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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 흑인을 죽인 남아공, 어쩌다 '학살의 나라'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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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된 글이기는 하지만, 임금인상 시위를 벌인 광부들에게 발포를 해서 100명이 넘는 사상자낸 남아공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남아공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줄은 몰랐다. 남아공 좌파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사 가운데서는 특히 정당명부제의 폐해를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인데, 그렇다고 소선거구제가 대안은 아닐 듯하다. 어차피 선거구제 개편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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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20822165928&Section=05
흑인이 흑인을 죽인 남아공, 어쩌다 '학살의 나라' 됐나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 2012-08-22 오후 5:49:39)
[해외시각] "정부 자체가 기득권 체제로 변질"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보다 더 무서운 게 빈부격차일까. 지난 16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벌어진 '마리카나 학살' 사건으로 남아공 내부의 모순이 전세계에 부각되고 있다.
지난 16일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마리카나 광산에서 임금 인상 시위를 벌이는 광부들에게 경찰이 무차별 총기를 발포해 34명이 죽고 78명이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
마리카나 광산은 세계 3위의 영국계 백금업체 론민이 남아공에서 소유하는 광산 중의 하나로, 광부들의 요구는 300~500달러인 월급을 1500달러(약 170만 원)로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학살의 참극에도 불구하로 론민은 오히려 불법파업을 용납할 수 없다며 남아공 전체 사업장 운영을 중단했다. 남아공은 세계적인 백금 생산지이자 매장지이다.
이번 사태는 1994년 공식 폐기된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도 드문 최악의 유혈사태로 꼽히고 있다. 지난 1960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69명의 흑인이 죽임을 당한 '샤퍼빌 학살'에 비유될 정도이지만, 더 고통스러운 점은 광부들에게 발포한 경찰 대다수가 광부들과 같은 흑인이라는 점이다.
그 배경에 대해 아파르트헤이트 시대는 종식돼도 빈부격차는 오히려 갈수록 심해지는 남아공의 모순이 지목되고 있다. 남아공은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로 악명 높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남아공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000달러가 넘지만, 인구의 40%는 하루 3달러 이내 생계비로 살아간다.
아파르트헤이트 시대를 끝내는 데 앞장서 세계의 존경을 받는 넬슨 만델라가 만든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18년 동안 장기집권을 이어오면서 점점 정경유착 집단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지난 20일부터 일주일을 희생자 애도주간으로 선포했다. 또한 사건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사법부 조사단을 꾸리고 관련 정부 부처로 구성된 특별 위원회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경찰에 대한 문책은 없다고 밝혔다. 남아공 주요 산업인 광산업에 대해 외국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단호한 파업 진압을 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21일 <누가 남아공을 지배하나>라는 책의 공저자 마틴 플로트가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은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남아공이 안고있는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다음은 'The ANC: in business but morally bankrupt(사업에 눈독, 도덕적으로 파산한 ANC)'이라는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경찰의 발포로 순식간에 광부 34명이 죽고 78명이 다친 '마리카나 학살'은 아파르트헤이트 시대, 정부 주도의 학살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이것은 일회성의 비극적 사건으로만 다뤄질 수 없다. 남아공 전역에 학교 건물과 열차 객차에 방화사건이 잇따르는 것에서 보듯 당국과 주민들 사이의 대립이 그 배경에 있다.
경찰 통계로도 지난 2008~2009년 공공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벌어진 시위 참가자가 거의 300만 명, 인구의 5% 정도가 된다. 이런 분노와 좌절이 왜 일어나는가? ANC는 18년전 압도적인 지지로 정권을 잡은 뒤 늘 다수의 지지로 각종 선거에서 승리를 해왔다.
하지만 집권당이 공약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올해 초 어떤 지방에서는 교과서들이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는데 학생들은 6개월 동안 교과서 없이 지내는 기막힌 현실이 알려졌다. 남아공 경찰도 부족한 자원으로 불안한 치안을 감당하느라 시달리고 있다. 매년 100명의 경찰이 근무 중 사망하며, 올해 들어서 이미 57명의 경찰이 죽었다.
그래서 경찰이 실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남아공 경찰은 총을 쏘지 않아도 이미 잔인한 진압방식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4월 공공서비스 부족에 항의하던 한 주민은 근거리에서 고무탄을 맞아 사망했다. 그가 죽는 과정이 TV에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경찰이 집단으로 그를 죽을 정도로 구타하는 장면이 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라면 소외감을 느낀 지역의 빈곤층이 뭉쳐 다음 선거에서 정치인들을 낙선시킬 것이라고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라는 남아공의 선거체제에서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총선은 정당명부제에 의한 것이고, 지역구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거주지의 도로가 낙후되고, 전기가 끊기고, 식수 공급이 엉망이어도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거리에 나서는 것뿐이다.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것은 남아공 정부의 속성 때문이다. 남아공 정부는 영구적인 연합체제다. ANC, 남아공 노조회의, 공산당의 3자 동맹 체제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위한 투쟁기에는 이 동맹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 동맹 체제는 돈벌이 영역에도 진출한 일종의 기득권 체제로 변질됐다.
민중의 관심사들은 이들이 영향력과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혈안이 되는 동안 우선순위에서 점점 멀어졌다. 마리카나에서 광부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을 주도한 것은 동맹 체제에서 탈퇴한 광산노조협회였다.
ANC의 많은 관계자들은 재계와 유착돼 있다. 흑인 우대정책은 소수의 엘리트로 형성했을 뿐이다. 이들은 일반 시민들이 처한 현실과 유리돼 있다. ANC의 고위 관계자, 정치인, 장관들은 공직에 있으면서 외부의 이해관계를 맺는 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각료 중 4분의 3 정도가 공직 이외에 금융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남아공 하원 400명의 의원 중 59%도 마찬가지다. 주마 대통령은 가족들이 공공연히 재계와 연결된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남아공은 지난 60년 동안 정권교체가 한 번 이뤄졌을 뿐이다. ANC의 온갖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장래에 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남아공을 통치하는 것은 누구인가? 물론 ANC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 "얼마나 잘하느냐" 라는 질문과 답을 제기하는 것은 곤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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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4 14:26 2012/08/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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