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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알아가는 50일

오늘로 미루가 50일이 되었습니다.

휴우...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빡센 시간은 없었던 듯 합니다.

출산의 피로가 영 가시지 않았는데 오늘에서야 조금 가시는 듯 합니다.

미루가 50일 기념으로 밤에 6시간 반을 내리 자다 10분 젖 먹고 다시 5시간을 잤습니다.

기뜩하죠.

 

50일.

이제 겨우 난 모유 수유하는데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고

처음 미루 목욕시킬 때와는 다르게 미루와 함께 목욕을 즐기게 됐습니다.

겨우 그 만큼 왔습니다.

아직도 미루의 울음 소리가 뭘 원하는 건지 몰라 실수를 연발하지만

그래도 이번주 부터는 하루 일과표를 만들어

집안 공원도 나가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과표에만 나만의 자유 시간이 있고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 조금씩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도 참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두명의 생존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합니다.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냐' 는 압력 받으면서 시작한 육아휴직.

그와 관련한 사연도 많습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푼 분들은 여그로 가셔서 http://blog.naver.com/sanggoo100

힙 좀 주십시오.

 

같이 사는 사람과 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미루도 참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세상에 온지 50일 동안 미루는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하루 하루 모든 것이 새로울 텐데 많이 신나지만 그 만큼 많이 피곤할 텐데

그래도 미루는 잘해내는 것 같습니다.

 

저도 힘든 것 말고도 다양한 것들을 배웁니다.

아기가 생기면서 세상을 좀더 다른 층을 가지고 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셀룰로이드종이를 하나 더 대고 세상을 보는 것 처럼요.

 

오늘 공원에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오는 두 사람이 있엇습니다.

두명 중 한 사람은 할머니였고 다른 한 사람은 젊은 여자였습니다.

난 당연히 젊은 사람이 아기 엄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집에 놓고온 미루가 생각나서

아기가 몇개월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3개월 안됐어요" 했습니다.

그런데 애기 엄마가 경계의 목소리로 "우리 애기에요" 하는 겁니다.

난 약간 움찔하면서 애기 엄마를 쳐다봤습니다.

왜 몇개월이냐고 물었는게 자기의 아기냐는 대답을 할까 하면서요.

그런데 할머니가 "장애인이에요" 하는 겁니다.

애기 엄마는 정신지체장애인이었습니다.

난 "아기가 참 이뻐요" 했습니다. 

할머니는  "이쁘지는 않은데 실해" 하면서 좋아라하면서 갈길을 갔습니다.

뒤에서 할머니가 애기 엄마한테 뭐라 뭐라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걸어가면서 뒤를 돌아 봤는데 마침 애기 엄마랑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는 다시 그녀를 향해 "아기 참 예뻐요." 했습니다.

"이쁘지는 않아" 하는 대답은 다시 할머니가 했지만.

저는 그녀를 쳐다 보며 웃었습니다.

 

전 그녀들이 너무나 멋지다고 느꼈습니다.

'울타리 넓히기'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정신지체 장애인을 둔 부모의 소원은

자식 보다 늦게 죽는 것하고 불임수술을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들은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고 아기를 낳은 겁니다.

전 그녀들이 넘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들 앞에서 멋지다 혹은 자랑스럽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 또한 차별에 기인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녀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기가 생긴 덕분에 그녀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돼서 기쁩니다.

 

저도 이렇게 세상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닿는 것 뭐든 빨았지요

 

태어난 지 20일 즈음에는  외할머니한테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한 눈이라는 소리륻 들었습니다.

그 즈음 아빠는 육아에 지쳐갔지요

하지만 미루는 아빠의 괴로움을 즐기고 있었지요~~

 

엄마 젖을 실컷 먹고 나면 이렇게 만족스럽게 메종드 히미코에 나오는

히미코 처럼 우아하게 손가락을 펼쳐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을 푸지게 싸놓고 시치미를 땔줄도 압니다

 

 

처은 태어났을 때의 똘방한 눈을 사라지고 개구장이 볼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지만 그저 투쟁할 밖에요.

다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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