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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 - 폭풍우를 기리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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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를 기리는 노래, 이 시는 네루다의 시집 [모든 것들을 기리는 노래]에 실린 것이라고 한다. 나경채 동지가 좋아하는 시라고 하여 나에게도 보여달라고 했다가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나경채 동지의 블로그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

 

원래 생각했던 것만큼의 감흥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있어보이는 시이다.

 

 

 

파블로 네루다 - 폭풍우를 기리는 노래

 

어젯밤

그녀는

왔다.

검푸르게,

별빛 감청,

포도주빛 붉은 빛으로

물의 머리카락

차가운 불의 눈을

가진

폭풍우-

어젯밤 그녀는

지상에서 자고 싶었다.

그녀의 맹렬한 행성에서

하늘에 있는 그녀의 동굴에서

갓 풀려나

느닷없이 왔다

그녀는 자고 싶었고

잠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정글과 고속도로들을 휩쓸고

산들을 휩쓸고,

바다의 돌들을 씻고,

그러고는

자기 침대를 만들려고

마치 그것들이 깃털인 양

소나무숲을 흽쓸었다.

그녀는 그녀의 화통에서

번개를 흔들어 떨어뜨렸고

커다른 통들인 양

우뢰를 떨어뜨렸다.

일순

침묵에 싸였다.

나뭇잎 하나

날으는 바이올린처럼

공중에서 활주했다-

그러고는

그게 땅에 닿기 전에

너는 그걸

손에 쥐었다, 엄청난 폭풍이여,

모든 바람이

호른을 불어대게 했고,

밤은 온통

그 말들을 달리게 했으며,

얼음은 모두 윙윙거리고,

거칠은 나무들은

죄수들처럼

비참하게 시달렸다.

땅은

신음하고, 여자는

출산하고,

한 줄기 강풍으로 너는

풀이나

별들의 소음을

잠재우며,

 

얼얼한 침묵을

손수건처럼

찢어발긴다-

세계는

소리와 맹위와 불로 가득 차고,

번개칠 때는

네 번쩍이는 이마에서

머리카락 떨어지는 듯하며

세상이 끝나는구나 하고

우리가 생각할 때쯤,

그때쯤,

비,

비,

오직

비,

땅 전체, 온

하늘이

잠든다,

밤은

떨어지고,

사람의 잠을

죽음처럼 깊게 하며,

오로지 비,

시간과 하늘의

불뿐

꺾인 가지,

빈 둥지 외에는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네 음악적인

손가락들로,

네 지독한 포효로

네 밤 화산의

불로,

너는 나뭇잎 하나 들어올리며

놀고,

강들에 힘을 주고

사람 되게

사람을

가르치고,

약한 사람 겁먹게 하고,

여린 사람 울게 하며,

창문들을

덜그럭거리게 한다--

그러나

네가 우리를 파괴하려고 할 때,

맹위가 단도처럼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불빛과

그림자가 모두 떨고

소나무들이 밤바다 끝에서

울부짖으며 스스로

삼켜질 때,

너, 자상한 폭풍우여,

내 약혼자여,

그렇게 거칠었으면서도 너는

우리한테 잘못을 하지 않았다.

그러하지 않고

너의 별과

비로 돌아갔다.

풋풋한 비,

꿈과 씨로

가득 찬 비,

추수의

어머니인

비,

세상을 씻는 비,

씻어 잘 말리고,

그걸 새롭게 하는,

우리들 사람과

씨앗을 위한 비,

죽은 사람을 잊게 하고

내일의 빵을

위한 비--

비만을

너는 남겼다.

물과 음악,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한다.

폭풍우여,

나를 생각해주고

다시 와서,

나를 깨워주며

마음 밝게 해다오.

너의 길을 보여주어

사람의 폭풍우 같은 목소리가

너와 어울려

너의 노래를 부르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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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2 01:21 2006/05/0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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