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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에게 묻는다 (김형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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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받은 재벌 장학금이 이렇게 만들어진 돈이다.

사업주는 400억씩 횡령하면서 노동자는 2900명씩 해고할 때
유학생 장학금으로 15만불씩 대주는 그런 기업의 돈.

1억 2억 주는 장학금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 돈을 받은 것보다 더 문제는 그런 자를 위해 '탄원서'를 썼다는 것이고
탄원서를 쓴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인간적 도리'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삼성 장충기 스캔들에 연루된 교수들도 그저 선물이고 그저 인간적인 교류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생각해보라
노동자들에게는 몽둥이를 보내는 자들이 왜 지식인들에게는 선물을 보내는지" ( 채효정 님의 글)

"나는 조국 장관에게 묻는다.
재벌에게 받은 장학금에 대한 고마움이 죄를 지은 사람에게 선처를 요구하게 되는 인간적인 도리로까지 이어진다면, 장관은 떡값을 받은 검사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만약 장관이 그 당시 교수가 아니고 검사였다면, 또는 판사였다면 이호진의 구형과 선고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미 밝혀져 X파일로 존재하고 있던 떡값을 받은 검사의 명단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고, 또 그 일로 인해 죽음의 씨앗을 키우게 된 고 노회찬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당신은 당시에 얼마나 스스로 떳떳할 수 있었는지 묻는다." (김형탁 선배의 글)

검찰개혁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조국수호'와 함께 나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당연히 조국 법무부장관을 지나치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검찰을 응원하지도 않고, 이런 검찰에 올라탄 이들과 함께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글을 조국 장관이 꼭 보았으면 한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엄청난 사회적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면서도 애써 이 사태에 대해 글을 남기지 않으려 하였다. 자욱한 연기가 가라앉고 나면 사실들이 드러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를 하자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들이 드러나면 연기는 사라질 것이라 희망하자고 생각했다. 일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SNS 상에서 내 지인들의 입장이 갈려 있는 모습을 확인하면서도 급하게 주어져 있는 내 일에 몰두하려 애썼다. 정말 애썼다.

그러나 나는 내 눈을 다시 한 번 비비고 살펴볼 수밖에 없었던 보도를 보고서는 그냥 냉소적인 침묵으로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 기사를 보고 내 심경과 같이 눈에서 피가 흘렀을 것 같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으면 정말 우리는 대못에 심장이 찔린 채 뒷골목에 버려져 있는 시체나 마찬가지가 될 터이다.

2011년 4월 서울대 조국 형사법 교수는 태광그룹 회장인 이호진을 선처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는 태광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미국 유학비로 3년간 15만 달러를 받았다. 선대 회장으로부터 받은 장학금 지원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던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기 위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이호진을 선처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탄원서에는 이호진의 장학, 학술 공헌활동 등을 고려해 달라고 하였다. 서울대 법대 교수의 탄원서가 가진 영향력을 나로서는 가늠할 길 없지만, 당시 병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 있던 이호진은 2012년 6월 2심에서 보석이 인정되었다. 보석으로 나온 그는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시는 모습이 언론에 취재되기도 하였고, 황제보석으로 지탄을 받았다. 이호진의 황제보석에 대해서는 바로 기사를 검색할 수 있으니 길게 쓰지 않겠다.

조국 교수가 간절한 마음으로 이호진을 선처해 달라고 요청할 당시, 태광그룹 흥국생명의 해고자들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에 엎드려 호소하고 있었다. 흥국생명 해고자들은 매주 목요일 아침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108배를 드렸다. 사회 정의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모르지 않았을 일이었다. 탄원서를 쓰던 순간 이 사실을 몰랐다면 그의 정의감은 한 쪽 눈만 떠 있는 정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알고서도 탄원서를 썼다면 그는 이 사회의 정의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후 흥국생명 해고자들은 이호진의 거짓 병보석을 취소하고 즉각 구속하라고 법원 앞에서 호소하여야만 했다.
(참고 “흥국생명은 차라리 나를 죽이고 정리해고하라” 흥국생명 본사 외벽 밧줄 고공농성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

‘냉가슴’이라는 말이 있다. 화가 쌓이면 기운이 통하지 않아 가슴이 막히는 냉가슴이 된다. 흥국생명 해고자들은 냉가슴으로 살아가고 있다. 흑자가 나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는데, 법원은 비록 흑자가 나더라도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를 근거로 정리해고를 합법이라고 판결하였다. 상식과 양심을 기대하고 있던 해고자들은 정말 이 사회를 원망하였다. 법원의 판결에 ‘위원장님, 이제 어떻게 해요...?’라며 울먹이며 전화를 한 해고 조합원의 떨리는 목소리와 진정되지 않는 불안을 나는 지금도 생생히 느끼고 있다. 재취업의 형태로 입사를 고려할 수 있다는 회사의 제안을 우리 스스로 노동운동에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말자며 고심 끝에 거부했던 조합원들이었는데...

