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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13

2003년 10월 한 노동조합 위원장이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한 심야방송 라디오 DJ는 차분하게 오프닝 멘트를 했습니다.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올 가을에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그 두 사람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다.

한 사람은 목을 매달아 죽었고

또 한 사람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자본의 탄압도 없고

무한질주도 없는 그곳에서

그 두 사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심심할 때 읽으라고 책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은데...


제 얘기 들리세요?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민음사, 2008년판) :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루 네루다가 자신의 삶을 정리했습니다. 시와 사랑과 혁명을 노래했던 시인이었던 만큼 회고록에도 시와 사랑과 혁명이 넘칩니다.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험난했던 시절을 얘기하고, 그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애정을 보여줍니다.


기학의 모험2 (들녘, 2005년판) : 동양 기(氣)철학에 대한 대중 아카데미를 강의와 토론 내용을 모아놓은 두 번째 책입니다. 문학, 서화, 음악, 한의학, 음식 등에서 기철학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역동적 창조성을 강조하는 기철학이 문화화 생명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들이 쉽고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제국 (이학사, 2001년판) : 자율주의자인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공저인 제국은 반자본주의 운동과 철학에 새로운 이론적 접근을 제안합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국민국가를 틀로 하는 제국주의적 접근이 아닌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제국적 접근이 필요함을 주장합니다. 세계적 접근에서 새로운 이론이지만 아직도 국민국가를 틀로 하는 현실적 접근에서는 충돌하는 지점이 많습니다.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실천문학사, 2010년판) :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죽어간 철거민들의 억울함과 정당함을 함께 하고자 작가선언6.9 소속 문인들이 힘을 모아서 내놓은 책입니다. 시와 산문과 만화와 사진과 그림이 하나의 염원을 갖고 어우러져 있습니다. 철거민들의 투쟁만큼 문인들의 글들도 절박하고 당당합니다. 현장문학이 투쟁 속에서 힘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정 박헌형 일대기 (역사비평사, 2004년판) : 일제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끝까지 투쟁을 이어갔고, 해방 후 분단된 상황에서 조선공산당과 남노선노동당 지도자였고, 한국전쟁 이후 미제의 간첩으로 처형당한 박헌형의 일대기는 근대현사의 굴곡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책은 진보적 역사학자들과 박헌형의 아들인 원경 스님이 10년의 노력 끝에 내놓은 ‘이정 박헌형 전집’의 제1권에 해당합니다. 오랜 노력 끝에 모아서 정리한 역사적 사료들을 중심으로 박헌영의 일대기를 정리한 이 책은 평론은 아니지만 생생한 박헌영의 목소리를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10년 후, 한국 (해냄, 2004년판) : 신자유주의 전도사인 공병호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하면서 10년 후 한국의 희망을 위한 신자유주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입니다. ‘살아남고 싶다면 이제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하게 얘기하는 공병호의 목소리를 단호하고 힘 있습니다. 공병호가 좌파정권이라고 얘기했던 노무현 정부시절 내놓은 이 책이 6년의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어떻게 다가올까요? 쉬운 대중적 표현, 단순하고 단호한 주장, 이론적 일관성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추고 있는 공병호의 글은 대중적 글쓰기의 모범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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