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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

24.

책을 한동안 못읽었다. 에잉. 어제처럼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한 날은 야구를 열심히 보며 까나리와 12간지를 찾으며 절망했다. 9회는 보지 않았다. 쳇.

읽어달라 줄서있는, 읽다가 잠시 덮어둔 책 -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2, 메즈 예게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빼앗긴 자들이다. 얼른 진도를 쭉죽 빼야지.

18.

노트북이 프로그램을 읽으며 버벅대고 있는 동안 데스크탑으로 잠시 딴짓.

또 다른 편집을 하고 있다. 두 번의 편집을 내가 했는데, 설마 양심이 있다면 나에게 또 맡기겠나 싶었다. 편집 안하려고 버텨보려고 했다. 그런데 좀 다를거라 생각했던 그도 '차마 얘기할 수가 없는데'라며 내게 일을 넘겼고 두 사람 정도는 '하고 싶으나 능력이 없어서 못한다'고 말했다. 가만히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사람에 따라 편집하는 일이 시간이 더 짧게, 더 길게 걸릴수는 있으나 편집은 시간이다. 한글 편집은 시간과 손목, 어깨, 목 같은 것을 맡기는 일이다. 결국 끝까지 못버텼다. 버텨볼걸 ... 하는 후회가 크다.

나는, 지금 그 편집을 하며 인터넷을 뒤지며 차례 만들기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배우고 있다. 아... 내 맘 같지 않다. 그래서 속상하다. 지금도 맡아서 편집을 하는 지금도 순간 순간 화가 난다.

17.

주말 수련회의 피곤이 오늘 아침까지 이어져 늦잠잤다. 수련회에서 열심히 술을 먹다가 픽 하고 쓰러졌단다. 나는 눈 떠보니 자고 있었으므로 픽하고 쓰러져서 잤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말이다. 이 얘기를 듣고 다행이라고도 생각했고, 형이나 언니처럼 '나 이상한 얘기 안했어?' 라고 편하게 묻고 솔직하게 대답해줄 이를 급하게 찾을수가 없어 내내 불안했다.

나를 믿지 못하겠다. 내 안의 폭력, 가시, 모자람 이런 것들이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사이 튀어나올까봐 겁이 난다. 전에는 둘째언니에게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나도 언니처럼, 술 취해 기억 안나는 상황에서도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라고. 내 안의 무엇이 튀어나올지 몰라 부끄럽다. 겁난다. 술을 덜 먹는 것도 방법이고 더 나아가서는 나를 더 살펴봐주어야 겠지. 매만져주고, 왜 그런지 살펴봐주고. 예전에 좀 더 기운이 넘칠때는 버텼었다. 이런 두려운 상황이 오지않도록 하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버텼었다. 그리고서는 헤어져 택시문을 탁 하고 닫는 순간 혼절했었다. 택시문 닫은 뒤로는 집에 어떻게 오는지 전혀 모르는 뭐 그런거. 이게 가능할 때는 이렇게 하면 됐었는데, 일이 많아지고 체력은 더 훌륭해지지 않으니 그 다음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나를 돌보아주는것, 채워주는 것, 내 안을 향해 오롯이 '나'를 보아주는 것.

이런 두려움과 겁남, 실망이 자꾸 반복되어 나를 미워하게 될까, 자포자기하며 합리화하게 될까 걱정된다.

14.

몰아쳐라 편집을 끝냈다. 고쳐도 안고쳐도 어쩌면 필자도 모를, 독자도 모를 교정교열윤문(난 이말을 아직도 잘 구분을 못하겠다)을 하고 어떤 글은 도입부를 읽다가 이정도면 뒤도 완벽하겠군, 이라 합리화하며 적당히 넘어갔다. 역시 일이 몰린다. 그가 보고 고쳤다고는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욕심을 내는 거다. 어찌 욕심을 안낼 수 있을까. 욕심을 안내면 그게 정말 이상해지는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다만. 이것만 끝내면 룰루랄라인 현실이 아니니 욕심과 현실사이의 어디쯤에서 때에 따라 자리를 잡는 거겠지. 오늘 출근 길에 빵집에 들른건 잘한 일이다. 덕분에 꼼짝않고 6시간을 앉아있을 수 있었다. 또 그 덕에 손가락과 목과 손목이 후들거린다.

