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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3/03/26
    2013.03
    흑무
  2. 2013/03/25
    나의 올해 운세
    흑무
  3. 2013/03/24
    다시 100권!
    흑무

2013.03

26.

- 요즘은 어려운 일이 별로 없다. 물론 어려운 일들이 있지. 하지만 숨을 헉헉 댈만큼은 아니다. 괜찮다. 잘 지내고있다. 정말로. 하지만 한 번 쉬어갈때다.

 

25.

- 올해 들어 처음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이대로 놔두면 다시 피아노 학원으로 돌아가긴 어렵겠다 싶었다. 어쨌든 오늘 레슨을 받았다. 레슨을 앞두고 지난 주와 이번주 연습을 하며 느낀 것은 "전진은 더뎌도 퇴보는 빠르다"는 것이다. 정지는 정지가 아니고, 그나마 정지상태로 있으려면 조금이라도 걸어야 한다는 것. 캬~ 좋고만.

- 피아노 레슨을 받으면서도 '내'가 그대로 드러난다. 선생님이 말했다. "좀 과감하게, 틀릴까봐 너무 너무 조심조심 하면서 치지마세요. 너무 잘치는 척 하면서 다틀리고 치는 것도 웃기지만, 틀릴까봐 너무너무 조심하면서 치는 것도 듣기 힘들어요." 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간단히 하면 겸손(좋게말해 겸손이지 소심이다)과 나대기의 중간 정도에서 만나자는 것. 풋. 그래서 내가 집에서 칠 때 제일 잘치는 듯이 느껴지나 보다. 레슨받으며 칠 때는 틀릴까봐, 잘치지도 못하면서 너무 건방떠는 것 처럼 보일까봐 오히려 더 소심하게 치는 경향이 있다.

역시 피아노에서도 내가 보인다.그래서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픽, 웃음이 나왔다.

 

 

24.

- 결혼식장으로. 어제를 비롯하여 그간 마신 술덕에 얼굴이 벌겋다.  요즘 내 얼굴이 그렇다. 얼마전에 미용실에 머리카락 자르러 갔는데 미용사분이 내게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요? 추워요?" 라고 묻는다. 그래서 솔직히 말함. "아니요, 머리 지압을 받았더니 어제 먹은 술이 돌아서 그래요." "....."

- 암튼, 결혼식장에서 신부와 사진을 찍었는데, 웃으니 얼굴이 찢어질듯 벌개진다. 얼굴에 열이오르니 무슨 로션을 발라도 열굴의 열이 다 잡아드시고, 웃기라도 하면 찢어질 기세로 덤비는 것이지.

- 집에와서 '얼굴에 열 내리는 음식', '간열을 내리는 음식'을 찾아보았다. 다시 말해 술을 덜, 먹을 생각은 아직 없는 것이지.

- 요즘 알콜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 같아 약간 걱정스럽다. 어제도 그제도 많이 마셨는데, 저녁쯤 되면 또 술이 먹고 싶은 것이지. 혼자서 필름이 끊기도록 먹는 일도 잦다. 힘든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먹는다.

- 순희네 빈대떡은 다시 먹으러 가는 걸로. 다만 언제가야 사람을 없을까. 사람이 없는 때도 있을까....

- 내일은 월요일. 다시 고고.

 

23

- 10시쯤 일어나(전날 11시전에 잠든 덕임;;) 형은 스켈링을 갔다. 신규 오픈 행사로 1만원 행사를 했는데 다녀오더니 끝나서 5만원 주고 했단다. 그래서, 내가, 일찍, 가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잔소리 작렬.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벼르던 뒷산/남산 등반에 나서다.

- 초반 오르막에는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어쨌든 남산까지 한 바퀴 돌아 남산 한옥마을로. 좋던걸. 내국인임에도 충분히 즐거웠음. 외국인은 눈이 나올지도 몰라.

- 이제 광장시장으로 걸어가기. 순희네 빈대떡을 노렸으나 어마어마한 인파에 박가네 빈대떡으로. 여기도 피의 전투 끝에 자리 차지.

- 둘째 언니와 함께 놀기. 즐거움. 다만 또 후루룩 취해버렸음.

 

 

7.

- 펜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손목이 너덜거려서 바꾸었다. 그런데 어떤 기미도 보여주지 않고 갑자기 작동이 잘 안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다 서랍에 넣어둔 볼 마우스로 바꾸었다. 너까지 왜이러니.

- 풍년이다. 내가 정말 설명을 잘 못한건가. 아니 설명을 잘 못한 것이 맞다면 그건 내 고민이 부족했음을 뜻하는 것일터. 그래서 더 괴롭다. 물론 안다. 설명을 잘 했다고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을. 오늘과 같은 모양새일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몇 번을 클릭해도 글을 제대로 못 읽겠다.

- 다들 자기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생각한다. 대화는 뭐하러 하는 걸까. 솔직하게 얘기하지도 않을 거면서, 이해하지도 않을 거면서 뭐하러 하나, 그따위 대화들. 토론들.

- 1-2월이 정말 힘들었다. 신용카드로 쌓아놓은 마일리지를 보니 가까운 곳을 갈 수 있더라. 해서 그와 제주도를 갈까 하다 시간 맞추기 힘들어 내 맘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4월 초에 오사카 여행을 잡았다. 좋아하는 친구와. 만만치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녀와 어제 헤어진 후 그녀는 문자로 '3월은 오사카 힘으로 버티겠다' 했었다. 나도 '그래 그러자' 했었다. 아 근데. 세다. 이번주나 다음주초로 여행을 잡을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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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해 운세

지마켓인가 옥션인가 뭘 사러 들어갔다가

 

생년월일 누르면 나오는 나의 올해 운세를 보았다.

 

 

나의 올해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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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무한도전, 지름신 조심

 

 

한줄운세 : 너 때문에? 일 때문에? 탓만하고 있기에 인생은 그리 길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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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놔,  무료 운세 서비스가 나를 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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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00권!

29. 헬렌 니어링의 책을 읽고 있다.

 

28.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돌베개)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무려 1975년에 출판된 책이고 작가는 87년에 자살했다.

