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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 중에서.

2006년 5월 부산에서 이주노동자가 DMF 중독 급성 간부전으로 사망한데 이어 2007년 4월 11일, 김해의 소규모 합성피혁공장에 다니던 36세 여성노동자가 DMF 중독에 의한 ‘전격성 간부전’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2006년 이주노동자 DMF 중독 사망사건을 계기로 노동부가 DMF 특별관리 감독에 나섰으나, 2007년 돌아가신 여성노동자가 일하던 공장은 제조업체로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았고, 노동부는 2006년 마찬가지로 직업병 환자 발생 후에야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에 경기도 화성의 LCD/DVD 작업환경과 노동자를 마치며부품업체에서 일하던 타이 여성 이주노동자 5명이 세척제로 사용하던 노말 헥산에 중독되어 다발성 신경염(일명 '앉은뱅이병')에 걸려서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노말 헥산으로 인한 다발성 신경염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일찍이 1930년대부터 유명한 직업병이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974년에 신발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집단 발병되어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고전적인 직업병인 것입니다. 그래서 공업용 세척제나 접착제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은 노말 헥산 중독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사업주는 중독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진 산업보건 상식인데 그게 지켜지지 않아서 노동자들이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무서운 병에 걸린 겁니다.

우연치 않게도 위 사례는 비정규직이나 이주노동자 이야기입니다. ‘직업병은 없어지지 않고 옮겨진다’는 게 현실입니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은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에게 전가되거나, 공장 밖으로 외주화되어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옮겨지게 되는 것이죠.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직업병이 옮겨지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외국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계화의 최선두에 있는 것이 유해산업 수출입니다. 1998년 미국이 필리핀에 투자한 총 금액 중 무려 41%가 유해산업이었습니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도 오래전부터 제3세계로 유해산업을 이전했기 때문에 자국 내 재해율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진레이온 역시 마찬가지인 경우입니다. 원래 일본에서 이황화탄소 중독이 문제가 돼서 폐기처분하던 기계를 60년대에 사들여 와서 원진레이온 공장을 만든 것입니다., 6백명이 넘는 노동자가 치명적인 직업병에 걸리는 비극이 있고난 다음에야 공장 문을 닫았는데, 1994년에 이 기계가 또다시 중국으로 팔려갔습니다. 중국에서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당했을 지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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