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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저자 팀 하포드 인터뷰 (조선, 0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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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시간여유가 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헌책방에서 사다놓은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를 읽어보려고  했는데, 아래 조선일보의 인터뷰 글을 읽고 읽을 맘이 싹 가셨다.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쓴다는 건 참 좋은 것이긴 한데, 그 기저에 놓인 관점이 후진 것이어선 곤란하다. 
 
그래도 일단 사놓은 것이니 읽어보긴 해야겠네. 나중에... 물론 『경제학 콘서트2』는 당연히 구매하지 않을 거다. 
아래 글은 조선일보 기사에서 발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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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도 무릎친 이 남자 (조선, 런던=김홍수 특파원, 유하룡 기자, 2009.04.25 09:43)
'경제학 콘서트' 저자 팀 하포드 인터뷰
빈둥대는 직장 상사, 왜 당신보다 연봉 많을까
"당신도 앞으로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그 목적"

  
"사실 경제학자들은 미래를 예견하는데 서툽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미래에 대한 예견을 내놓지만, 나는 이런 경제학자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번 위기에 앞서 몇몇 경제학자들은 주택시장의 거품, 세계 경제의 불균형, 금융시스템의 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적인 문제점들이 결국 총체적으로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큰 그림'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같은 게 대표적으로 게임이론을 적용한 정책인데, 경매 시스템 설계를 정교하게 잘해야 합니다. 대학생이나 학자를 모의 경매 참가자로 참여시켜 미리 실험을 해 본다거나, 많은 변수를 적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본다든가 해서 문제점을 미리 파악해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가급적 많은 경쟁자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해 경쟁률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그는 거시경제학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거시경제학이 문제를 전망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심지어 올바른 의문조차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규제는 (금융회사의) 투명성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어떤 문제가 초래되는지는 우리가 이미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AIG 사태가 좋은 사례지요. AIG 문제에 미국 정부가 개입한 후 미국의 모든 정치 시스템이 AIG 사태와 관련되어 버렸습니다. 민간 기업에 정부나 정치가들이 갑자기 개입하게 되면 양자 간에 공평한 권리의 배분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AIG의 거액 보너스 파문으로 미국 정부가 50억달러 이상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 임직원의 보너스에 90%까지 세금을 물리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계약을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위기를 자초한 장본인들이 거액의 보너스를 챙겼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분노한다는 사실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벌금형 세금은 이런 계약을 무시하는 것이지요. 정부가 개입하는 해법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비합리적인 보너스를 수령한 임원들에게 그런 고액 보너스를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 보너스를 포기하고 해고를 면하거나, 아니면 보너스를 받는 대신 해고당하거나 양자택일(兩者擇一)을 요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 많은 논문을 다 읽는가요?
"모두 다 읽는 것은 아닙니다. 논문 내용 요약본을 본 뒤 관심이 가는 내용만 다 읽어요. 또 한 달에 4~5개의 칼럼을 쓰는 과정에서 논리 구성을 위해 많은 텍스트를 읽고 생각도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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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하포드의 재미난 '경제학 카운슬링' (조선, 유하룡 기자, 2009.04.25 03:25)
 
〈Q〉 "늘 약속 시간에 늦는 친구가 너무 무례하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베아트리체, 영국 런던 거주)
〈A〉 "문제는 무례함이 아니라 '기대의 불일치(a mismatch of expectations)'에서 나옵니다. 정시 도착만이 유일한 균형(equilibrium)은 아니죠. 만약 친구가 1시간쯤 늦으면 당신도 1시간쯤 늦게 오면 되고, 친구가 정시에 오면, 당신도 정시에 도착하면 됩니다. 물론, 둘 다 균형이 될 수 있지만, 친구는 항상 늦고 당신이 항상 정시에 도착한다면 그건 균형이 아니겠죠.
내 생각엔 당신이 지각하는 쪽으로 옮기는 게 이치에 맞아요. 왜냐하면 당신은 친구가 늦을 걸 알고 있지만, 친구는 당신이 정시에 도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당신이 만약 오후 8시에 친구를 만날 계획이라면 오후 7시에 보자고 말하세요."
 