"... 모든 반란은 어떤 식으로든 특권을 가진, 그러니까 신체 상태나 정신 상태가 다른 일반 포로들보다 훨씬 나은 포로들에 의해 계획되고 지휘되었다. 이건 놀랄 일이 아니다. 고통을 덜 받는 사람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건 처음에는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수용소 밖에서도 룸펜프롤레타리아가 투쟁을 선도하는 일은 드물다. '거지들'은 저항하지 않는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이 책을 내고나서 받았던 수많은 편지에 답을 하다가 공통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적어놓은 부록이 있다. 위의 글은 "집단적은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는가?"에 대한 작가의 대답 중 일부였다. 대단치도 않은 얘기이지만 이 문장을 읽는데 눈이 번뜩 뜨였다. 자본과 정부가 말하는 "먹고 살만한 것들이 데모하고 자빠졌다"는 이데올로기에서 나도 자유롭지 않았음이다. 

덧붙여 이 책은 베프에게서 빌린 책이다. 책을 빌려줄 수 있는 베프로 계속 지내자는 그녀의 편지 속 쪽지에 행복했다.

(2013.02.13)

 

27.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김형경)

정신분석을 비롯해 '나'에 대해 고민하며 00형에게서 아주 오래전에 추천받았던 책.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계속 노리고 있었는데 오페라의 유령을 빌리러 갔더니 떡 하니 책이 서고에 있어서 냉큼 집어왔다.

책은 기대했던 것 보다 좋았다. '아, 나도 정신분석 받고 싶어!'로 마음이 쏠리는 문제가 있기는 하나 그럼에도 나를 돌아보고 짚어볼 수 있었던 책. 책을 읽으며  '나'에 대해서 만이 아니라 엄마의 삶을 조금 짚어보기도 했다.

(2012.12월)

 

26. 오페라의 유령(..뭐더라...)

엄마에게 오페라의 유령 티켓이 생겼고 내게 함께 가자고 했다. 처음에는 형과 가라시더니 내가 아니라고, 엄마랑 같이 보자고 우겼더니 "아이.. 그래도 될까. 00서방을 빼놓고 가서 삐지는거 아닐까..." 라며 부끄럽게 그러자하여 엄마랑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가기로 했다.

언제 다시볼지 모르는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이니 내용은 알고 가야 겠다 싶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 OST 예습도 하고 영화도 다운받아 보고. 이런. 영화나 대강 알고 있던 것에 비해 유령 이노무자식이 아주 나쁜 놈인것이다. 어허. 책으로 보니 영화에서 잘 이해되지 않았던 여주인공 크리스틴이 유령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의 실체가 보인다.

무려 13만원짜리 티켓이었는데, 가보니 2층 하고도 앞에서 6번째 줄이다. 프로그램 교환권이 있어 프로그램으로 배우를 포함해 이것 저것 살펴봤는데, 프로그램으로 배우의 얼굴을 가장 잘 볼 수 있었다. 2층 하고도 6열이니 프로그램상의 그 배우가 나왔는지 알 수 없음.

하지만! 공연은 좋았다는 거. 훌륭한 노래, 아름다운 곡. 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것, 객석은 꽉 찼지만 이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는 것. 그것이 슬프다는 것. 우리 집회에서도 이런 공연을 나누어보고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자신을 건드리는 그 어떤 지점의 슬픔을 동지들과 일상에서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2012.12월)

 

25. 욕망해도 괜찮아(김두식, 창비)

10월 말, 부산 방문을 앞두고 기차안에서 읽으려고 진작 빌렸었지만 아껴뒀던 책이다. 역시 후루룩 읽히지만 이곳 저곳 책을 덮고 나를 돌아볼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전 그간 그가 낸 책 중에 가장 좋다.

요즘, 그리고 올 해의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좀 더 집중해보고자 했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덮어놓고 시간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올초에 새해 계획을 세우며 들었썼다.  그리하야 새해 계획으로 세웠던 것들 중 하나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딱 좋은 책이었달까.

(2012.10.30)

... 절반정도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는 방 한 구석에 버려져있다. 어흥. 얼른 읽어야 하는데...ㅠ 

 

24.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알랭 드 보통, 생각의나무)

2002년에 나왔던 [드 보통의 삶의 철학산책] 새로 편집하여 낸 책이다. 보통의 해석과 이야기, 그리고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의 철학을 '인기없음', '충분한 돈을 갖지 못한 데 대한', '좌절', '부적절한 존재', '상심한 마음', '곤경'에 대한 위안으로 나누어 담은 책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철학을 [드 보통] 식으로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서 보여준다. 한 챕터 한 챕터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치며 읽었지만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철학'인지라 돌아보면 기억나는 것은 없다는 슬픈 결론.

마지막이 니체였던 지라 니체의 말 중에 기억나는 하나, 고통과 좌절을 위안하려고 애쓰지 말것. 그것은 더 큰 불만을 키우는 것이나 어설픈 치유와 위안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집에 가서 가져온 책인데, 이 우연한 만남은 큰 기쁨이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다 잠시 쉬고 이책으로 건너왔는데, 다시 "정의"에게로 돌아가야지 싶다.

(2012.10.22)

 

23.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구본준, 김미영)

한겨레 기자인 두 필자가 책과 책벌레(책쟁이?)들에 대해 기자스럽게(?) 쓴 책이다. 미안하게도 중반이후로는 풀쩍 풀쩍 뛰며 읽었다. 제목이 '서른살 직장인'인 이유가 있다.

2장에 있는 인터뷰를 보니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책을 읽는 각자의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맞는 책을 골라 읽고 있었다.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왜 읽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지적했던 '뒤쳐지는 듯한 강박'에 읽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해보았다. '살인자의 건강법'에 나왔던 주인공의 말이 가장 먼저 생각났고 그 무게가 가장 큰듯 싶다. 왜 읽는가에 대한 답은 아니지만 어떤 태도로 읽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음식이 나의 구성구성을 조금씩 변화시키듯,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떠게 변화할 것인가, 이 책에서 무얼 가지고 나갈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다음 책을 무엇을 어떻게, 무엇으로 골라야 할까 싶다.

