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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미루.

금욜부터 미루가 아프다.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 갔더니 뭔 바이러스라고...열도 나도 좀 있으면 토하기 시작할꺼고 열이 멈추고 나면 설사가 시작된단다고 했다. 아흐...어쪄냐...다행이 금욜 약속이나 그런게 없어서 우선은 일을 쉬고 미루랑 집에서 룰루랄라 하기로 했다. 

 

오전은 그런대로 넘어가서 다행이 그냥 넘어가겠다 싶었다. 낮잠 자고 나서 뭔가 먹일려고 부엌에서 꿈틀거리고 있는데 옆에 와 있던 미루가 조용히 우엑...한다. 아래로는 설사를. 흨...한 바가지를 토를 했다. 지도 당황스러웠던지 잉~ 하고 운다. 우는 미루를 안고는 "놀랬지. 아파서 그런거야. 많이 놀랬겠다. 가서 깨끗히 닦자"하고는 화장실로 데려가 홀딱 벗기고 목욕을 시켰다. 물기 닦이고 옷을 입혔더니 맘이 편안해진 듯 하다. 젖도 좀 먹이고...이번에도 역시 모유 먹인 덕을 톡톡히 했다. 아무것도 못 넘기는 녀석이 젖을 먹으며 맘도 달래고 속도 달래는 것 같았다.

 

요리하던 것을 마저 하려고 부엌으로 갔는데 어어하더니 또 우엑...흨...다시 옷을 갈아 입히고 달래고...약을 먹였다. 그래도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해서 업어주기로 했다. 올만에 아기띠를 꺼내서 업어줬더니 등에 기대어 쉰다. 아가야...힘내라. 곧 나을꺼야. 곧.

 

그 사이 부재중 전화가 와서 얼른 통화를 하는데 등 뒤에서 우엑...등이 척척하다. 전화를 얼렁 끊고 아기를 내리고 다시 옷을 갈아 입히고....불쌍하다. 겨우 달래서 젖을 먹이니 지쳐서 그런지 잠을 잔다. 꼭 껴안꼬 한참을 있다 누워자는 것이 편할 듯 해서 침대에 가 눕혔다.

 

잠시 한숨 돌리고 있는데....집을 치웠다. 아가가 아픈데 집까지 정신 없으면 기운 빠질 것 같아 집을 치웠다. 빗질을 하는데 또 우엑...자다가 속이 불편했는지 일어나 우엑...얼렁 달려가 안아 올리니 토한 것이 얼굴을 확 덥쳤다. 흨...불쌍한 것...얼렁 데리고 화장실로 가서 닦고 마음을 달래주고....

 

이런식으로 2시간 동안 5번을 토했다. 내려놓으면 힘들어 해서 계속 젖을 먹이고 재웠다. 팔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등도 아프다. 흨...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너무 토하면 탈수가 올 수 있으니 큰 병원 가서 링겔을 맞으란다. 아구야....이 어린 것 손에 그걸 마쳐야 한다니....물 잘 먹이며 견뎌보기로 했다. 다행이...아기가 지 상태를 아는 지 평소에는 찾지 않던 물을 찾는다. 다행이지. 그 이후로는 계속 물과 젖으로 버텼다.

 

담날, 토요일부터는 토하는 것은 멈추고 설사를 시작했다. 열은 조금씩 있었지만 그래도 잘 견뎌냈다. 그래도 내가 일이 없는 날이어서 같이 집에서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 불행중 다행이지. 둘이 뒹굴뒹굴 거리면서 집에서 놀았다. 것도 할만했다. 아기가 힘든데 엄마가 옆에 있으니 맘이 편한지 잘 웃고 그런다. 아프긴 해도 히...이쁘다. 대신 와장창 설사. 온 집안이 *바다가 되었다. 7차례....흨...그리고 조금씩 입맛도 돌아오는 지 입에도 안되던 밥도 먹었다. 물론 완전 맨밥이긴 했지만 그게 속이 편한지 그것만 조금 먹었다. 그게 어디야...그거 다행이지.

 

그리고 일요일 여전히 설사를 하긴 하는데 오후부터는 조금씩 덩어리가 생겼다. 근데....문제는 나의 체력이 바닥이 된 것이다. 흨....목욜부터 안좋았었는데 점점 더 상태가 나빠지더라...흨...

 

참 긴 삼일이었다.

 

아가가 아픈 건...참 그렇다. 게다가 이제 말을 하기 시작하니 "배 아파요" 뭐 이런 소리를 하면서 울면 속이 말이 아니다.

 

그 와중에도 이쁜 짓도 한다.

 

이쁜짓 퍼레이드 1.

속이 안좋으니 뭔가 입에 넣을 맘은 없는데 그래도 밥을 먹고 있는 아빠를 보니 좀 먹고 싶었나 보다. 아빠한테 말을 건다.

"아빠, 밥 맛있어요?" 허걱, 졸지에 밥 먹다 마구 미안해진 상구백.

이제 질문을 하는 미루다. 성의껏 대답해야 한다. 아님 놀린다. 흨..

 

2.

너무 피곤해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옆에서 차가 그려져 있는 스티커를 가리키면서 "이게 뭐에요?" 한다. 살짝 눈을 뜨고 보니 분명 구급차이다. "구급차" 그랬더니. "구급차 아니에요" 그런다. 엥~ "그럼?" 하고 되 물었더니 "기린" 그런다. 엥? 눈을 뜨고 보니 분명 구급차이다. "구급차잖아~" 하면서 눈을 감았는데 "구급차 아니에요. 돼지에요." 그런다. 엥~ 눈을 확 뜨고 "어디?" 하니...씩 웃는다.

이게 뭐다요...흨..이제 농담도 하신다.

 

3.

혼자 뭔가를 하다 잘 안되는 지 낑낑 된다. 그러더니 "죽겠네" 그런다.

아구구...내가 뭔가 하다 열이 나면 하는 말이다. 참말로 말 조심 와장창 해야겠다.

 

4.

오후에 하두 힘들게 해서 알바 하러 간 상구백을 데리러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가서는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좀 조용하다 싶어서 노래를 불렀다. 미루가 요즘 좋아하는 자전거송. 근데 반응. "가만히 해" 잉? "뭐라고?" "가만히 해" 이게 뭔 말인가? "가만히 있으라고?" 그랬더니 "응" 그런다. 그래서 조용히 가만히 있었다. 이제 아주 주문이 섬세하시다.

 

5.

오늘 아침, 미루는 몸은 많이 지쳤지만 그래도 상태는 나아졌는지 밤에 나름 잘 잤다. 나는 어젯밤 안그래도 컨디션 난조였는데 청소한다고 걸레질을 두번씩 했더니 밤새 앓았다. 컨디션이 더 안좋았다는 거지...그런데 미루가 일어나 젖을 먹으면서 난 간지럽힌다. ㅋㅋ...넘 간지러워.  웃는다.

 

미루에게

미루야...힘들었지.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미안해. 아픈거 다 못 느껴서 미안해. 그래도 우리 참 가깝게 느껴져서 좋았어. 너의 작은 요구들이 잘 보여서 참 좋았어. 이쁘더라. 많이 자랐더라. 참 많이 자랐더라. 잘지내자. 엄마가 좀 더 여유 있게 지낼께. ^^ 글고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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