2008년 흥국생명 해복투 의장을 맡은 나는 어떻게 해야 해고자들을 다시 회사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을까 정말 고민하였다. 노조 파괴를 위해 법무법인과 노무법인을 끌어들여 이 모든 행위를 진행해 왔던 회사는 2005년부터 시작된 그 오랜 투쟁에도 끄떡도 안하던 시절이었다. 고심 끝에 나는 나를 가장 낮춤으로써 닫힌 이호진의 마음을 열어보자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단식을 하면서 1만배를 하기로 하였다.
(참조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309925.html)

제발 간절한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1만배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진다고 하던데... 나의 정성이 부족하였는지 5일 간의 준비 없는 단식 만배는 미처 만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끝을 내야 했다. 내 정성의 효험이 해고자들의 복직이 아니라 이호진의 구속으로만 끝나고 만 건 아닌가하는 별 수 없는 생각을 가끔씩 해본다.

나는 조국 장관에게 묻는다.
재벌에게 받은 장학금에 대한 고마움이 죄를 지은 사람에게 선처를 요구하게 되는 인간적인 도리로까지 이어진다면, 장관은 떡값을 받은 검사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만약 장관이 그 당시 교수가 아니고 검사였다면, 또는 판사였다면 이호진의 구형과 선고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미 밝혀져 X파일로 존재하고 있던 떡값을 받은 검사의 명단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고, 또 그 일로 인해 죽음의 씨앗을 키우게 된 고 노회찬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당신은 당시에 얼마나 스스로 떳떳할 수 있었는지 묻는다.

또 하나 더 묻고 싶다.
장관이 내놓았던 검찰개혁안은 정말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가? 장관이 이야기한 개혁안을 현재의 검찰총장이 반대하고 있는가? 지금 국민들이 이야기하는 검찰개혁과 장관이 내놓고 있는 검찰개혁안이 같은 질인가?
나는 제도의 변화가 세상을 바꾸는 아주 힘 있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하는 편에 속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 제도를 운영할 사람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제도는 엉뚱하거나 편법적인 방법으로 활용된다. 수많은 개혁과 혁신이 실패한 이유가 실상 제도 설계의 오류 때문이라기보다는 사람의 문제였다. 그리고 사람의 태도는 그 사회의 문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당신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를 바꾸어 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스스로 생각하는가?

나는 고위 공직자가 주식은 안 되지만 사모펀드는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투기자본이 사모펀드의 형식으로 자본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을 정말 몰랐다고 치자. 10억이나 되는 돈의 행방을 별로 궁금해 하지 않았던 것도 돈에 부족함이 없었던 사람의 부주의함이라고 치자. 그러나 공직자가 그런 세밀함이 없이 어찌 개혁을 지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너무 나갔다. 우리 흥국생명 해고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글인데... 아무 말 하지 않으면 장관의 인간적인 도리의 대상이었던 이호진한테 정말 사법계가 선처를 할까봐 두려워서 시작한 글이었는데...
나는 장관에게 흥국생명 해고자들에게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신사로 존경받던 강남좌파 조국교수였다면 그런 요구를 했을 터이지만. 장관의 의도는 아니었을 테지만 당신에게 상처받은 흥국생명 해고자들이 15년을 이어오고 있는 투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그 권력을 행사해 주기를 바란다. 나는 인간적인 도리에도 공정함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앞으로 이와 관련하여 글을 더 쓸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심정으로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조롱과 핍박을 받더라도 절규하고 싶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흥국생명 해고자들에게 눈길을 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나에게는 더 크다. 그러니 다 못한 이야기는 서둘러 마음속에 다시 주어 담는다. 그래도 꼭 한 마디만 더 하자면, 자리는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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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9 17:29 2019/09/2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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