(2012.08.26) 

 

22. 김탁환의 독서열전 (김탁환)

교양인의 책읽기,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으며 '아~  이렇게 지도를 그리며 읽어나가는 방법도 있구나' 하고 무릎을 쳤고 그가 읽었던 책들에 대한 감상들을 읽으며 '오~' 부러웠었다. 다시 한 번 그런 책이다.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 정도로 알고 있던 김탁환의 책이다. 앞서 얘기한 책과 글이 주는 느낌도 책을 소개하는 방식도 다르다. 물론 앞선 책은 '책을 이렇게 읽어보자'는 목적이 있었다.

김탁환이 읽었던 책들이 그에게 준 감동이나 깨달음, 그가 느꼈던 질투와 벽을 차분하고도 격정적인 목소리로 들려줬던 책이다. 자세하지는 않지만 하나하나에 그의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더 깊은 이야기를 해주는 듯 했던 책.

한 번에 후루룩 읽어버리는 것 보다는 가끔씩 다시 열어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벼룩시장에 내놓아진 책을 잠시 빌려왔었다. 아무래도 구입해야겠다, 벼룩시장에서.

(2012.08.27)

 

21. 브라보!게이라이프(정욜)

옆 책상 언니에게 빌려 읽은 책. 아는 척하며 지냈고 말하지 않아 드러나지 않았던 내 벽을 확인시켜준 책이다.

어머니가 쓴 편지,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를 읽으며 그는 참 용기있는, 질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을 그는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설득이 어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가족들에게.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큰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2012.08)

 

20. 면장선거 (오쿠다 히데오)

일전에 읽은 적 있는 소설 '공중그네'처럼 신경정신과 이라부 선생이 나오는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이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4개의 이야기중 3개, 그러니까 언론사 회장, 연예인, IT업계의 총아는 실제 모델이 있는 주인공이란다. 그걸 알고, 또 주인공들을 알고 있는 이들이 봤으면 또 달랐겠다 싶다.

이 소설은 재미있다. 무척. 성석제 소설을 읽으며 키득거리듯 그렇게 키득거리게 된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 별로 안웃지만. 그런데 뭔 얘기를 하고 싶은거지, 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사는 것일까? 아니면 '면장선거'의 경우에는 눈 앞의 사실들보다 그간의 역사나 배경을 살핀라는 것일까?

옮긴이의 말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 오르한 파묵은 그의 작품에서 "어쩌면 몰락이란 다른 사람들의 우월성을 보고, 그들을 닮으려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고 말했따. 그렇다면 이 작품은 우월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실체가 우리와 별반 다를 것없음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몰락으로부터 구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올해의 목표 혹은 화두중에 하는 '나를 아는 것'이었다.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인간이 되고픈지를 알아가는 것.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몰락에서 나를 구해가는 중인가보다.

(2012.08.08)

 

19. 위건부두로 가는 길(조지오웰)

1부에서 다룬 광산 노동자들에 대한 보고는 처음 알게된 그 노동의 실체에 경악하며 후루룩 읽었는데, 2부는 좀 더디었다. '사회주의를 사람들로 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은 가톨릭이 그러하듯 사회주의자들때문이다' 라는 이야기가 2부의 내용이었다. 왜 사람들로 부터 사회주의는 지지받지 못하는가, 에 대한. '우리는 그래, 넌 이해못하겠지만' 식의 태도, '이게 더 진보적이고 훌륭한 것이야'라는 규정과 구분짓기, 사회주의자라는 우월감 같은 것.

조지오웰은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느끼며 책을 읽었는데, 읽는 중간 중간 한 장을 넘기기 힘들었던 것은 명쾌하지만, 내가 궁금해하거나 고민했던 내용이 아니여서 였던 듯 하다. 한켠 부끄럽기도 하다. 내 지향이 무엇이고 그 지향을 어떻게 사람들과 나눌 것이냐는 고민이 별로 없었다는 고백이니.

(2012.08.03)

 

18. 양들의 침묵

영화로 보아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유명한 영화 그리고 소설. 책을 집어든 것은 그 이름도 유명한 '렉터'가 어떻게 버팔로 빌의 실체를 알았느냐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렉터가 점쟁이인줄 알았다. 버팔로 빌의 특징을 잡아내고 수사 방향을 장난과 거래를 통해 던져주는 그를 보며 심리학자는 보지않고도 사람의 마음을 콕콕 집어내는 '점쟁이다!' 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대학에 들어갈때 심리학을 전공으로 해야지 싶었다. 이런 비슷한 몇 편의 영화를 보며 '범죄심리학자'가 되어 점쟁이가 미래를 맞추듯 당신의 과거와 현재를 꿰뚫어주지라, 뭐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암튼 책의 거의 마지막까지 와서도 '렉터는 어찌 버팔로 빌을 아는가'에 대해 풀리지 않던 의문이 마지막에 드디어 풀렸다. 그가 아는 사람이었다는;;; 감옥에 갇히기 전 한 차례 상담을 했던 이였다. 그래서 그는 버팔로 빌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 에라이. 여기에 보태어 그는 아마도 뛰어난 심리학자(정신분석이었나)였기에 한 차례의 상담을 통해 그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으로 '렉터'에 대한 첫 번째 의문은 풀렸는데, 그에 대한 또 다른 의문 한 가지는 '그는 왜 지금의 그가 되었는가' 이다.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그는 왜 지금의 그가 되었을까. 그리고 또 하나. 제목이 양들의 침묵인데 수사관 스탈링의 어린 시절 기억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지만 그 상처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그것이 어떤 지점에서 그녀에게 큰 상처였을까. 지금은 왜 양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구해주고 싶었던 말을 구해주지 못한 좌절감이 컸던 것일까?

(2012.07.03)

 

17. 희생양과 죄의식(강준만 등)

'대한민국 반공의 역사' 라는 부재가 붙은 책이다. 2004년에 나온 책, 그리고 형의 책으로 2007년부터 나와 함께 거주해온 책인데 이제서야 열어보았다. 생각보다 충격적이었고 생각보다 난 반공의 정체와 역사를 몰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권력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어찌나 사람알기를 우습게 아는지, 개인의 삶을 폭력적으로 좌지우지하는지, 이 죄값을 치르게 해야할텐데... 아무래도 더 오랜시간이 지나야, 6.25와 반공을 겪은 세대가 더 옅어져야 뭔 얘기가 되지 않을까, 라는 우울한 느낌이 들더라.

