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카드 한 장
내가 이 글을 블로그에 올렸을 때 누구를 좋아하고 있었을까. 그 때 전화를 기다렸던 사람이 누구였을지... 이래서 기록이 필요한가 보다. 2004년 6월이면...
'전화카드 한 장' 노래를 들으니 새롭다. 요새도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런 노래를 부를 자리도 없다.
실은 오늘 기다리던 전화가 있었는데, 결국은 전화진동은 울리지 않았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불쌍한 캔디폰.
조금은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대신 예전에 네이버블로그에 올렸던 '전화카드 한 장'에 대한 글을 퍼오는 것으로 달랜다. 내일은 또 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을 믿음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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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카드 한 장 2004/06/21 02:12
지금은 글을 올리지 않지만, 블로그를 사용하기 전까지 글을 썼던 제 홈페이지의 배경음악은 청계천 8가로 되어 있습니다. 그 전에는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 나오도록 했었고, 그 전에는 전화카드 한 장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이전에는 인터내셔널가 피아노 반주가 나오도록 했었는데, 이는 MP3로 되어 있어서 모뎀으로는 아예 뜨지도 않고 느리게 음악이 나온다는 생각을 계속 하다가 midi 파일로 바꾸면서 "전화카드 한 장"을 깔아넣었고, 이후에는 계속 midi파일을 사용하고 있지요.
전화카드 한 장은 제가 운동을 접하지 않은 친구나 후배들에게, 또는 민중가요라는 것은 생경한 구호성 가사를 남발하는 엽기적인 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유했던 노래였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이 핸드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사도 '전화카드 한 장'에서 '문자메시지 하나' 또는 '컬러링 하나', 이런 식으로 변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아니 현재도 마음에 많이 와닿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는 듯 하네요.
92년이던가, 93년이던가. 천지인이 민중가요에 락을 도입하였고, 노래공장의 랩 시도, 꽃다지의 합법 음반 발표 등이 있었습니다. 80년대 후반에 민중운동이 발전을 하면서 투쟁의 열기를 돋우기 위한 투쟁가들이 활발하게 불리워지고 유행했다면, 91년 강경대 열사 투쟁이후 전반적인 운동의 침체와 함께 일상적인 생활의 정서들을 담은 노래들, 서정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들이 새롭게 만들어졌고, 형식 등에서도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졌습니다. 80년대 말부터 합법음반계에 진입하여 가요차트에까지 진출하여 민중가요의 대상폭을 넓혔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고, 정태춘 님같이 음반에 대한 사전심의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면서 누렁송아지 콘서트를 비롯하여 비합법음반을 만드는 등 비타협적인 노래활동을 해 온 이들도 있었으며, 노동가요, 민중가요의 합법음반의 출간도 이어졌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꽃다지의 음반입니다.
특히 꽃다지의 비합법 2집음반이 유명한데, 여기에는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창살 아래 사랑아, 투사의 한길, 소낙비 내리는 날, 꽃다지3, 우리는 염원한다 민주노총을, 기름밥 청춘, 통일이 그리워, 전화카드 한 장, 바위처럼, 행복한 인생, 내일이 오면, 하나의 민족 하나의 조국, 동지 등의 곡이 실려있었지요. 그 중 대표적인 곡이 '전화카드 한 장'이었습니다.
'전화카드 한 장'을 읊조리면서 가사 그대로 운동의 과정에서 내가 당한 아픔과 상처만 생각하고, 또 동지라고 말은 하면서도 비난같은 비판만 늘어놓는 사람이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요. 노래에서도 자신의 아픔에만 매몰되지 말고, 바로 자신이 상처를 준 그 동지에게 편지를 쓰고 전화를 해야겠다는 잔잔한 내용이 나옵니다.
