희망 (이끌리오, 2005년판) : 미래의 어느 때에 나타나 온 세상을 정화해서 부처님 세상으로 만들어주실 미륵불은 가장 민중에 접근한 부처님 상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미륵불들은 친근하게 다가오면서도 힘을 품고 있습니다. 법보신문 편집장인 이학종씨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미륵불에 대한 기록을 남겼고, 사진작가인 이겸씨가 사진을 덧붙여 놓았습니다. 전국에 있는 다양한 미륵불을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도둑일기 (민음사, 2008년판) : 이 소설을 쓴 장 주네는 사생아로 태어나서 파리에서 거지, 도둑, 부랑자, 남창, 탈영병 등으로 살아갔습니다. 그러다가 교도소에서 쓰기 시작한 소설로 유명해지면서 사르트르 등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극찬을 받았던 소설가입니다. 이 소설은 그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 진 거지, 도둑, 부랑자, 남창, 탈영병 등의 얘기입니다. 그들의 삶이 주는 무게와 고민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실존주의는 역시나 무겁고 칙칙합니다.
예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7년판) :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20세기 최고 권위자읜 결정판’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는 책입니다. 성경 속에 그려진 예수가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점을 다양한 문헌들을 중심으로 추적해서 정리한 책입니다. ‘할렐루야’만 외치는 무지하고 맹목적인 예수쟁이들만 보다가 이 책을 읽으니 예수님이 많이 슬프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탄의 아들들이 자신을 떠받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매우 차분하고 지적으로 역사적 예수를 재구성하고 있기는 한데, 너무 지적인 책이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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