(2012.06 어느날)

 

16. 암베드카르(디완 찬드 아히르)

선물을 위해 구매한 책이다. 간디와 네루, 이 두 사람 외에도 인도에 아는 사람이 생겼다. 암베드카르다. 불가촉천민이며 인도헌법의 아버지, 불가촉천민의 해방자가 불리는 암베드카르 박사다. 그의 이름조차 본디 그의 것이 아니었을 정도, 그것이 그의 시작점이었다. 암베드카르 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나, 이 책은 그야말로 두꺼운 소개서 정도이다. 그가 해왔던 많은 일들을 가로로, 세로로 다시 정리해보여주는 것은 나름 신선한 구성이었으나 글쓴이의 암베드카르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넘치다보니 그것이 두터운 벽으로 나와 암베드카르를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만남이었음은 분명하다.

(2012.05 어느날)

 

* 그러고보니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피아노, 시험, 일에 책이 밀리고 있다. 가장 크게는 시험에 밀리고 있고. 그 사이 읽은책? 고등학교 공업입문! 하지만 마음의 조급함에서 밀렸을 뿐 읽을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니 반성 조금.

 

15. 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에 인용되었던 책인데,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챙겨본 책이다.

책은 음식과 같다. 무얼 먹느냐가 나를 변화시키듯, 어떤 책을 읽는 것은 음식을 먹는 것처럼 나를 구성하고 있는 무언가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책을 읽지만 읽지 않는다. '인간 개구리'처럼 물 한방울 튀기지 않고 책의 강을 헤엄쳐나온다. 그러니, 사람들은 책을 읽지만 읽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인간 개구리'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좀 더 진지하게, 음식먹듯 책을 고르고 읽어야 겠다.

(2012.04.07)

 

14. 프로이트의 의자 (정도언)

전기 -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의대 교수로 이름만 아는 정도. 글은 몇 번 봤는데, 그닥 큰 감동은 없었던 터라 이 책을 빌려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대출받아왔다. 지금 읽는 중. 칼럼보다는 훨씬 낫다.

후기 - 신문글보다 역시 낫다. 따뜻하기도 했고 위로받기도 했고, 지적 즐거움이 느껴지기도 했던 책.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몇몇 아는 이들에게 권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게 온 이야기는.... 나의 눈치보기는 사랑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며, 그것은 유년기로 부터 비롯되었다는 것, 하지만 더 이상 몸을 과거의 기억과 상처로 향해있지 말자는 것, 오늘은 살자는 것,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진짜 나'로 중심을 잡고 서자는 것.

근데 책 두권 읽는데 4주는 걸린듯하다. 허허 참. 연체다. 얼른 반납해야지.

...수줍음은 이상한 자기애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보이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다른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믿음이다<앙드레 두뷰스>...

현대인의 현재는 분영되고 조각조각나 있다. 일터에서는 휴가를, 휴가지에서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채운다. '현실감'이 점점 상실되고 있다. 현재를 사는 것은 일단 현재를 인식하는 것이다.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사람은 별로없다...

...비판받은 내용을 한가한 시간에 생각해보자. 누가, 어떻게, 어떤 단어를 썼는지는 잊어버려라...

...평소 '진짜 나'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남이 나를 우습게 보더라도, 묵묵히 내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면서 내가 갈 길을 한 걸음 한걸음 묵묵히 걸어간다.

'진짜 나'를 찾더라도 그것을 잘 지키고 살려면 솔직해야 한다. 솔직함이 '진짜 나'의 에너지 원이다...

... 내가 나를 안다고 하지만 사실은 잘 모른다. 내 마음의 움직임도 모르는데, 남을 알기는 더욱 힘든 일이다...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은 남이 원하는 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나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거나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2012.04.05)

 

13. 자존감 (이무석)

퍼펙트 타이밍!

요즘 몹시 불안정했었다. 스스로를 탓하고 부족함을 미워하고... 내게 자기 비하와 열등감이 있었는데, 몰려오는 일과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조건이 만들어지나 자기비하와 열등감이 만개했던 것 같다. 

국제정신분석가 이무석교수의 책을 소장동지에게 추천받았는데, 그 책은 대출중이라 못 빌리고 '자존감'을 빌려왔다. 크게 기대 안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는 생각이다.

자존감은 자기가치감과 자신감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나는 가치있는 사람이야, 호감을 주는 사람이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야'라는 자기 가치감과 '나는 유능한 사람이다, 내게 맡겨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 특성 타인의 시선을 유별나게 많이 의식한다는 것. 남의 거울에 비친 나를 나로 착가하지 말자. 세상에는 다양한 거울들이 있다. 깨진 거울도 있고, 찌그러진 거울도 있다. 더러워진 거울도 있다. 이런 거울들은 내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 당신을 비추어 주고 있는 거울이 온전한지 아닌지를 평가해보기 바란다. 나를 평가하는 전권을 남에게 위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나 아깝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때까지 나는 행복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지구상에 단 한사람이라도 자기를 싫어하면 안된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 공포증이 잘 온다. 착하고 완벽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버림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너무 높다. 그래서 열등감이 심한 이들이 많다. 그들의 무의식 속에 '겁 먹고 있는 아이'가 있다. 완벽주의의 허상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자존감을 유지할 수 없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비난만 하지 말고 수고를 인정해주자..

...낮은 자존감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유년기의 부모와 자신의 관계를 돌아봐야 한다. 부모의 양육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의 성격 내부에 남아있는 부모의 흔적을 이해하고 부정적 영향을 교정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자존감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자기에 대한 신뢰에서 온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해 본 경험에서 온다...

... 용서도 이를 악물고 하는 것이다. 용서하려면 스스로 당당해져야 한다.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용서해야 하는데 자존감이 낮으면 용서하기가 어렵다....

