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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도시빈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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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정말 발랄하면서도 건전하게 진행되었지만, 가끔씩 이러한 분위기를 깨는 이들이 등장했을 때, 이를테면 과격하게 선도적으로 닭장차를 끌어내려고 시도한다거나 촛불집회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면서 이명박을 얼토당토않게 비판하는 이들이 나타났을 때, 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쌀을 찌뿌렸다. 그 때 내가 그 적대감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생각은 이들도 뭔가 참여하려고 나온 시민들일텐데, 왜 '밥풀데기'로 취급받는 걸까 하는 점이었고, 그것은 촛불집회의 계급적 한계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졌다. 당연히 그 때 김소진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떠올렸고... 물론 이것은 이중감정이었다. 나 또한 대부분의 시민들과 비슷한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복경찰이 아닌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과격한 언행 때문에 프락치로 몰렸던 어리숙한 복장의 사람들, 그들에게 2008년 촛불집회도 열려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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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도시빈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005/03/09 02:25 (네이버블로그에서 옮겨놓다)
 
어제 모님 블로그에 노점상노조에 대해 쓴 글이 있어서 길게 덧글을 달다가 지우고 그냥 몇 줄 쓰는 것으로 그쳤다. 뭐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내 속내에도 노점상에 대한 안좋은 개인적인 기억이 있어서 당위적인 입장하고 충돌해서 할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것이 옳은 걸까.
 
답답해하다가 노점상을 하면서 전빈련에서 활동하는 사노라면님 블로그에 그에 대한 고민을 덧글로 남기고, 혹시나 내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는 글이 있을까 훑어봤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열받는 기사가 있어서 옮깁니다.
http://news.msn.co.kr/service/msn2004/ShellView.asp?ArticleID=2005030711070586004&LinkID=301
노점상노조라는 게 있나요?
어제 철거에 대해 프레시안에 기사가 나왔는데, 그에 댓글단 인간들을 보면 조금 서글프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업형노점이나 위 스투에 나온 노점을 떠올리거든요. 이런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서 얘기하는 것일텐데,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몇몇 글들이 있기는 한데, 내 고민을 다 풀어줄 수는 없다.
 
회색 담장 안에서 돌아본 나의 빈민운동
한국 노점상의 현실과 노점정책 
 
위의 신희철님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김소진의 1993년 소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 생각났다. 이 책은 예전에 그날이 오면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얼마전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산 것이다. 재수다. 
 
'열린 사회의 그 적들'은 칼 포퍼의 같은 이름 책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칼 포퍼는 전체주의자들을 비판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썼지만, 김소진은 바뀐 사회에서도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을 다루면서 소위 말하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사이의 계급갈등 뿐만 아니라 피지배집단 내부에서도 존재하는 권력관계와 차별을 폭로하고 있다. 열사 대책위로 대표되는 운동세력이 주장하는 투쟁이나 그들이 지향하는 사회도 밥풀때기들에게는 문을 열어놓지 않았다. (나는 이 글이 6월 항쟁 당시의 상황을 그린 것으로 기억했는데, 다시 보니 그 뒤 김귀정 열사의 죽음과 관련된 상황이다. 김귀정 열사는 당시 시위도중 경찰의 토끼몰이식 집압 때문에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백병원(조성만 열사의 시신이 안치되었고, 아버지가 암수술을 하실 때 입원했던 곳이다. 명동성당과 가까워서 이용되었다)에 모인 사람들, 특히 밥풀때기로 불리웠던 룸펜 프롤레타리아트들과 열사대책위 관계자들, 환자들, 사수대들, 그리고 소위 '시민'들이 등장한다. 거기 등장하는 대화들이 이들사아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당신들 밥풀때기들 때문에 민주화 시위가 일반 시민들한테 얼마나 욕을 먹는 줄이나 아쇼? 당신들 도대체 누구, 아니 어느 기관의 조종을 받고 이런 망나니짓을 하는 거요?"
병원 현관 쪽에서 볼멘소리가 들렸다. 외팔이 강종천 씨가 웬 사내와 드잡이를 하고 있었다. 병원 마당의 모든 시선이 그리로 쏠렸다.
"그래 우리는 밥풀때기다. 근데 당신이 뭐 보태준 거 있냐고 썅."
"당신들이 뭔데 초대되지도 않은 곳에 끼여들어서 감 놔라 배 놔라 판 깨는 짓거리를 하냔 말이오."
 
... 강씨의 멱살을 거머쥔 사내는 뜯어말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서부투자금융 홍보실 대리라는 신분증을 제시했다.

"아, 그렇잖아도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아 조심조심하는 판국에 왜 갑자기 병원을 향해 돌을 던지고 침을 뱉는 행위를 하느냔 말이죠 난. 이건 분명 우리 학생들과 대책위의 위상을 덜어뜨리려는 저의가 있는 고의적 행동임이 틀림없다 이겁니다. 이제는 우리 시민들이 나서서 저런 밥풀때기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마침 검찰에서도 수사 의지를 밝힌 만큼 적극 수사에 협조해서라도 정화를 하든지 해야지 여론도 계속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니기미 씨펄, 그래 시민, 시민 해쌓는데 느그덜 판이 을매나 오래 갈는지 두고보자고."...