'동지들 앞에 나의 삶은'이라는 노래가 동지를 생각하면서 자신 스스로의 반성과 다짐을 담고 있다면, 이 노래는 동지와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좋아했던 후배가 있는데, 그 친구에 대한 감정이 매우 고조되었을 때에는 밤마다 혹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기다린 적도 있었지요. 뭐, 그렇다고 전화가 온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삐삐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혹시 내 전화번호를 몰라서 그런가 하고 조바심을 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상시적으로 전화하도록 나도 삐삐를 마련할까 하는 생각도 했구요. 나중에 삐삐를 마련하긴 했지만, 그 후배와 관련하여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전화가, 문자메시지가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제 마음을 알까요?
아래 글은 전화카드 한 장을 작사, 작곡한 조민하 님이 이 노래를 지을 때의 일화를 담은 것입니다. 저는 조민하 님의 노래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약간 생각을 바꾸었지요.
조민하 님이 꽃다지 음악 감독으로 계실 때였습니다.
대선 후. 꽃다지는 안팎으로 '해체'까지도 생각할 만큼 힘든 시기였다고 합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대학동창을 우연히 만났다고 합니다.
웬만한(?) 사람 모두 '운동권'이던 그 시절에도 '운동'과는 상관없이 사는 듯했던 친구.
그 친구는 조민하 님을 보자마자 말했습니다.
"너, 얼굴이 그게 뭐야. 도대체 얼마나 힘이 드는 거야, 너"
아마도 조민하 님은 별 대꾸도 없이 예의 그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였겠죠.
"너, 안 되겠다" 하더니 그 친구는 지갑에서 전화카드 한장을 꺼내서 쥐어주었습니다.
"힘들면, 정말이지 아무때나, 절대로 망설이지 말고 나한테 전화해라"
그리고는 그렇게 헤어졌구요.
그 길로 조민하 님은 지하철을 바꿔 타고 다시 사무실로 갔습니다.
사무실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데 눈물이 나오더랍니다.
기타를 잡고, 마음에서 나오는 멜로디를 놓치지 않고 흥얼거렸습니다.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뭐 거창한 창작 동기라도 기대하셨던 분들, 혹시 실망하셨나요?^^
오늘,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것 하나 누군가에게 마음 담아 준다면,
그것이 힘이 되고, 그것이 노래가 됩니다.
꽃다지 - 전화카드 한 장
(1집 '금지의 벽을 넘어 완전한 자유를 노래하리라' 앨범)
언제라도 힘들도 지쳤을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고맙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섰네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입으로 나는 늘 동지라 말했는데
오늘 난 편지를 써야겠어 전화카드도 사야겠어
그리곤 네게 전화를 해야지 줄 것이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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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7 21:42
링크가 잘 맞지 않아서 다른 걸로 대신 링크 http://bit.ly/a1tqiW RT @ditsela_: 도시 디자인 리더를 말하는 기사에 꽃다지의 노래가.. http://j.mp/9CoyPm 꽃다지의 '전화카드 한 장'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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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ppetitus
2010/11/17 22:56
오랜만에 잘 듣겠습니다@gimcheol 링크가 잘 맞지 않아 다른걸로 대신 링크 http://bit.ly/a1tqiW RT@ditsela_: 도시 디자인리더를 말하는 기사에 꽃다지노래가http://j.mp/9CoyPm 꽃다지의 '전화카드 한장' 듣기
박군 2009/06/06 03:58
안녕하세요..꽃다지 노래네요... 저는 주로 새벽길님 블로그에, 꽃다지 노래때문에 들리는 듯.. ^^ 지난번에 보내주신 파일은 잘 듣고 있습니다...
새벽길 2009/06/07 18:24
오랜만입니다. 보내드렸던 파일을 잘 듣고 계시다니 기쁘네요.
노림수 2010/07/21 18:06
좋아하는 노래인데 여기서 창작 배경을 알게 되네요. ^^
새벽길 2010/07/21 18:30
아직까지 전화카드 한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구요.
고구마 2014/10/18 11:43
어제부터 열 번도 넘게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