....'부모라는 인적환겨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를 선택한 것은 당신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 물론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열등감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모의 사과를 받아 봐도 잠시 위안은 되지만 자존감은 회복되지 않는다. 열등감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을 용서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2012.03.24)

 

 

12. 연인을 위한 외국어 사전

매우 재미있다고 추천한 후배에게 빌려읽은 책. 22살쯤의 중국인 여성이  신발공장으로 벼락부자가 된 부모의 '성공해야한다'는 강요로 영국에 혼자 건너와 영어를 공부하며 영국인 남성과 사랑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그녀도 그녀의 영어실력도 성장해간다. 사랑한다는 것이 꼭 함께 있어야 더 좋은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 22살의 그녀와 40대의 그. 지난온 삶도 다르고 지나야할 삶도 다를 것이고, 그러기에 앞으로의 삶도 너무 다른 그와 그녀는 각자 스스로를 더 스스로일 수 있게 하는 공간에서 살아가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20대의 1년은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시간. 외롭지만, 싸우고 요구하며 성장해간 그녀의 1년에 박수와 부러움을 보낸다.

지금은 '빼앗긴 자들'과 '자존감'을 읽는 중. 빼앗긴 자들은 왜 이리 진도가 더딜까?

(2012.03.18)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중종까지 읽고 그만.

**요즘은 '연인을 위한 외국어 사전'과 '빼앗긴 자들'이라는 다른 장르 소설 2권을 읽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많다. 부지런히 보아야 겠다. (2012.03.11)

 

11.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고미숙)

전기 뜬금없지만 책이 참 이쁘다.  호모 부커스를 끝내고 이 책을 안 잡고 주변을 빙빙 돌았다. 이 책을 왜 읽으려는 거지? 라는 궁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읽고 싶은, 어서 어서 진도를 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왜!!"가 없기에 한 쪽 틈으로 문장들이 새어나가는 것 같았다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본다. 그러다 [다시 100권!!]의 첫 책이 떠올랐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으면서 그가 이렇게 돌아다니며 이런 걸 느끼는 그 시절, 한국은 어땠을까 싶었는데 찾아보니 정조시절이더라. 열하일기가 1780년, 괴테의 이탈리아기행이 1786~1788년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괴테의 책도 다시 읽고 싶어진다. 또 하나는 고미숙씨의 글쓰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 책에 느끼는 궁금/호기심" 뭐 이런거. 암튼 읽기 시작! 

후기 고미숙씨의 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는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느낀 것은 특유의 쏟아내는 말하기에 내가 약간,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열하일기> 속 10개의 명문을 정리하여 원본과 해설을 함께 보여주는 책이다. 친절하게도 책 말미에 더 읽을 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다른 이의 목소리로 박지원과 열하일기를 더 만나봐야 겠다.

- 나의 아버지 박지원,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비슷한 것은 가짜다, 산해관 잠긴 문을 한손으로 밀치도다, 조선의 협객 백동수, 북학의, 열하일기

(2012.02.17)

 

**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있다.

세조가 죽고 세조2세라 불린 예종이 임금이 되었지만 얼마 안되어 죽고 성종이 이름이 된다. 성종 이후 연산군(이건 도서관에서 못 빌렸다, 아쉽)은 건너뛰고, 연산군 이후 중종이 임금이 된 후 이제 인종 시대를 읽을 차례다. 인상에 남는 것은 중종. 자기 자리를 읽을까 그 오랜 재위기간 내내 전전긍긍했다. 자신의 권력을 지켜줄 세력과 손을 잡았다가 너무 커지면 잔인하게 내쳐버리고 다른 세력을 키워주고 그러다 다시 버리기를 반복한. 오랜 재위기간 동안 교과서에 적힐 일을 별로 안 했다. 두려움에 짓눌린 왕 아닌 왕.

2011.12.19

 

10. 호모 부커스(이권우, 그린비)

고미숙씨 책을 읽다 이 책을 읽으나 말이 참 느리더라. 그래서 싫었다, 뭐 이런 건 아니고 다다다다다다~ 하고 말하나는 수다쟁이 고미숙씨 책은 읽으며 숨 차는 게 좀 있는데,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좀 당황했다는 거다. 너무 중언부언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책의 중간 쯤인가에 나오는 "천천히 읽을 것"이라는 주문을 보니 그의 말이 느긋느긋 찬찬히 찬찬히 내밷어지는 것도 당연하겠다 싶다. 인상적이었던 건 글쓴이가 알고 있는 국어의 양이 많다는 것. 그러니까 "고갱이"를 비롯해 처음 접하는 단어들이 많았다. 스마트 폰이 없어 그 때 그 때 뜻을 알아놓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

이 책을 읽었던 것은 아래 책과 세트로 책을 열심히 읽고 싶은데, 막 읽으면 되는건지, 제대로 읽고 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책 읽기"에 대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런 것도 읽어야 하나, 뭐 이런 마음. 읽고 보니 그렇지 않다.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결론. 조언들 중 얼마나 마음에 새기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잊고 싶지 않은 몇몇 구절을 남긴다.

... 한 개인은 난쟁이다. 살아있는 동안  홀로 공부해 이룰 수 있는 성취가 얼마나 높겠는가. 그러니까 거인의 무동을 타야한다. 앞 세대가 이룬 빛나는 학문적 성취를 배우고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보이는 새로운 지평이 있는 법이다. 온고이지신, 옛 것을 익혀야 새 것을 배울 수 있다. 법고창신, 옛것에 충실하되 새것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한다. 세월의 담금질을 이겨내고 여전히 빛나는 정신의 결정체로 남아있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인류의 역사라는 게 사건자체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나, 구조 자체가 반복되는 경향이 짙다. 살다 보면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일이 오래전 일어났던 일과 너무 유사하다는 걔달음을 얻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고전을 오래된 지혜다.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를 토하도록 고민하고 이를 대중과 함께 하기 위해 펴낸 책이 바로 고전이다 (중략) 고전은 한 시대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적 화두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다. 그러기에 고전은 뜨겁다....

