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자정당의 실패이유와 교훈(장상환)
아래 글은 광장에 있는 장상환 교수의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미국 대선이 임박한 현재 제3의 후보인 랄프 네이더는 1% 정도의 지지밖에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미국내 진보세력의 역량이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부시와 케리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 네이더를 지지했던 사람들조차 케리를 지지한다.
미국에서 이번 대선을 기해 엉터리 미 선거제도의 모순이 확실하게 폭로되고, 무엇인가 변화가 왔으면 좋겠다.
출처: http://blog.jinboacro.net/blog/sub_read.html?blog_id=shjang&uid=275§ion_k=section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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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자정당의 실패이유와 교훈
지난 해 12월에 광장에 쓴 글입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민주당에서는 케리가 후보로 사실상 결정되었지요. 그러나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목소리는 없습니다. 노엄 촘스키교수는 미국 정치에 대해서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자본의 지배를 받는 정당이고 사실상의 일당독재체제라고 혹평합니다. 그러니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노동자편을 드는 척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월스트리트 금융자본가의 이익을 수호하는 첨병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는 데도 시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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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꼭 알아보고 싶었던 여러 가지 중의 하나는 노동자계급의 진보정당이 미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이유, 존재했더라도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노동자계급 정당이 꾸준히 활동해왔다. 1830년대의 필라델피아 노동계급당(1830년대), 1870년대, 80년대의 그린백 노동당, 1890년대의 인민당, 그리고 20세기의 사회당, 노농당, 공산당, 진보당 등등. 그러나 다른 선진국들인 영국, 프랑스, 일본, 기타 국가와는 달리 미국 노동자들은 국가권력을 놓고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정치운동을 한번도 확립하지 못했다.
내가 교환교수로 와 있는 매사츄세츠 대학교 경제학과의 제랄드 프리드먼 교수가 이 분야의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서 그의 연구논문을 읽고 그 이유의 일부를 알아낼 수 있었다.
프리드먼 교수는 “제3당 정치에서의 성공과 실패: 매사추세츠주에서의 노동기사단과 노동조합 연합, 1884-1888”(International Labor and Working Class, No. 62, 2002)에서 연구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양대 정당 체제의 지속은 미국정치의 근저에 놓여있는 대중적 합의의 증거로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이와 달리 나는 제3정당운동의 실패 이유를 미국의 선거제도 탓으로 본다. 단순-다수 단일-투표(simple-majority single-ballot, SMSB) 선거제도에서는 다른 후보들의 득표수와 관계없이 최다 득표만 하면 그 후보가 당선된다. 이 선거제도는 합리적 투표자들로 하여금 두 명의 나쁜 후보 가운데 차악의 후보에게, 즉 당선권내에 있는 후보들에 대한 그들의 선호도에 따라 투표하도록 한다. SMSB 선거제도에서는 단기적, 정태적으로는 두 주요정당의 후보들은 정치적으로 가운데로 향해 움직인다. 당선을 위한 다수 득표를 얻기 위해 중간 위치에 있는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동태적으로 보면 제3정당은 정치적으로 극단에 있는 유권자들에게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주요정당들의 점진적인 온건화를 깨뜨린다. 1880년대 매사추세츠주의 선거자료 분석을 통해서, 나는 공화당이 상층계급 투표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우익적인 지향을 강화했을 때 그린백 노동당은 각성한 노동계급 투표자들, 특히 이미 노동기사단을 통해 결집·동원되고 있었던 노동자들을 끌어당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자 투표의 상실에 놀란 공화당원들은 1886년에 노동자대표를 포함시킨 정부 파업중재위원회 설치를 포함하는 노동법 제정 등으로 노동입법의 신기원을 열었다. 이때 입법부의 투표행태를 분석해본 결과 제3정당의 존재가 구조적으로 보수적인 정치환경 속에서 개혁적인 입법을 가능케 한 동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린백 노동당의 득표가 자신의 득표와 낙선자의 득표의 격차보다 컸던 지역의 의원들은 이 중재법안의 입법에 찬성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86년 이후 매사추세츠 그린백 노동당의 급속한 몰락은 SMSB 선거제도 하에서 독립적인 정치운동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주요정당의 이념과 정책이 변하지 않는 상황인 정태적 모델에서는 주요정당 중 한 정당의 후보의 정치적 입장이 제3당 지지자들에게 불리할수록(노동자들에게 고약할수록), 두 주요정당 간의 이념적 차이가 클수록, 또 두 정당 후보간의 표 차이가 작을수록, 제3당 후보 지지자들이 제3당에 투표하는 것은 도리에 덜 맞다.
이렇게 각 당의 이념적 정책적 지향이 고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3당에 투표해서 얻을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정태적 분석은 정당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유권자들을 끌어당기기 위해 그 정책지향을 변경해가는 동태적 과정을 간과하고 있다. 동태적 과정에서는 제3당에 대한 투표는 주요정당의 정책을 해당 투표자(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방향으로 이끎으로서 해당 투표자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3당의 요구에 대한 주요정당들의 대응은 다음 세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첫째, 제3당 요구에 대한 주요정당의 민감도; 둘째, 잠재적인 제3당 투표의 중요도, 즉 절대수가 얼마나 크며 주요정당 득표격차보다 커서 당락을 좌우할 정도인가. 셋째, 제3정당의 요구에 양보하더라도 기존 지지자들 중 이탈하는 사람들이 적을수록 주요정당들은 제3당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특히 유권자들의 정치적 입장 분포가 중간 입장이 적고 좌우 양극단의 입장이 많을 경우 (제3당이 강하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주요정당들은 제3당의 요구를 더 민감하게 수용한다.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정태적 조건과 네 가지 동태적 조건에서는 제3당에 투표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다음 세 가지 정태적 조건하에 제3당에 투표하는 것은 보다 합리적이고 적어도 덜 나쁜 생각이다.
