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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 | 남태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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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23356.html
선거로 세상을 바꿀 순 없다 (한겨레, 허미경 기자, 2014.02.09 21:42)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 | 남태현 지음 | 창비·1만5000원
이 책에는 ‘선거 만능주의의 함정’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정치는 누가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답에서 시작한 지은이가 책 밑바탕에서 제기하는 물음은 이렇게 요약된다. 우리는 민주체제에 살고 있는가? 구체적으로 풀면, 5년마다 대통령을, 4년마다 국회의원을 뽑는 나라의 주인인 ‘민’(대중, 인민)으로서 ‘나’의 ‘소중한 한 표’, 그 민의는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이 민주체제에서 정말로,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가?
미국 솔즈베리대학 정치학과 교수로 있는 남태현씨의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채택한 민주정치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민의를 선거로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통치한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는 드러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민의의 존재를 가정하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여당 후보는 36.6%의 표를 얻어, 각각 28%, 27%를 얻은 야당의 김영삼, 김대중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이 됐다.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55%를 얻고도 패배했다는 탄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달리 보면 선거제도 그 자체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대선이,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1·2위 후보가 결선에서 재대결하는 방식이었다면 결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노태우·김영삼 결선에서 김대중 지지자들이 김영삼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보수당의 자크 시라크 후보는 19.9%를 얻어 극우파 장마리 르펜(16.9%)과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16.2%)을 미미하게 앞섰지만, 시라크와 르펜이 맞선 결선에서 사회당을 비롯한 좌파 정당 지지자들이 보수당을 지지함으로써 시라크가 82.2% 대 17.8%로 압승했다.
민의가 무엇이건 그것을 선거로 드러내는 것이 민주체제의 핵심이다. 87년 대선 결과는 다수(55%)의 민의가 그 민의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인 선거제도로 말미암아 드러나지 못하고 좌절을 겪은 사례다. 지은이는 대선뿐 아니라, 한국의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하기보다는 한 선거구에서 1위 후보만이 이기는 승자 독식 체제인 탓에 소수 정당들의 국회 진출을 가로막고 있음을 적시하면서, 이런 점에서 “선거로 민의를 드러낸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정은 어찌 보면 살짝 코미디인 셈”이라고 말한다.
대의제가 민의 왜곡할 때 많아 
다양한 정치참여 제도화 필요 
대중의 직접행동이 정치 개혁
 
요컨대 우리는 ‘제한된 민주’ 체제에 살고 있다. 현행 대의제도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더욱이 2012년 대선에서 국가정보원과 국가보훈처 등의 불법 개입은 자유롭고 경쟁적이며 공정한 선거라는 민주주의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음으로써 민주체제 그 자체를 뒤흔든 사건이라고 지은이는 본다. “그런 제한된 민주체제 아래서는 민중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독재체제와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그렇기에 민주주의, 곧 민의 지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선거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정치참여를 제도로써 보장해야 한다. 민에게 선거 외 다른 경로의 정치참여를 막아버리면, 이는 선거 외의 더 효과적인 기제(돈, 조직, 사상)를 가진 힘센 이들의 편을 들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한국에서 정치참여를 막는 큰 걸림돌로 국가보안법과 집시법을 예로 든다. “자본주의로부터의 해방”을 소명으로 밝히고 있는 프랑스 공산당도, 2012년 선거에서 6.2% 득표를 한 일본 공산당도 한국에 있었다면, 2008년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 2012년 노동해방실천연대가 줄줄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철퇴를 맞았듯이, 감옥행이었을 것이라고 지은이는 야유한다. 또한 헌법은 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현행 집시법은 시위를 하려는 민이 정부의 허락을 구해야 할 뿐 아니라 그마저도 해가 지면(일몰 후 일출 때까지) 그 자유를 아예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지은이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한 경로일 뿐이며, 민주주의의 발전, 정치의 발전은 직접행동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1987년 6월항쟁, 1960년 4·19혁명으로 독재체제를 밀어낸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현대사가 보여주듯, 세상을 바꾼 것은 시위, 집회, 의견 공표 같은 직접적인 정치참여, 직접행동이었다.
책은 한국의 민주체제 아래서 돈(삼성 이건희 회장)과 종교(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한기총)가 어떻게 ‘숨은 정치’를 하면서 나의 한 표, 1인 1표 원칙을 깨는지를 드러내는 한편으로, 미국과 유럽, 아프간, 이스라엘의 주요 정치 사건을 훑으면서 민주주의와 정치가 어떻게 왜곡되거나 발전하는지를 알려준다.
지은이는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곤 그걸로 끝, “지금 체제를 그냥 소비하며 사는 개인의 선택은 건전한 정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곤란하다”고 말한다. 정치란 정치인이나 힘센 자들의 소유물이 아니라 민의 정치여야 하기 때문이다.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라는 책 제목은 역설적으로, 수많은 개인이 정치적 무관심을 선택하여, 직접행동, 곧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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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6 21:44 2014/03/1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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