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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조직,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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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연구소 회의에서 서울시 공공기관 시민참여를 위한 거버넌스로 서울시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제안하는 워킹페이퍼를 내기 전에 내부 연구위원들이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예상대로 비판적인 코멘트가 난무했다. 이를 반영하여 그냥 워킹페이퍼를 내면 되지만, 제기된 논점들이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어서 이를 좀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우선 공운위라는 명칭 자체가 주는 부정적 함의를 바꿀 필요에 대해서는 동의가 된다. 애초에 정책위원회 식으로 했다가 이것은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의 현실처럼 형식화될 우려 때문에 그보다는 운영위원회로 하는 것이 낫다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명칭은 다른 연구위원들의 지적처럼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었다. 공운위를 바꿔야 하는 판에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무리 중앙 차원이 아니고 지역 차원에서 구성된다고 해도, 또한 공운위의 구성과 운영을 바꾼다고 해도 공운위 자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아니다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공공성평가위원회 등의 명칭이 나왔는데, 공공성위원회 같은 걸로 할까. 잘 판단이 안선다.
 
본질적인 질문은 위원회 조직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먼저, 무슨 사안과 관련하여 항상 진보진영의 제도적 대안으로 위원회를 제시해 왔지만, 문제가 있는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위원회들이 제 역할도 하지 못했으며, 어차피 관료들의 들러리를 서게 되고, 정책 추진의 명분만 제공할 뿐이며, 옥상옥 기구가 될 것이 뻔한데, 또다시 위원회 조직을 만드는 대안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보다는 의회의 틀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덧붙여졌다. 또한 전문가라는 탈을 쓰고 들어간 인사들이 대부분 기득권을 옹호하는 역할만 했으며, 설사 구성된다 하더라도 여기에 진보진영에서 참여시킬 인력풀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에게는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장 노동조합에게는 별다른 함의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 나름대로 타당한 지적이다.
  
물론 위원회의 유형은 다양하기 때문에 각 위원회의 유형에 따라 대응을 달리할 필요가 있고, 의회의 경우는 제도ㆍ기구에 대한 통제와 감시는 가능해도 이를 스스로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은 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 서울시의 경우 지금은 박원순 시장 하에서 어느 정도 개혁적인 제도 도입도 가능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적인 인사가 시장으로 오게 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공공기관의 운영과 정책에 대한 제도적인 민관협치의 틀을 마련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점, 관료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보다는 노동운동 진영의 어느 정도의 개입 통로를 마련하는 구조가 낫다는 점 등을 들어 반박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공공기관운영위원회와 관련해서 보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위원회들 중에서 진보진영이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구성과 운영에서 주도권을 행사한 경우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참여하기 때문에 다를 수 있고, 현재 안행부가 입법예고한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경우 기관 설립타당성의 안행부 관여, 경영평가 규정, 경영효율화 관련 규정 등 중앙정부의 통제 편향이 두드러지고, 이미 ‘출연기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지난해 10월에 제정한 전라남도의 경우 출연기관에 대한 시민참여 통로는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경영효율화, 선진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서울시에서 관련 조례를 마련해야 한다면 그 전에 시민참여 및 이해관계자로서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관여를 제도화한 거버넌스 기구 마련을 제안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워킹페이퍼에 따르면 서울시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상당히 많은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걸 다 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특히 획일적인 공공기관 평가를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데, 과연 이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가 문제된다. 하지만 평가 자체에 대한 메타평가를 공운위가 수행하고, 개별 기관의 평가를 할 것인지 여부 또한 결정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단위사업장만으로 한정되는 공공부문 정책은 거의 드물다. 이 점에서 한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의 참여를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관련기관들을 함께 고려하면서 좀더 전체적이고 넓은 시야에서 관련 정책을 조망할 수 있고, 여기에 이해관계자인 노동조합이 관여하는 제도적 틀이 필요하지 않을까.
  
좀더 고민을 진척시켜 보자. 이런 위원회 형태의 제도적 기구가 아니면 정부관료제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우리의 대안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분명 노동조합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생디컬리스트가 아니면 말이다. 민중권력의 상은 무엇일까?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해 관료조직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포섭되는 바람에 그들이 하고자 했던 자유주의적인 정책조차 제대로 펼쳐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은 어떠할까. 비판하는 것에는 상당히 날카로운데, 이를 대안으로 구체화하는 데에는 상당히 부족해보인다. 세상사가 그리 단순하진 않다. 법률 조문 하나를 제정하거나 고치려고 해도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비판과 대안 사이에 간극이 넓다. 중범위의 뭔가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어야 한다. 
 
위원회제도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위원회 제도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평의회 제도(소비에트)도 명칭만 다를 뿐 위원회와 그리 다르지 않다. 대의제와 직접민주주의의 메커니즘 사이에 그 간극을 메우는 수많은 제도와 기구들을 좀더 섬세하게 설계해나가야 한다. 물론 그 전제는 우리의 역량과 준비다. 이게 빠져 있는 한 아무 것도 안 된다.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잘 모르겠다. 저번에 ‘참여와 관료통제를 위한 정부조직개편의 쟁점과 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쓰면서도 아쉽게 느껴졌던 게 국가 및 관료제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고, 여기에 입각해서 현실의 구체적인 정부조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이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였다. 기존의 여러 안들을 종합해서 개별 정부부처들을 이리저리 뜯어붙이기는 했는데, 실제로 진보진영이 정권을 잡는다면 관료기구를 어떻게 바꿀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전공이 행정학이어서인지 무슨 고민을 하다보면 다른 이들이 보기에 상당히 현실가능성을 따지고, 개량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물론 이 또한 상대적이겠지만... 아무튼 그 가운데 내 나름의 원칙 또한 모호해져 버리고,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라는 질문에 답변이 궁해진다면 어떻게 하나? 지금이 그런 상태인데...
 
일단 워킹페이퍼를 좀더 보완해서 다양한 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봐야겠다. 이런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테니 말이다. 다른 할 일도 쌓여 있어서, 이것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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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3 18:06 2013/07/0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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