1. 더 좋지 않은 정당이 특별히 불리한 것은 아닐 경우 (한국의 예를 들어 말하자면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어도 더 나빠지지 않을 경우)
2. 두 주요정당간의 이념적 차이가 적을 경우 (한나라당이 되든 민주당이 되든 달라질게 없다)
3. 이길 후보가 큰 표차로 승리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이든 민주당 후보이든 큰 표차로 이긴다)
아래와 같은 네 가지 동태적 조건하에서는 제3당에 투표하는 것은 주요정당의 정책을 변경시키는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4. 주요정당들이 이념적, 정책적으로 보다 유연해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보다는 선거에 승리하는데 더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경우 (지난해 대선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상당부분 채택했다. 물론 집권후에는 달라지긴 했지만)
5. 제3정당이 다수의 유권자들을 끌어당길 것 같을수록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이 예컨대 10% 이상이 확실한 경우)
6. 승리후보와 낙선후보간 득표차이가 적을수록 (꼭 지난해 대선 때가 그랬다)
7. 제3당이 많은 유권자들이 등 돌리지 않도록 하는 요구(정책)를 제시할 경우 (민주노동당의 부유세 도입, 무상의료, 무상교육 공약이 다수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1884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그린백 노동당과 반독점당의 후보 버틀러는, 민주당세력들이 그에게 투표하는 것은 공화당을 당선시키기 위한 술책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억지를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표를 잠식하기 보다는 주로 노동자계급과 종전에 투표하지 않았던 새로운 투표자의 상당 부분의 지지를 얻어서 매사추세츠에서 전체 투표 30만표의 8%인 24,000표 이상을 얻었다. 이에 대한 지배세력들의 대응으로서 민주당만이 아니라 공화당 상당수 의원들, 특히 노동자 다수 거주 도시지역 의원들도 노동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 1886년의 개혁적인 노동중재법 제정에 찬성했다.
그러나 1884년 대통령선거후에 그린백 노동당은 급속히 쇠퇴했다. 공화, 민주 양당이 노동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갔고, 또 단순다수대표제 선거제도가 노동당에 극히 불리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위에서 본대로 개혁적인 노동입법을 했고, 민주당은 노동기사단 지도자 프랭크 포스터를 매사추세츠 부지사로 지명했다.
그린백 노동당의 경험은 미국에서 급진정치의 쇠퇴에 선거제도가 얼마나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1884년에 그린백 노동당 대통령후보가 매사추세츠주에서 10%의 득표를 한 것은 당시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의 득표보다 많은 것이다. 1880년대에 프랑스 사회당은 1% 이하의 득표를 했고, 독일 사회민주당은 1884년에 10% 이하의 득표를 했고 1887년에 겨우 10%의 득표를 했다. 그러나 1896년에 선거제도를 개악함으로써 공화당은 북부를, 민주당은 남부를 지배하면서 양당은 연합하여 전국적으로는 사실상 일당지배체제를 구축했다. 새로운 선거제도는 흑인과 노동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선거경쟁을 제한했다.
물론 미국에서 진보정당이 실패한 이유로는 선거제도 이외에 흑백간 인종 갈등에 의한 계급대립의 희석, 광대한 서부 개척지 존재와 제국주의 지배에 의한 계급대립의 출구 존재 등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욱 탐구해봐야 할 것이다.
미국 선거제도가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미국 진보세력들에게는 이미 상식이다. 미국에서 진보적인 노동자정당의 부재와 무력함의 이유를 묻는 나의 질문에 대해서 대부분의 진보파 교수들은 보수양당만을 허용하는 단순다수대표 선거제도 탓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것은 미국에서의 역사적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2000년 총선과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겪은 어려움은 선거제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 단순다수대표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노동자 민중정치의 진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인식하게 된다.
미국 노동자 진보정당의 실패 경험과 달리 한국에서 제3당인 민주노동당에게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전농이 민주노동당에 조직적으로 결합하기로 한 것은 농민들조차도 그동안의 뼈아픈 경험으로 보수정당간의 이념적 정책적 차이가 얼마나 적은가를 충분히 인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이념적 정책적 입장의 분포는 갈수록 양극단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자는 극소수 부패정치 재벌 지배세력과 전쟁을 경험한 노령세대에 국한되어 20% 내외에 그친다. 민주당과 열린 우리당간의 분열은 한국에서 온건한 중간지대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각 언론사들의 정치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다는 의견표시가 압도적인 것은 기성정당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노동자 민중들의 진보정당에 대한 요구가 당연히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선거제도 면에서도 현행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출제도가 위헌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다음해 총선에서는 1인2표 정당투표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민주노동당은 점차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집권 가능성을 검증받는 임계치에 접근할수록 지지도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2003/12/04 [08:44] ⓒ jinboacro
민들레홀씨 2014/10/04 17:23
미합중국 노동자 민중들은 소선구제와 직선제를 요구하고 쟁취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민주주의 시민혁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