"... 같이 민주화 투쟁 하며 기껏 고생함시러도 시상에 밥풀때기가 뭐라요, 열통 터지게. 사람이 입성이 누추하고 행동이 거칠다고 그렇게 깔보는 경우가 제대로 된 경우라요? 아 우리가 뭐 기생충이라? 싸가지없는 것들 같으니라구. 민주화 투쟁 허기 전에 저런 고상짜들하고 먼저 와장창 한판 붙어야지라." (72-73쪽)
 
브루스 박 상선도 암만 몸을 흔들어대도 질기디 질긴 잠꼬대를 푸닥지게 쏟아냈다.
"저놈 잡아라……적이다 적……난 시민이야……문 좀 열어 달라고……나 좀 ……헉헉……내게도 열어줘……아으……"
"제발 그만둬, 이 바보 멍충이야. 열리긴 뭐가 열렸다는 거야. 다 닫혔어, 다 닫혔다구." (82-83쪽)
 
그들에게 진정한 열린 사회는 존재하는 것일까.
아래는 대책위 간부와 밥풀때기간의 대화.
 
"민주화 운동 세력은 일반 국민이나 시민들과, 말하자면 물고기와 물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우리 민족민주 세력은 대중의 지지 없이는 존립할 수 없죠. 그런데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아무한테나 심한 욕설을 퍼부어서 토론 분위기를 망치거나 국민대화가 다 끝났는데도 계속 지나가는 차량에 돌을 던지며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 불편을 주는 것, 그리고 같이 죽자는 말로 공포 분위기를 부추기는 일이 솔직히 많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어떤 분은 한국은행을 불태우러 가자는 얼토당토 않은 발언도 하시더군요."...
 
"까놓고 야그하자면 지가 뭐 은행에 알토란처럼 묻어둔 통장이 있남요 아니믄 새록새록 붓는 적금이나 주택부금이 있는감요. 거미줄 한 올 같은 인연도 없어라. 한여름 더위를 먹다 못해 은행에 들어가 보면 괜히 은행강도 취급을 하는지 청원경찰들이 폐쇄회로 켤라 두눈 부라리며 사납게 눈치 주는 턱에 괜히 캥기는 신세다 보니…"
"아, 지금 비난을 하기 위해서 그런 말을 꺼낸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런 과격하고 충동적인 발언은 지금 우리의 투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것 이렇게 말이죠. 폭압적인 반민주적 통치기구, 고질적 악법과 불평등한 제도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 것들은 의당 철폐돼야 하지만 예를 들어 은행 같은 제도는 그것과 다르다 이 말씀입니다. 그것은 시민 사회의 고유한 제도요 핵심적 현상이기 때문이죠. 파출소를 기습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입니다." 
"어려운 말 허지 마슈. 내가 보시다시피 외팔이 빙신이다 보니 겨우 내 일자리도 못 찾고 세종대왕님이 그리워 껄떡거릴 때도 은행 창고에는 돈이 썩어났시다. 그게 억울하다는 말이 아니라, 그러면서 은행이 배고픈 사람 구제하는 건 고사하구 재벌들 돈 대줘서 땅투기나 허게 하고 알만한 사람에게 떡고물 잔치나 베푸는 데루다 밑구멍 틀어막는, 그 따우 마름 노릇밖에 헌 게 뭐가 있었냐 이 말이우. 그리구 막말루다 우리 사회가 돈으루다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 아니유? 그렇다믄 문제는 돈이지. 독재도 칼자루 쥔 놈들끼리 잘먹고 잘살려고 허는 거고 민주화 투쟁은 그와는 다른 맘에서 잘먹고 살려는 건데 그 와중에서 돈줄을 거머쥔 은행을 호령할 수가 없다믄 되레 없애는 게 뭔가 시상이 변하는 데 보탬이 될 거란 밑천 짧은 생각을 먹어봤던 거우다."(81-82쪽)
 
이 사회를 변혁하겠다고 맘먹고 있는 나는 어느 쪽일까. 소설의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평화롭게 의사를 표현하고, 자유와 평등, 평화를 위해서는 감정적 행위를 삼가자는, 점잖은 이들의 모습은 현재의 나를 빼다박았다. 난 그게 합리적이고 여론의 지지를 얻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책위 관계자의 입으로 표현되는 그 사회가 과연 내가 지향하는 사회일까.
 
"여기서 열린 사회라는 건 계급이나 종족 그리고 이데올로기라는 신화가 더 이상 개인에게 굴레가 되지 않고 개개인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질적으로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 물질적 풍요와 평등을 이룰 수 있는 마당이며 소수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눈뜬 다수에 의한 착실하고도 양심적인 사회 운영이 기본 원리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가리키는 것이오."
"당신내들 지금 자꾸 어려운 말을 씀시롱 머릿속을 헷갈리게 하는데 한번 물어나 봅시다. 우리, 우리 하는데 도대체 거기에 낄 수 있는 축은 누가 되는 거요? 이데올로기의 신화나 이성적 원리니 하며 거창하게 빚어내는 사회라면 우리 같은 못 배우고 빽줄 없는 떨거지들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게 불 보듯 뻔한데 뭐가 진정한 사회란 거요?"
 
항상 일관되게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논점 없이 헤맨다.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일까. 김소진의 소설을 다시 봤다는 거? 빈민문제의 천작? 노점상 노조? 밥풀때기?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나중에... 그런데 읽긴 한건가? 요약판 밖에 안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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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9 05:03 
http://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1938
전노련 "롯데명품관에 똥탄 들고라도 개관 막겠다" (참세상, 김삼권 기자, 2005년03월08일 22:14:34)
롯데백화점 명품관 개관 앞두고 노점상 폭력 철거  
 

롯데백화점에서 욕역철거반을 동원하여 노점상을 폭력으로 철거한 것에 대해 롯데도 문제지만, 노점상 또한 불법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만치 않다. 이는 단골로 자신들이 겪었던 기업상 노점의 문제를 얘기하면서 노점상 고객보다는 롯데백화점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많은 자신들의 계층적 위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미디어참세상에 실린 글을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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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8 22:07 2008/10/0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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