편집 후. 소소한 사소한 그러나 놓치면 안되는 일들을 처리했다. 재정관리하고 이 돈은 어떻게 받나, 저 돈은 언제쯤 보낼 수 있으려나 걱정하고 짤랑거리는 우리의 잔고를 대안도 없이 걱정한다. 내일 수련회 비용은 어떻게, 어디까지 처리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수련회 시작 전에 이 얘기를 잊지말고 해야할텐데 이런 다짐도 하고.

꼼꼼하게 정리하면 되는 일이 빵꾸나는게 싫다. 더 정확하게는 그래서 미안해야하는게 싫고 그 빵꾸를 내가 낸 것이 아니어도 어쨌든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나이니 꼼꼼하게 정리못하는 그가 싫다. 그를 옆에 앉혀두고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나. 가르쳐주는것은 문제가 아니다. 지금껏 옆에 앉히지는 않았으나 꾸준히 말해왔으니. 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성격도 더러워서 친절한척하려고 하나 금새 화와 짜증이 밖으로 터져나오는 나에게서 건너가는 내용들이 그에게 곱게 잘 들어앉을리 없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가 잘 접수하리라는 신뢰가 없다. 그래도 나는, 예전보다 괜찮았다. 그에게 말도 못하면서 속이 터져가며 죽도록 보다 조금 모자라게 미워했으나 기대를 접으려고 노력하다보니 많이 괜찮아졌다. 이게 낫다 싶다. 그가 원치도 않는 기대를 하면서 그도 괴롭히고 나도 괴롭히는 것보다는.

13.

보고서는 진도가 안나가고 시간은 무지 빨리 간다. 5시간을 동상처럼 앉아있었는데 3시간반쯤 되어서는 진짜 울고싶더라. 애쓰지 않는 것은 아니나 실력이 부족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설계하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이 미웠다. 마음만 급하니 여기서 집적, 이 내용을 저기서 집적거리고 있는 모양이라니...

그리고 사과했다, 언니에게. 전날 돌아오면서 미안해지기 시작해서 보고서를 쓰는 오전 내내 내가 싫었다. 왜 이럴까 나는... 그냥 잘 설명하면 되는 건데, 나를 챙겨주려 했던, 배려하려 했던 언니를 무안하게 했다. 아.. 나쁜 년이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는 나도 싫어, 좀 더 성찰하면 안되는 거야?)

11.

둘 중 하나다. 나랑 포도주가 궁합이 안 맞거나 체력이 떨어졌거나. 아니다 세가지 중 하나다. 마지막 하나는 명색이 포도주인데 너무 많이 먹었다는 것. 셋 중 어느 걸까? 어제 먹은 술이 지금 이시간까지도 안깨는 느낌이다. 오늘 스트레칭 하면서 후들후들 떨었다. 근데 어제 먹은 강진 막회와 고등어조림, 미역국 등등... 다시 먹고 싶네, 쩝.

7.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일은 월세내는 날이다. 예약이체 걸어놔야 겠다.

6.

청주에서 올라오는 길, 치킨과 맥주의 강렬한 유혹을 받아들일까 말까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에게 비켜줘야하는 맨 끝자리에 앉아서 얼떨결에 내렸다 얼떨결에 집에 왔다. 참 잘한 일이다. 후다닥 포토샵을 끄적거리고 원고를 고치고 세번째 숙제를 붙들고 앉아있다.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머리 굴리기가 싫다. 고민을 해야하는데 고민이 안되고 있다. 세번째 숙제의 9쪽을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15쪽을 더 가야하는데 9쪽이 너무 막강하다.

오늘 청주는... 좋았다. 소박하건 빵빵하건 상관없이 걱정을 많이 한 세번째 일정이었는데, 좋았다. 다행이다,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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