〈Q〉 "동생에게 완벽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은데, 도와주세요."(팀 멀리, 캐나다 오타와 거주)
〈A〉 "선물을 받는 사람은 대개 선물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보다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합니다. 예컨대, 30파운드를 주고 산 스웨터는 20파운드 정도로 생각하는 식이죠. 그 결과 10파운드라는 사중손실, 즉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런 탓에 '선물은 무익(無益)하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선물을 주는 목적에는 '정서적 가치(sentimental value)'라는 부분이 있죠. 상품권이 선물로 좋지 않은 이유는 많은 경우 사용 기간이 만료되거나, 이베이(eBay)에서 할인해 팔 수 있어 감상적 가치도 없을 뿐더러 사중손실을 만들기 때문이죠. 따라서, 최적의 선물 전략은 이런 겁니다. '사중손실은 최소화하고, 정서적 가치는 최대화하라'. 비싸지 않은 걸 사고 거기에 편지나 사진을 함께 줘보세요. 상품권을 줄 바엔 차라리 현금을 봉투에 넣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Q〉 "만약 많은 정치인이 부패했다면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이익을 많이 보고 있기 때문 아닌가요. 그렇다면, 더 많은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는 게 합리적 선택 아닐까요. 경쟁하면 부패도 줄어들지 않을까요."(판지카르, 인도 거주)
〈A〉 "옳은 생각이지만, 디테일이 조금 부족하네요. 미하일 드루고프(Drugov) 옥스퍼드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부패 시스템으로부터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만약 누군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정치적 지위를 얻으려면 먼저 그 지위를 얻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뇌물을 정치인 누군가에게 제공해야만 하죠. 그럼 결과적으로 남는 게 없겠죠.
물론 경쟁이 뇌물을 감소시킬 수도 있습니다. 로버트 클릿가드(Klitgaard) 전 클레어몬트대 대학원장이 말한 유명한 부패 등식이 있습니다. '부패(corruption)=독점(monopoly)+자유재량(discretion)-책임감(accountability)'입니다. (경쟁이 늘면 독점이 주니 부패도 줄어든다는 의미) 그렇다고 경쟁이 항상 부패를 감소시킬까요? 아닙니다. 뇌물 액수는 줄어도 (경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뇌물을 줘야 하는 대상은 늘어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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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등 제조업에 강해 경제위기 잘 견딜수 있는 구조” (조선, 런던=김홍수 특파원, 2009.04.25 03:28)
그가 보는 한국 경제, 세계 경제
 
―당신은 책에서 한국 경제의 성공을 매우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외환시장 불안 등 많은 약점을 노출했지요. 이런 약점을 보완할 방법은 무엇입니까?
"매우 좋은 질문인데, 뚜렷한 해답을 제시할 수 없어 유감입니다. 원칙적인 얘기를 하자면 규제가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명심하고, 시장 상황을 항상 면밀히 관찰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경제가 한 분야에만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 북해(北海) 석유와 금융 분야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지금 곤경에 처해 있지요. 원유(原油)는 고갈되고 있고, 금융 분야도 과거 수준으로 회복할지 의문입니다. 다행히 한국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산업 등 강점을 가진 제조업 분야가 많아 (경제위기에) 매우 내성(耐性)이 강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모두가 보호주의(protectionism)는 공멸의 길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 세계 각국은 앞다퉈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아주 나쁜 조짐입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보호주의로 이득을 보는 것은 소수의 이익단체나 로비스트뿐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보호주의를 비난하는 것이 더 쉽고 개방경제나 시장 자유 원칙을 실행하기 쉽지요. 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때에는 앞에서 말한 이념들이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주의에 대한 견제가 쉽지 않습니다."
 
―탄소세(稅)나 혼잡 통행료 같은 수단이 환경 보호를 위한 훌륭한 경제정책 모델이라고 칭찬했지만, 북극의 빙하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녹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안은 없습니까?
"북극 얼음이 아직도 녹고 있는 이유는 아직까지 이에 대처하는 적절한 정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녹색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영국에서도 녹색 세금 징수액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아마도 8년 내에 세수(稅收)가 사라질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녹색 성장을 대안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녹색성장 정책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지요. 이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는 것은 저에게는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당신은 책에서 제3세계 노동착취형 공장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마틴 울프(FT 수석칼럼니스트)의 견해에 동조했는데, 이런 시각은 경제학자가 사회정의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베트남의 가난한 근로자가 만든 티셔츠를 사면 나쁜 놈이 된다는 식의 주장은 좋아하지 않지요. 경제학자들은 현 상황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개선책을 찾아,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회정의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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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큰 정책이나 이론보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경제의 본질' 이해해야 할 때 (조선,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2009.04.25 03:29)
그에게 왜 귀 기울여야 하나
 
팀 하포드(Harford)는 그의 책 '경제학 콘서트'(1,2권)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남들이 무심코 지나가거나 오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도록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의 경제학적 분석은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의료보험이나 선거 같은 정부와 관련된 문제들의 분석에서도 빛을 발한다. 특히 자신이 직접 방문해 경험한, 카메룬 정부의 국민을 위하지 않고 정부만을 위한 정책들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성(異性)에 대한 남녀의 선호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가 자신과 저녁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신의 경제적 능력 때문이 아니라 진실한 사랑 때문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하포드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지금 세계가 처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 같은 큰 정책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주변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차분히 경제의 본질을 반추해 보는 것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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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8 10:13 2009/07/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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