...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교양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폭탄공격을 당하는 쪽의 고뇌와 아픔을 상상하는 힘은 전쟁에 저항하고 평화를 쌓기 위한 기초적 능력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초적 능력을 결여한 채 젊은이들이 사회로 나가나는 것이 나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한겨레신문, 서경식)...

... 나는 예술이 수행하는 가장 위대한 인문학적 경험은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도정일)...

... 책은 느리게 읽어야 하는 법이다. 책장을 천천히 넘길 수록 우리는 더 풍요로워진다. 한 권의 책이 과거로 열려 있어서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현실과 대결을 벌어야 한다. 오늘 우리의 삶을 이 모양으로 만든 괴물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중략) 천천히 읽어야 분석이 되고, 게으르게 읽어야 상상이 되고, 느긋하게 읽어야 비판할 거리가 보이는 법이다. 책을 천천히 읽는 것은 그 자체가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살아가는 리듬이 다르면 세계관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고 말했을 듯 싶다....

... 양서가 뭘까. 어제를 되돌아보게 하고 오늘을 이해하며 내일을 비춰보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중략) 두 종류의 양서가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하나는 '사회적 양서'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 양서'(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이다 ....

... 책을 읽는 마음에는 하늘 끝에 닿으려는 하는, 달리 말하자면 바벨 탑을 세우려는 욕망이 숨어있다. 벽독을 구워 쌓아올리느냐, 책으로 상징된 정신을 쌓으려 하냐만 다를 뿐. 그 욕망이 없다면 책을 읽을 리 없다. 생명과 우주의 섭리를 알아내려는 것은 발견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에 대한 열망에는 권력의지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안다는 것은 지배한다는 것이다. 책으로 쌓는 바벨탑은 그래서 위험하다. 무조건 앎만 추구하는 삶은 메피스토펠레스와 거래하는 파우스트다.  앎의 궁극에 이르면서도 지배와 권력의 욕망을 경계할 줄 아는 것. 이 역설을 부여잡고 있을 적에 진정 책의 주인이 된다...

- 이 책을 읽으며, 읽고 싶어진 책 : <역사와 계급의식>(루카치, "교조주의에 빠지지 않고, 변화의 물결을 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중용의 정신을 배웠다"), <서유기>(문학과지성사, 임홍빈 옮김)

(2012.1.1)

 

**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있다. 지금은 5권 세조 시절, 이숙번과 신숙주의 이야기를 읽는 중.  2011.12.19

 

9. 호모 부커스 2.0 (이권우 외 24인)

나름 정성들여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떻게 읽는게 좋은지, 잘 읽고 있는 건지, 궁금하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집어 든 두 권 중 하나. 호모 부커스와 이 책이다. 형 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맞다. 종이 위에 인쇄되어 지는 같은 글인데도 그 '글'이라는 것이 그 사람을 얼마나 고스란히 드러내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 중 몇 구절.

...읽고 성찰하기, 그리하여 변화하고 성장하기, 그리고 글 쓰는 사람되기의 과정에 당신도 동참해야한다...

...읽으면서도 읽지 않는 식을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니까. 꼭 인간 개구리들처럼 물 한 방울 안 튀기고 책의 강을 건너는 거지. 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책을 읽을 거라 생각했소. 나는 음식 먹듯 책을 읽는 다오. 무슨 뜻인고 하니, 내가 책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책이 나를 구성하는 것들 안으로 들어와서 그것들을 변화시킨다는 거지. 순대를 먹는 사람과 캐비어를 먹는 사람이 같을 수는 없잖소.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루스트를 읽건 심농을 읽건 한결같은 상태로 책에서 빠져 나오거든. 예전 상태에서 조금도 잃어버린 것 없이, 조금도 더한 것 없이. 그냥 읽은 거지. 그게 다요. <이 책에 인용된 살인자의 건강법의 한 구절>....

... 독서 전기(前記)를 써보자. 이 책을 왜 읽으려는지, 무엇을 배울 것인지, 읽기 전에 쓰는 것이 좋다.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독자는 작가가 차려놓은 순서와 텍스트를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준비되지 않은 독자는 작가에게 끌려가기 쉽기 때문이다....

... 어디에도 100%정확한 독서법은 없다. 괴테도 독서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80년의 세월을 바쳤어도 그것을 다 배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자...

2011.12.19 - 이책을 보며 읽고 싶어 진 책 : 아멜리 노통브 '살인자의 건강법'

- 필자들 중 한 사람이 추천한 책 : 노먼 루이스의 < ord Power Made Easy>(낱말의 발생학이라 할 만한 것들을 어슴푸레 이해하게 될 것), 김우창의 <궁핍한 시대의 시인>(문학 작품을 두고 해석의 지평을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단학 책), 복거일의 <현실과 지향>('자유주의'라는 모호한 말의 테두리를 그리고 있다. 이후 책들을 읽지말 것을 권고함), 세익스피어의 희곡들(세익스피어는 뛰어난 시인-극작가였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인간학자였다. 김정환 번역),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한국 극우파들에게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있는, 그러나 사실은 그들엑 대한 가장 근본적인 비판서)

 

8.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고미숙)

고미숙씨 책이 세번째인가보다. 공부의 달인,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시리즈인데 주제가 좋아서 인지, 이 세 가지책 모두 지하철에서 펴들었을때 약간 낯 간지럽다. 이름이 말 그대로 '달인'인데다가, 앗 쓰다보니 이 주제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몹시 관심있어할만한 주제라는,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좋다. 그런데 어떻게 써야할지, 왜 모아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모으는 것도 쓰기위해서 일 거잖아.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고민이다.

아이들을 과외시킬 돈과 추가로 학원에 보내려고 하는 돈은 있지만 회비 1만원은 인상할 수 없는, 내가 모르는 A씨의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들은 적이 있다. 왜 그럴까 싶다. 그는 그의 삶(소비)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 것인가 싶다. 아무튼, '돈'에 관심이 많다. 마음이 흐르는 곳에 돈이 흐르지만, 마음이 흘러도 돈은 안 흐르는.. 에이 몰라.

