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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깅을 시작하는 날..

말궁합이 맞는 친구와 한참 수다를 떨다보면

내가 생각하는대로 말하는 건지, 말이 내 생각을 만드는 건지 모를 신기한 체험을 한다.

그런 체험 후에는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하고 어렴풋 느끼지만. 

금새 잃어 버린다.

난 순간의 나일 뿐.  

이렇게 난 순간을 순간일 뿐이라 여겨

어디서 주워들은

"순간의 나는 내가 아니다."라는 기만적인 언사로

다른 이유때문에 -가령 게으르다거나, 부끄럽다거나, 귀찮다거나 하여 놓쳐버린  순간들을 합리화 했다.

 

그러나 우연히 마주한 이 순간들이 삶에 잔 주름을 하나씩 더해가면서,

나의 삶은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해 왔을것이다.

나는 지금

그 순간이 언제였는지, 

그 주름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내가 어떻게 변해갔는지는 알 수없다.

또 그것을 순간순간 기억해야 무엇하랴.

내일이면 또 변하고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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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때로

예전에 겪었던 삶의 주름이 지금의 나를 편안하게 표현해 줄 것 같은데.......

하고 느낄 면  기억하고 싶은 욕구가 불쑥 솓구친다.

그럴때면 기억 저편에 흘려버린 순간들..

다시 잡기에는 너무 혼란스럽고 아스라한 그것들이 너무 아쉽다.

 

소중한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몇장의 사진,

꿀꿀할 때 다시 떠올리면 기분이 상쾌해질 것 같은 청량제같은 추억들.

나에게도 그런 것들이 분명 있을텐데...

그러면 조심스레 내가 알아볼 수 있게 주름의 탁본을 떠 볼까....... 싶다가도,

 

감당하기 힘든 즉흥적이고, 도발적인 성격과 끈기 없음에 대한 회의.

이건 아니다 싶어 쳐다보기도 싫을 것 같은 순간들에 대한 혐오.

내일이면 변할 나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다 한들,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싶은 허무. 

이런 일은 시간을 잡아먹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강박증.

씹히고 떠돌다 구겨져버고, 잊혀져버릴 나의 모습들.........이 나의 발목을 끊임없이 잡는다.

 

결국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조차도 그것이 내 삶에 주름으로 남겨진 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런 생각 자체가 손금처럼 지울 수 없는 진한 주름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난 더이상 빠져나갈 구석을 찾지 못했다.  

 

차라리 그 주름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흉측한지, 보기 좋은지, 그저 그런지..

탁본을 해 버리는게 차라리 속편하겠다 싶더랬다... 

 

귀찮더라도.

진저리나더라도.

유치하더라도.

추잡하더라도.

부끄럽더라도.

가난하더라도.

 

하나씩. 하나씩.

 

내가 남긴 말 한 마디가 어.쩌.면.

최소한 나에게,

나를 그려보고픈 누군가에게

그림이 아니라 날 것의 물감이라도 되보자는 마음으로..

 

꾹꾹 눌러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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