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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운동, 위기는 위기인 갑다 - 엽기토론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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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말 있었던 제3회 맑스 코뮤날레에서 김 원 교수는 "신자유주의 시기 '노동운동 위기론': 지속 혹은 변주?"라는 발표문을 통해 노동운동 위기론의 논쟁을 소개하고, 그 논쟁지점에 대해 박승옥류의 정당성과 존폐의 위기론 주장과 최장집 교수의 사회협약론, 급진적 노동운동론의 위기론, 임영일 교수의 위기의 노동정치론, 그리고 노중기 교수의 구조적 위기로서의 노동운동 위기론에 대해 각각의 내용을 분석하고 재구성하였다. 이러한 발표내용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정리였으며, 그에 대한 이광일 교수의 토론도 이에 공감을 표하는 것이었던 듯하다. 
    
그런데 오늘 있었던 100분 토론에서 바로 이 주제를 다루더라. 무엇을 다루는가 했더니 제목이 "한국의 노동운동, 위기인가"였다. 바로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7월 3일 한 강연회에서 "한국사회 노동운동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한 것이 파문을 일으켜 이 때문에 기획되었던 것이다. '오호, 주제는 그럴싸한데'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토론자로 양대노총 위원장이 참여한단다. 그래서 '이걸 봐야돼' 하다가 다른 걸 딱히 볼 게 없어서 틀어놨더니 가관이다.
  
계속해서 깐죽거리면서 헛소리를 해대는 이용득에 대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어버버한다. 얼마나 답답했던지 광주에서 밤 늦게 이를 지켜보고 계셨던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을 정도였다.
   
다른 부분에서도 답답했지만, 특히 비정규직법을 다룬 부분은 하도 열받아서 다른 채널로 잠시 돌려버리기까지 했다. 둘다 똑같이 핵심에서 벗어난 얘기를 해댔기 때문이다. 그들이 과연 비정규직의 아픔을 알고 있을까. 이걸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과연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 생각하면...
  
사실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조직 노동조합운동을 대변하는 양대노총 위원장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대변할 수 있는 이가 나와야 하고, 노동운동의 위기를 조장하고 이를 떠들어온 정부와 보수언론의 하수인이 나와야 했던 것 아니던가.
 
이석행과 이용득의 평소 소신을 잘 알고 있기에 화기애매하게 서로를 추켜주면서 얘기할 줄 알았는데, 민주노총의 이석행 위원장이 굉장히 전투적이고 투쟁적인 것처럼 보여지기까지 한 것은 아마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만 나와서 토론했고, 사회자인 손석희가 이석행을 계속 부추겨서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용득이나 이석행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은 넘들이 아니던가. 이석행은 시종일관 한국노총에게 함께 투쟁하자고 제안하였지만, 나에게는 전혀 투쟁성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노총과 잘해볼 기회를 찾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함께할 수 있는 대상이란 말인가. 
  
도대체 이석행은 어쩌자고 위원장으로 당선되어서 저렇게밖에 하지 못한단 말인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금속노조의 정치파업과 지난한 민주노총의 투쟁들을 옹호하였지만, 이석행 집행부는 오히려 거침없이 내달리는 투쟁의 불길을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던가. 하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여우같은 이용득이 다 해버리니 자신이 할 말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용득에 의해 자신의 말이 짤려도 번번히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이건 이용득의 개인기를 보여주는 장으로 전락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횡설수설하였다. 토론자로 나온 양대노총 위원장 뿐만 아니라 방청객 중의 발언자, 전화연결된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그마나 말을 제대로 하는 이는 방청석에 앉았다가 발언기회를 얻은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해고자 뿐이었다. 어제 밤 홈에버 상암점에 연대방문을 했을 때 본 적이 있는 듯한 조합원이었는데, 그는 비정규직보호법이라고 하나 전혀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간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수단이 되었음을 얘기하였다. 자신의 경우에는 21개월 일했는데 부당해고 당했고, 3년, 5년씩 일한 비정규직노동자들 750명이 해고를 당했는데, 말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이용득 위원장의 답변이 가관이다. 그는 홈에버가 한국노총의 사업장이 아니라서 잘 모른다는 말과 함께 이랜드 사용자가 악질이라서 그렇다고 하면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파악하였다. 그런 예외적인 경우 말고 인간성 좋은 사용자들은 다 법대로 하고 있고, 그래서 자신이 합의해서 만들어진 비정규법은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그에 대해 이석행 위원장은 설득력 있는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석행은 현재의 비정규법의 문제에 대해 수정법안을 6월 15일에 냈다고 하면서 또 여기에 함께 하자고 하고, 이용득은 법은 별 문제가 없으니 운영과정에서 잘 하면 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하고... 이석행이 마지막에 상근자 문제, 복수노조 허용문제 등과 함께 한국노총의 야합을 지적하긴 하였으나, 이미 자신이 말할 기회는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하긴 좀 하다 보면 이용득이 말꼬리를 나꿔 채서 변명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다. 오죽하면 사회자가 끼어들지 말라고까지 했겠는가. 그래도 넉살좋은 이용득은 자기 하고픈 말은 다했다. 방송이 끝나는 시점에는 야합 운운하는 이석행더러 자신의 재임기간인 3년동안 민주노총의 파트너가 4명이나 바뀌었다면서, 작년에 8월에 조준호 집행부와 만나서 노사관계로드맵을 다 합의했고, 수고했다고 얘기까지 했는데, 왠 야합이냐고 반박하기까지 하였다. 나아가 이제 큰 그림을 그리며 같이 잘해보잔다. 설마 투쟁을 잘하자는 것은 아닐 테고... 어휴, 정말 짜증 지대로였다.
  
특수고용직, 공무원, 교수 등의 노동기본권 확보의 문제는 다루지조차 못했다. 하긴 이런 문제에 대해 이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이용득과 이석행은 한국 노동운동이 '위기는 위기다'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한숨만이 나온다. 이런 토론을 왜 하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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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6 03:43 2007/07/06 03:43

2 Comments (+add yours?)

  1. 산오리 2007/07/06 09:44

    글로만 봐도 넘 재밋었을 거 같은데요,,, 코미디 프로 아니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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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케산/세르쥬 2007/07/06 14:44

    어휴...안보길 잘했다는 생각이...울화만 지대로 치밀었을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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