...돈은 무성(無性)의 물건이 아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인과들이 들러붙어있다. 그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재산을 물려준다는 건 그 인과들을 함께 넘겨주는 격이다. 그 인과에 자신이 있다면, 즉 이 돈에 붙어있는 인연들이 자식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 거라는 확인이 있으면 그땐 물려줘도 좋다...

...사람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돈을 써야한다. 그것이 바로 창조이자 증여에 해당한다 (필자는 '교환'이 아닌 '증여'의 돈 쓰기를 주장하고 있다, 증여란? 삶을 창조하는데 기여하는 돈 쓰기로 이해했다)...

...교환은 삶을 먹어치우지만 증여는 삶을 창안한다. 증여가 있는 곳엔 어디서건 말과 이야기들이 살아움직인다...

...일상의 재배치없이 혁명은 없다. 전락전술은 증여와 순환이다...

...회계 상황을 보면 연구실의 활동지수가 그대로 드러난다. 관계와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는 돈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들어온다. 그런데 관계와 활동이 지지부진하면 돈의 흐름 또한 둔화된다. 들어오는 돈 뿐 아니라, 나가는 돈 역시 마찬가지다. 공동체는 축적을 지향해서는 안된다. 흘러오는 만큼 다시 흘러가게 해야한다. 중요한 건 돈을 통해 삶이 구성되는 것이지, 축적/증식하여 조직을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사람을 키우면 화성에 가서도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없고 조직만 비대해지면 거기에는 희망이 없다...

...문제는 돈이 아니다. 소유로부터 벗어나건, 소유의 현장으로 들어가건,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자유다! 소유에서 자유로! 존재의 무게중심을 이렇게 옮겨놓을 수 있다면....

<기억나는 돈 쓰기 : 아끼는 이가 듣고 싶어하던 강좌를 끊어주는 것>

2011.12.3 - 이책을 보며 읽고싶어진 책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 가난뱅이의 역습

 

7. 치유하는 글 쓰기 (박미라)

거창하게 말하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요즘 생각하고 있다. 나는 왜이래, 그때 왜 그랬을까, 그때 왜 눈물이 났을까, 나를 나답지 만드는 공간은 왜 그런 모냥이 되었을까, 뭐 이런저런 생각. 도서관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책. 지금 화를 내고 있는 대상과의 관계를 살피는 것에서 그런 비슷한 상황들로, 나의 지난 상처들에 더 살펴보아야 겠다.

... 사실 내 문제나 고민이 큰 상태에서 상대의 고민을 듣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상대의 고민이 내 문제와 유사할 때는 그 문제에 휩쓸려서 고통이 몇 배로 배가된다. 내가 문제를 자각하고 있는 경우엔 그나마 낫다. 무의식에 분노를 잔뜩 담고 있는 사람이 상대의 분노를 다루다 보면 원인도 모른채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그러므로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심리적으로 비교적 건강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자아경계선이 분명한 상태에서 상대와 거리두기를 할 수 있으면 좋다. 그 모든 인생의 고난을 경험하고 극복한 사람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들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어떤 비극적인 이야기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 능력이 있다...

...내면의 메세지에 귀기울이면서 자신이 빨리 변화하기를 재촉해서는 안된다.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해서 내면에 귀 기울이면 나는 변화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나의 내면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았으며,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면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타인을 공감하기 위한 노력은 나 자신을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만드는 훈련이기도 하다. 아니, 분명히 그렇다. 우리는 자신이 해방되기 위해서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공감하는 과정에서 힘든 것은 상대의 고통스러운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의 틀을 깨느라고 힘든 것이다. 만약 자신으로부터 해방되고 싶거든, 영혼까지 자유로운 삶을 원하거든 타인의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해보라. 그러면서도 쉼 없이 공감하고 있는 이 순이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순간임을 자각하라...

... 투사가 일어나고 그 투사가 단지 투사에 지나지 않음을, 즉 상대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임을 확인하는 과정을 힘들고 가슴아프다. 나는 얼마나 왕성한 투사제조기인가...

... 무의식이 보내는 사인은 간혹 아주 작고 미세하여 알아차리기 힘든 형태로, 어떤 일은 아주 험난하고 긴 고통의 여정으로, 또 어떤 것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으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그것은 나를 더욱 단련시키거나 성숙하도록 도와주며 가야할 길을 새롭게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 안에는 내면 아이가 한 명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고통이 있던 자리마다 딱 거기서 성장을 멈춘 아이들이 있다. 다양한 정신연령을 가진 크고 작은 아이들이 우리 내면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내면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잃어버린 아이들로 꽉 찬 고아원이다....

2011.12.5

 

**구립 도서관 등록!! 2011.11.22

 

6.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너무 웃기는 책. 작가의 숨길 수 없는 웃기고 싶어하는 본능이 여기저기서 마구 튀어나와 정신없기까지 하지만 킥킥 대며 읽었다. 마지막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프로 올스타팀과의 경기는 지하철에서 읽다 박장대소했다. 

... 우리는 미국의 프랜차이즈니까. 언제나 이 점을 잊어선 안돼. <착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처럼 고통스럽게 행해진게 아니었어. 실제의 착취는 당당한 모습으로, 프라이드를 키워주면, 작은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며, 요란한 박수 소리 속에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형이상학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거야.... 나는 지금도 삼미가 그 불가능에 가까운 <야구>를 완성한 것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야....(삼미의 야구는, 힘들면 안 치고 어려우면 공을 안잡는 야구다)

...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우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점점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를 이해해가고 있었다. 남아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이상으로 모으고, 필요이상으로 몰려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 저는 삼미가 오래전 이 세계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만약 계속 유지되었다면... 사라졌기에 삼미는 영원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어떤 노력을 해도 이 세계의 우승 팀은 따로 있는 것 아닙니까....

 

2011.11.22

 

* 읽은 책에서 새로운 책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려면 책을 사거나 빌려야 하는데, 집 책꽂이가 오래전에 가득찼으니 될 수 있으면 책을 안사고 빌려보려고 하고 있는데 도서관에 가기가 여의치 않다. 아무래도 당분간의 책읽기는 주변 사람에게 빌려보기와 집에 있는 안 읽은 책 읽기가 될 듯. 한 권으로 시작해 가지를 치며 깊게 뻗어나각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2011.11.11

 

5. 인간연습(조정래)

다시 읽은 책. 이 책을 읽고 끄적거려 놓은 것이 이 블로그 어딘가에 있을텐데... 인간연습. 소련의 몰락, 북한의 현실을 보며 작가는 사회주의라는 체제는 인간이 운용할 수 없는 것인가, 라는 슬픔과 절망이 보인다. 인간의 본능을 이성으로, 교육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은 것이 '멸시당하는 사회주의'라는 현실로 나타났다는 생각을 하나보다. 결국은 인간에게 연습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다. 이 체제를 움직일 수 있을 만한 내공이 인간이라는 집단에, 생명체에 쌓여야 한다는... 그렇게 읽었다.

현재의 대안은, 현실에 구멍내기는 어디로부터 시작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엿보이던데... 애쓴다 싶었다. 보수건 진보이건, 시대와 불화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작가를, 스스로를 정의하며 그 정의를 지키며 살기위해 애쓴다 싶었다.

2011.11.11

 

4. 인연 (피천득)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했다. 조금씩 읽다가 만 책들이 "나는 언제 읽으려고? 하던 건 끝내고 가자고" 라고 내게 말하는 것 같지만 우선 덮었다. 

인연을 집어들 때쯤  마음이 안좋았다. 몹시. 모든 책이 사람에 대해 말하지만 보다 더 '사람'을 말하는 책이, 아니면 대놓고 '사람'과 '마음'에 대해 말하는 책이 필요했다. 이 책은 이전에 읽었을 때 '좋았다'말고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었지만 집어들었다. 다시 읽어보니,  예전에 이 책을 읽을 때 제일 좋았던 것은 딸 '서영'에게 가는 그의 사랑이었다. 그런 사랑을 받는 서영이가, 그런 아버지를 가진 서영이가, 그리고 그런 아버지인 피천득이 부럽고 좋았었다. 그런 사랑이 닿아야할 나의 훵한 자리를 채워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다시 읽으니 여전히 그 부분은 좋지만, 작가가 하는 다른 이야기들이 좀 더 들린다.

그는 '사람'을 참 사랑한다. 글로 만난 그는 사람에게 냉정하지 않았다. 따뜻했다. 소박했고. 그의 글 중에 '마음의 산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 마음의 산책이 필요해, 라고 뒤늦게 앞으로의 읽을 몇 권의 책의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그가 아름답다, 좋은 친구라 말한 책 속의 주인공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오랜 세월을 소박하게 살아온 옛 시절의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조곤조곤 잠에 대해, 구원의 여인상에 대해, 말(언어)에 대해, 자신이 아끼는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2001년 근로중에 읽었다고 써있더라. 딱 10년만에 다시 읽었구나, 이 책이 내 공간에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네. 새삼스럽다.

2011.11.03

 

3. 메즈예게른(파올로 코시)

후루룩 후루룩 소소한 일들을 처리하고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생겼다. 무얼할까, 하다가 다시 집어든 메즈 예게른이다. 둘째 언니에게서 빌려와 다음 주자가 기다리고 있는 이 책은, 아르메니아 대학살에 대한 한 권짜리 만화책이다. 깊은 고통과 절망, 역사적 사실들을 한 권의 만화책속에 집어넣었던지라, 보고나서 허기졌다. 그리고 맨 처음 보았던 작가의 사진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사진으로 보기에) 젊은 그는 이 책을 만느라 많은 고생을 했겠다. 싶었다. 아르메니아인들에 대한 대학살을 많은 이들이 모른다. 그렇기에 전하고픈 이야기도 많았을 것이고, 여러 권으로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을 것이고 한 권에 담기로 한 후 무엇을 핵심적으로 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었으리라. 이 대학살로 죽은 아르메니아인은 150만명이다. 

.... 잠시 감정의 소용돌이에 사로잡혀 나는 생각했다. 하느님,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그렇게 다시 잠들었다가 깼을 때 기도의 집은 다시 텅 비었다. 내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그 끝없는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 아르민 T. 베그너

....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한 민족을 절멸시키는 일은 결코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도,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보고스 레본 제키얀

....민주주의. 아무 발전도 없습니다. 계속 춤을 추세요 - 페데리코 타반

....어린이 대학살은 모든 대학살의 아버지다. -요시 사리드

그리고 아돌프 히틀러의 말.    ... 지금 누가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기억하는가?

2011.10.25

 

2.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테)

: 집에 있던 94년에 나온 책이라 번역이... 한국어 문장이 이해가 안된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 다시 읽고 싶을 지경이었어.

: 왜 굳이 '젊은' 이라는 말을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다 읽고 난 후 들었지만, 작품 해설을 읽고 굳이 '젊은'을 붙인 이유가 이해되기도 했다.

: 베르테르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지금 내 옆의 친구라면 정신차리라고 말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자신의 열정에 몰두한다. 마지막 선택은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었겠다.

2011.09.19

 

1.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1,2

: 처음은 좀 지루했지만, 읽을 수록 재밌다. 괴테 나이가 아마 37세 정도. 바이마르 공국에서 10년정도 정무를 보다 사람들 몰래 훌쩍 떠난 이탈리아 여행이다. 그가 이탈리아를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가고 싶었던 이탈리아란다. 일부터 이탈리아에 대한 생각을 안했었단다, 너무 그리워서. 그런 그가 이탈리아에서 편지를 보내왔다. 친구가 여행길에서 보내온 편지처럼 따뜻하게 재미나게 읽고 있다.

: 괴테의 몇몇 말 중 적어두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우선 생각나는 말 하나 "... 이제 나이가 좀 들었으므로 하고 싶은 일을 더 미루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금과 그 당시의 평균 수명이 다르기는 하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 당시의 괴테는 더 젊었을 때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유명한 작가였다. 그 뒤로 정치를 하며 작가로서의 이름은 잊혀지기는 했지만... 그래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기로 했다.

2011.09.19

 

"100권을 읽으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그녀가.

손해볼거 있나?! 더 큰 눈과 큰 귀를 가진 더 넓어진 세상 속에 자유로운 나를 꿈꾸며. 201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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